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플래시 메모리 디스크 관련 업체간 시장 경쟁이 뜨겁다. 본격 사업자 선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채택된 사업자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5일 우리은행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우리은행-우리FIS가 가진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 및 올 플래시 디스크 PoC’ 관련 최종 4개사 IBM, HP, EMC, 바이올린 메모리가 최종 선정됐다.

함께 사업에 참여했던 한국후지쯔, 퓨어스토리지는 최종 탈락했다.

이번 사업은 향후 우리은행이 단위업무시스템 또는 전사적 디스크 가상화 그리고 올 플래시스토리지 도입할 시, ‘표준제품’ 선정을 위해 실시한 성능 검증 과정이다.

은행측은 ‘표준화’가 아니라고 밝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자 선정이 향후 우리은행 디스크 가상화 및 올 플래시 메모리 디스크 도입에 가이드가 될 것으로 예측중이다.

과거 2013~2014년 우리은행은 국제회계기준(IFRS) 성능 개선을 위해 당시 올플래시 디스크 업체를 대상으로 이같은 PoC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PoC 과정에서 업체들 난립에 따른 과도한 PoC 시간, 9개사의 과열 경쟁 등으로 잡음만 남긴 채 은행측이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경험이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향후 이같은 난립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번 PoC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탈락해도 ‘논란’, 채택해도 ‘논란’ = 문제는 4개 사업자 선정 후 우리은행 안팎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IBM이 최신 제품으로 PoC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IBM이 우리은행 PoC에 참여한 제품은 ‘플래시시스템 840’ 제품이다.

EMC 등 업체들은 이 제품이 ‘플래시시스템 v9000’ 장비가 나오면서 EOM(End-of-Maintenance)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 중이다.

IBM ‘플래시시스템’의 우리은행 가세가, EMC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2013년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체결 후 한국IBM은 우리은행에게 적지 않은 물량의 디스크 스토리지를 무상으로 제공해 EMC 매출 기회를 적지 않게 침해했다는 게 EMC 추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단위업무 개발 과정에서 디스크는 배제하고 무상으로 받은 디스크를 설치, 운영하다 보니 한국EMC에게는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EMC가 계정계 등 우리은행 내에서 우위가, 이번 IBM의 올플래시 메모리 디스크 채택으로 또 한번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채택된 4개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퓨어스토리지’ 반발도 만만치 않다.

퓨어스토리지는 공식입장을 통해 “우리FIS의 스토리지 PoC 수행 및 선정 기준은 우리FIS 자체의 기준”이므로, 선정 결과가 일반적 또는 절대적인 스토리지 우수성의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PoC의 경우, IO 성능 테스트 수행 시 Vdbench의 옵션(option) 조정을 통해서 압축 및 중복제거가 되지 않는 데이터를 입력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는 객관적으로 타사의 제품과 성능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퓨어스토리지는 성능 뿐만 아니라 압축, 중복제거, 내부 복제, 원격 복제, 이중화 등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스토리지 기능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단 한 가지의 테스트만으로 전체적인 성능을 평가 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I코리아>가 입수한 PoC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은 Hot-Swap 기능, 이중화, 실시간 압축, 중복제거 등에 대한 검증을 가졌고, 6개사 회사 모두 이 PoC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퓨어스토리지 주장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FIS 관계자는 “PoC는 6개 회사의 협의 및 동의를 얻어 진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진행한 결과를 부인하거나 객관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퓨어스토리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업체 ‘PoC 과정은 객관성·공정성’ 재론 없어 = 실제로, 이번 사업에 참여한 여타 회사는 IBM 기종 논란 외에 PoC 과정이나 결과의 객관성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 4번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당초 1개월 테스트를 2개월로 연장해 가며 진행해 얻은 결과다. 퓨어스토리지의 주장은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PoC 시나리오나 과정을 봐도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림 ‘우리은행 올 플래시 메모리 디스크 PoC 시나리오’ 참조>

▲ 그림 ‘우리은행 올 플래시 메모리 디스크 PoC 시나리오’

우선 우리은행 이번 PoC 서버는 IBM P570 64 코어 제품으로 각 스토리지 벤더당 연결했고, 운영체제는 HP-UX 11.31 버전, DBMS는 사이베이스 IQ 12.7, ASE 12.5.4를 채택했다.

퓨어스토리지 주장대로, 기존 실제 가상화 업무를 올 플래시 메모리 디스크(All Flash Memory Disk)에 붙여서 테스트로 하려고 했지만, 이를 벤더의 동의를 얻어 범용 툴(tool)인 VDBench를 통해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사실은 확인됐다.

이를 기반으로, 먼저 각 벤더별로 VDBench를 통해 4K, 8K, 16K, 32K, 64K 블럭 기준의 IOPS, 레이턴시(Latency)를 측정했다.

이어 올 플래시 스토리지의 특성인 ‘가비지 컬렉션’이 일어날 때 성능을 보기 위해 각 벤더별로 데이터를 95% 가량 채운 상태에서 VDBench를 통해 가비지컬렉션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IOPS, 레이턴시를 측정했다.

가상화 관련, IBM SVC를 붙여서 각 벤더별 IOPS, 레이턴시 측정, EMC VPlex를 붙여서 IOPS, 레이턴시를 측정, 총 4번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이 4번의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 4개사를 최종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은행측은 평가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업체들 난립으로 과열양상을 빚고 있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금융회사별 이같은 PoC가 지속될수록 잡음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잡음’이 이어질수록 ‘마케팅 역량이 아닌 기술력’ 기반 올 플래시 디스크 업체 ‘옥석’도 자연스럽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