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이나 생각을 표현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의견도 먼저 제시하지 말하고 한다.

이유는 구성원들이 리더가 좋아하는 방식이나 생각을 찾아내, 그 방식에 맞춰 보고하고 그 생각과 비슷한 방안만을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의견 또한 먼저 리더가 제시하면 구성원들은 그 순간 모두 ‘예스맨’이 되고 만다.

예스맨으로 채워진 조직은 활력을 잃고 정체만 남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한 조직과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최악으로 치닫는지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같은 경우를 ‘집단사고’라고 부른다.

‘집단사고’는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가 토론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고, 집단의 대표적 생각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리더의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조직의 응집력이 높을수록 집단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 정부, 존 F. 케네디의 쿠바 침공 결정, 린든 존슨의 월남전 장기화 그리고 1986년의 챌린저호 폭발사고 등이 대표적인 집단사고의 사례들이다.

# 최소한 두 번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두 번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문자는 세 번 곱씹어 생각한 뒤라야 실행에 옮긴다. 공자는 이를 두고 ‘두 번도 좋지’” (季文子 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斯可矣. 계문자 삼사이후행 자문지왈 재사가의) - 논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나도 참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子曰 “不曰'如之何, 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 자왈 “불왈’여지하, 여지하’자, 오말여지하야이의)- 논어

노나라의 대부였던 계문자는 생각이 많아 세 번은 곱씹은 뒤 실천에 옮긴 사람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두 번이면 좋지”라고 말한다.

여기서의 두 번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 번 그리고 그 반대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로움과 불리함을 각각 생각하여 판단한 뒤 실행하면 오류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손자도 그의 병법에서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반드시 이로운 쪽과 해로운 쪽을 한데 놓고 생각한다”고 구변(九變)편에서 말하고 있다.

집단사고를 막고자 하는 조직에서는 그래서 두 번 생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s, 악마의 대변자)’ 제도를 운영한다.

조직 구성원 중 한 명을 데블스 에드버킷으로 지명해 무조건 반대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결정적 결함을 토론하면서 찾아내기도 하고, 의견 내지 프로젝트의 부정적 측면을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한편 공자는 “어떻게 할까?”라고 자문하지 않는 사람은 성인이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생각이 많으면 우유부단해져서 문제고 반대로 없으면 무뇌아와 같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두 번 생각하라고 한 것일게다.

# 집착은 인류 발전의 최대 적
개인의 생각이든 집단의 생각이든 정해진 기준치이나 규칙, 가이드라인 등에 맞춰지는 순간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멸이다.

그런 점에서 노자는 생각에 부정적이다.

도가 사상의 입장에서 볼 때 인위적인 행위 중 최악의 것은 무엇에 대한 고정된 마음, 즉 집착이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기준 내지는 세상의 기준에 근거해서 선과 악을 구분하고 미와 추를 나눈다. 이것이 생각이나 관념인데, 사람들은 이를 절대불변의 기준으로 여길 때가 많다.

여기에서 집착이 발생한다.

공자의 말처럼 최소 두 번, 각각 다른 지향점에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한 쪽에서만 바라본 뒤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고 그것을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생각을 약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성의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워주며, 생각을 약하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라” (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 노자 도덕경

여기서 배와 뼈는 내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의미하고 마음과 생각은 외면적이고 감각적인 욕망을 의미한다고 한다(올재판 이석명 교수).

따라서 외향적이며 감각적인 욕망에 매달리면 사람들은 감각의 노예, 즉 욕망의 포로가 된다.

욕망은 한쪽 측면에서 발생한 감각의 대명사이다. 단일한 의지의 지향성에 맞춰 판단하고 실행하는 순간, 대립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노자의 이같은 이야기와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 채근담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의 마음에 하나의 참 경계가 있으니, 거문고도 아니요 대피리도 아닌데 스스로 편안하고 즐겁고, 香煙(향연)도 아니요 茶(차)도 아닌데 스스로 맑고 향기롭다. 모름지기 생각을 淸淨(청정)하게 하고 환경을 空虛(공허)하게 하고 思慮(사려)를 잊고 형체를 풀어야 겨우 그로써 그 가운데 멋대로 노닐 수 있는 것이다”(人心에 有個眞境이니 非絲非竹而自恬愉요 不煙不茗而自淸芬이라 須念淨境空하고 慮忘形釋이라야 纔得以游衍其中이니라) - 채근담(올재판 번역)

고(故) 송정희 교수의 번역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서경에 나온 대목을 살펴보자. 하나라와 상나라의 마지막 임금들인 ‘걸’과 ‘주’가 하늘의 명을 스스로 끊고 멸망을 자초하여 주나라가 여러 백성을 다스리게 되었다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성인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고 바보라도 생각할 줄 알면 성인이 되는 것이다. 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 (유성망념작광 유광극념작성)” - 서경

돌아가신 권덕주 선생의 해설에 따르면, 타고난 성품이 아름답고 밝은 성인일지라도 살피고 염려하지 않으면 사사로운 뜻이 가로막아 도리어 어둡고 어리석은 광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둡고 어리석은 광인일지라도 능히 살피고 분발하면 그 기질이 변화, 명철하게 돼 밝은 성자가 될 수 있다고 고대 중국의 유가 계열 선비들은 생각한 것이다.

이만큼 생각의 ‘있고 없음’의 차이가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정도로 동양 사회에서 ‘생각’에 대해 갖는 기대와 가치는 매우 컸다.

또 맹자에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온다.

맹자 말하기를 “대체(大體)인 마음을 따르면 큰 인물이 되고, 소체(小體)인 육체를 따르면 소인이 되느니라”(孟子曰, 從其大體爲大人 從其小體爲小人)

대체를 마음에 그리고 소체를 육체에 비유한 맹자는 유가를 잇는 학자답게 마음에 깃드는 생각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도가와 달리 유가에서는 육체 즉 눈이나 귀는 생각하는 힘이 없으므로 물욕에 가리워지고, 욕구에 얽혀지면 결국은 끌려간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마음에 깃드는 생각하는 힘으로 크게 깨달아야만 큰 인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서경’에서 말하는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사고의 연장인 것이다.

이처럼 도가와 유가의 생각에 대한 논리는 간극이 매우 크다. 생각을 강조하는 유가와 생각을 줄이자는 도가. 그러나 둘의 지향은 동일하다고 본다.

참된 정치를 위한 마음자세를 위해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단편적인 사실에 집착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생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사실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고, 생각을 멀리한다는 것은 고정된 시각에서의 생각, 즉 집착을 버리고 다양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런 집착만큼은 있었으면 좋겠다. 조선 후기 임금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훈계한 내용이다.

“나는 불나방이 날아와 등불에 부딪치는 것을 보면, 도랑과 골짜기에서 뒹구는 백성을 생각해 두루 구휼하는 정사를 베풀었다. 너는 비록 즐겁게 놀 때라도 늘 오막살이의 가난한 백성과 함께 그 즐거움을 같이할 마음을 품어라. 사람이 자식 하나를 남에게 맡겨도 사랑하기를 애써 당부하는데, 하물며 모든 백성을 너에게 맡김에 있어서는 어떻겠느냐?” ‘영조실록, 영조 25년(1749) 3월 17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위정자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근본 마음이다.

이러한 집착은 영조에게도 필요했겠지만, 21세기 현재에도 필요한 정치인들의 덕목이다. 백성만을 생각하는 정치. 언제나 가능한 날이 올까?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