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삼성생명과 IBM은 인연이 없어 보인다.

올 하반기 DB 운영서버 전초전 양상의 삼성생명(대표 김창수) 개발 및 품질계 서버가 당초 IBM 장비에서 HP ‘수퍼돔 X’로 교체, 최종 결정됐다.

이미 지난주 관련 제품이 이미 삼성생명측에 전달됐고, 이로써 삼성생명은 추진중인 금융ERP DB서버를 한국HP 수퍼돔 X 기반에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그림 ‘삼성생명 금융ERP DB서버용 개발 및 품질계 도입수량’ 참조>

▲ 그림 ‘삼성생명 금융ERP DB서버용 개발 및 품질계 도입수량’

지난 3월 삼성생명은 금융ERP 개발 및 품질계 시스템으로, DBMS 및 DB서버, SAP HANA 어플라이언스 장비, 애플리케이션 서버, 스토리지 등 도입을 추진해 왔다.

4월 평가 결과, 삼성생명은 오라클 DBMS에 DB서버는 IBM p8 870, 효성 스토리지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서버로 HP x86 장비를 채택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한국IBM과 협상을 가졌으나 가격 등 이슈로 협상이 결렬됐고 BMT 및 가격평가 2위 사업자인 한국HP가 삼성생명 DB서버 개발 및 품질계로 최종 결정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 결렬의 원인은 가격이슈로 보인다. p8 870 장비는 IBM의 차세대 유닉스 서버로, 삼성생명의 가격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한국내에서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협상결렬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 IBM p8 870

IBM p8 870은 클럭 스피드 4.2GHz, 최대 80코어, 최대 4TB 내장 메모리를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파워VM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내장, 엔터프라이즈 RAS, 시스템 콘트롤러 유닛(2U), 맥티브 메모리 미러링(Active Memory Mirroring) 솔루션 내장, 노드당 8개의 PCIe 어댑터 슬롯, 노드당 최대 4개의 PCIe I/O 드로워즈(drawers) 장착, 엔터프라이즈 풀을 통한 리소스 공유 등을 특장점으로 한다.

차순위 사업자로 채택된 HP ‘수퍼돔 x’는 ‘오딧세이(Odyssey)’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운영체제에 유닉스 대신 리눅스 등 x86 아키텍처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오딧세이’는 한 박스에 아이테니엄 블레이드 인클로저와 제온 블레이드 인클로저를 모두 탑재, 이를 개방형 단일 플랫폼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핵심 사상이다.

▲ HP 수퍼돔 X

HP에 따르면, 수퍼돔 X는 최대 16개 소켓, 12테라바이트(TB) 메모리까지 확장 가능하다. 기존 HP 8소켓 x86 서버 HP프로라이언트 DL980 G7의 9배 성능을 낸다.

시스템에 탑재된 하드파티셔닝(nPars) 기술은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위험요소에서 분리해 가용성을 높이고 20배 높은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게 HP 설명이다.

이번 삼성생명의 플랫폼 결정은 향후 본 사업에서 누구 우위를 점하느냐 하는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예를 들어, DB서버 개발 및 품질계로 HP를 채택한 이상, 운영물량 도입시 이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IBM의 이번 삼성생명 진입 여부는 삼성생명과 HP의 전통적인 ‘밀월’에 적지 않은 균열을 가할 수 있었던 빅 이슈였던 것.

금융IT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생명 금융ERP 사업에 IBM이 채택됐다는 건 단순 DB서버 채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가격을 이유로 본 사업(DB 서버 운영물량 도입) 우위까지 포기한 점은, 본사 가격 협상력 약화를 반증한다. IBM 한국법인 대표 교체 논란 등 IBM의 악재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생명 서버 부문 수성으로 그동안 침체됐던 HP의 한국 시장내 입지가 다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