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은행 사태로 홍역을 치른 한국IBM(대표 제프리 로다)이 2013년 6월 우리은행과 맺은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에 본 계약 외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차세대 개발을 추진중인 우리은행이 이 이면합의를 들고 한국IBM에게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며, 그 귀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3년 OIO 계약 체결 과정에서 ‘우리은행보다 타행에 비슷한 조건 하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안할 경우 OIO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식의 이면합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이 주목하는 ‘타행 저가제안’은 작년 국민은행 사례로 알려졌다.

2014년 12월 30일 전후, 국민은행은 BMC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총 1540억 안팎의 5년 다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은행이 운영중인 메인프레임은 약 21만 5000밉스 가량이고, OIO 계약에 따라 5년 후 40만 밉스까지 운영용량이 늘어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2013년 6월 계약 당시 우리은행이 보유한 메인프레임 용량은 약 3만 7331밉스로, 5년이 도달하는 2018년 6월에는 5만 7598밉스로 늘어나게 된다.

하드웨어 용량 조건만 놓고 보면, 같은 5년 OIO계약에 국민은행은 약 2배 가량을, 우리은행은 고작 64% 가량이 늘어나는 불공정 조건이다.

정리하면, 국민은행은 20만 밉스 추가증설에 1540억대를, 우리은행은 고작 2만 4128밉스 증설에 1430억을 지불하는 꼴이 된 것이다.

총 보유 메인프레임 밉스치를 단가로 계산하면, 국민은행은 밉스당 약 38만 5000원에, 우리은행은 49만 6000원에 보유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국민은행 계약에는 현재 검토중인 BMC 관리 소프트웨어 등 300억이 빠져 있다.

IBM은 OIO 계약 범주에 이같은 3rd party SW를 포함하고 있지만, 소위 계약대행 성격이기 때문에 zOS, 메인프레임용 DBMS 등과 연계한 밉스치 증설 OIO계약과 무관하다.

오히려 국민은행이 배치자동화 솔루션을 따로 계약하겠다고 나서면서, IBM이 직접 수혜를 받는 OIO계약 윤곽이 나오게 됐고, 우리은행은 이를 근거로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인 대응 쉽지 않을 듯 =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재협상 자체를 현재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은행측이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해도 IBM이 그 협상 테이블에서 신의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2011~2012년 사이, 한국IBM OIO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즉 협상 전담부서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시간을 끄는 게 IBM의 전략이라고 볼 때, ‘재협상’ 요구만으로 우리은행의 목적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이면합의’ 문구 자체가 두루뭉술해 법적으로 끌고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본안 소송 전, ‘협상에 나서라는 가처분소송’까지 예상하면, 2018년 OIO 계약 만료까지 3년여 시간동안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고, 2018년 이미 계약은 만료되고 은행은 메인프레임 유지 가부여부를 결정한 후에 도달한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KB지주 이사회가 제기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는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은 전하고 있다.

◆IBM 또 ‘꼼수’ 드러내 = 은행측이 이같은 고민에 휩싸인 사이, 한국IBM은 우리은행 OIO 추가 연장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제안,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4월 IBM은 우리은행에 ‘새로운 금융산업 경쟁환경에서 은행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 우리은행-IBM 협력’을 제언했다.

주요 내용은 IBM의 금융산업 역량을 통해 글로벌 은행들이 인터넷전업은행 사업에 나선 사례를 설명하고, 이를 위해 ‘현행 주전산기 계약체계 변경’, ‘우리은행-IBM 오픈 이노베이션 랩 설립 및 운영’을 요구한 것이다.

실행전략으로 우선 IBM은 향후 6개월 동안 약 20M/M 가량의 컨설팅 및 기술전문가들을 배치, 은행의 인터넷 전업은행 및 핀테크 사업을 지원하는 ‘협력체계 인프라’를 마련한다.

아울러 현행 OIO계약을 갱신, 향후 5년 다년계약의 신규 OIO계약을 체결, 은행측이 추진하는 차세대시스템 대응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2015년 7~2018년 6월까지 남은 3년동안 기존 OIO 계약을 적용하고, 2018년 7~2020년 6월까지 2년 계약을 연장하자는 게 IBM 제안이다.

프리세일즈 형태의 이 제안이 구속력이나 협상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최근 은행측이 추진하는 ‘인터넷 전업은행’ 중심 IT투자 전략을 교묘히 파고든 제안이다.

즉 은행 IT투자 전략 축이 인터넷전업은행으로 몰리는 틈새를 비집고 무리한 차세대 추진보다 IBM 지원을 받아 글로벌 사례를 적극 참조하고, 그 대가로 2년간 OIO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IBM의 이같은 제안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2013년 OIO 이면합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작년 국민은행과 같이 ‘평범해 보이는 제안’을 통해 ‘은행 경영진과 실무진 사이 내부 균열’을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측은 그러나 “현재 컨설팅이 진행중이고, 국민은행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이같은 IBM 제안에 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