신한은행(은행장 조용병)이 지난 7월 가동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 업그레이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은행측이 각종 장애 상황 등에 대해 HP 책임도 묻기 전에 검수를 마친 상황에서 업체간 소송전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물류회사까지 이탈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으로부터 BPR 업그레이드 검수를 받은 한국HP가 후지쯔를 포함한 주요 협력사 4개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 법무팀의 법률검토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송의 내용은 여신 등 BPR 대상업무 개발 미진 등 이유를 내세우는 것으로 파악중이다.

문제는 신한은행은 개발산출물에 대해 한국HP에게 검수를 마쳤지만, HP는 협력업체에게 중간검수조차 미루고, 주사업자가 업체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지급도 미루고 있다.

즉, 업무개발이 미진하다고 주사업자 HP가 협력업체에게 ‘검수’를 미루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덜컥 한국HP에게 검수를 마쳐 줬고, 이를 빌미로 한국HP가 협력업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통상 대형 IT프로젝트의 경우, 주사업자가 협력업체에게 각종 산출물에 대한 중간검수, 최종검수를 마치면 이를 근거로 발주처 검수를 요청하는데 신한은행 BPR의 경우는 반대 형국이다.

소위 발주처인 신한은행은 쏙 빠진 채 업체들간 진흙탕 싸움을 벌일 태세다. 신한은행과 HP 밀월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HP가 소송을 준비중인 업체들 중 영업점에서 후선센터로 문서를 운반해야 하는 책임 물류회사가 이탈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P사가 신한은행 물류에서 이탈한 배경은 BPR 가동 후 최근까지 애초 계약된 공수에 비해 약 1.5배 이상 인력이 추가 투입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 때문에 신한은행 물류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P사 이탈 과정에서도 신한은행과 HP는 협상을 통해 P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보다 소송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BPR 업그레이드 가동 이후 신한은행이 후선센터 직원들에게 잔업 및 휴일 근무수당으로 추가 지급해야 할 비용이 수억원대에 이른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 비용을 감추고자 지난 8월, HP, 인지소프트 등 참여 회사들 인력을 주말 및 휴일에 지원받아 스캐닝 업무까지 처리한 사실도 전해졌다.

IT개발자들이 후선센터에서 문서를 스캐닝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신한은행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주사업자로 HP를 선택했지만 중요 솔루션이나 인력 등 핵심사항은 은행이 다 바꿨다. HP 입장에서는 최선의 조합을 제안했는데, 이를 은행이 바꿔놓고 정작 중소기업이 그 책임을 지는 형국이 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여신 실행과 회수에 있어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IT부문에서도 이같은 신한은행 문화는 여전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