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에 없는 모델을 연구해야 했고, 해외 실패 사례를 재현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 스마트금융부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주 국내 은행권에 알토란같은 ‘핀테크’ 추진 사례가 전해지며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우리은행이 인터넷전업은행 설립 전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WiBee Bank)’를 출범시킨 것이다.

‘위비뱅크’는 간단하다. 모바일을 활용해 중금리 대출, 간편송금 서비스 등 서민금융 상품을 취급한다.

아울러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가 없는 ‘위비 모바일 페이’ 활용이 가능하다.

‘위비뱅크’의 실체는 이게 전부다. 뭔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오히려 업계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핀테크’라는 평가가 앞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전업은행을 추진한 글로벌 사례를 보면, 시중은행과 업무영역이 겹치거나 마케팅 비용 소요로 생존율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 실제로 1995년 첫 인터넷 전문은행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를 시작으로 30여개 은행이 설립됐다가 최근에는 10여개 만 남은 미국, 작년 기준 6개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업중인 일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전업은행 실패사례 관련,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다른 서비스 부분에서의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 파괴 경쟁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비용삭감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상담 기능을 담당하는 장소(점포)가 없기 때문에 교차 판매가 어려워 추가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성공 사례를 보면, 인터넷전업은행 취급 상품을 특화시켰고 그러다 보니 타깃 고객에 대한 공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내 학자금 또는 자동차 대출 전문 인터넷전업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한국에서 이같은 전문 금융회사도 많고,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가 쉽지 않으며, 우수한 IT인프라로 인한 다이렉트 대출 등 사례가 풍부하다는 게 ‘과제’였다.

오호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차장은 “인터넷 전업은행 관련, 국내 사례는 없다. 해외 사례는 ▲자회사 모델과 ▲내부 사업부 오픈 방식(헬로우 뱅크, BNP 파리바 방식)으로 정리된다. 수익성 담보가 어렵다는 게 지금까지 검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위비뱅크’는 차별화를 꾀했고, 소비자 금융을 통해 경쟁을 최소화했으며 모 기업 브랜드 가치로 마케팅 비용을 공유하며, 모바일 인프라를 활용하고, 경우에 따라 은행 점포에서 고객 민원 처리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 인터넷전업은행 성공과 실패 사례의 핵심만 꿰어 놓은 게 ‘위비뱅크’의 실체다.

오 차장은 “우리은행은 ‘인터넷전업은행’을 기필코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 안에서 역할론을 부여하고 모 회사(우리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위비뱅크의 성격을 덧붙였다.

특히 이번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오는 6월 금산분리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안이 나오기 전 일종의 ‘가이드’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는 총 8명의 인원을 ‘핀테크’에 배치시켰다.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을 위해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을 위한 어떤 파트너십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향후 정책실행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탄생시킨 우리은행 ‘위비뱅크’. 향후 설립될 인터넷전업은행과 함께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하는 모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