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세대 및 디지털 BPR 컨설팅을 추진중인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이 연내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주요 IT투자가 후선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광구 은행장 지시로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을 추진중인 우리은행이 올해는 차세대 IT개발이나, BPR 본 사업에 착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인터넷전업은행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IT사업의 추진을 뒤로 미루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일부 차세대시스템 추진 관련 일부 인력을 인터넷전업은행 설립 관련 부서로 이동시킨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우리FIS가 나서 핀테크 컨설팅 인력 등 관련 지원조직 갖추기에 나서는 중이다.

물론 우리FIS는 당시 채용공고에서 차세대, 차세대 포탈, PC 보안 등 각 분야 인력을 다수 채용했지만, ‘핀테크 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인력 채용은 인터넷전업은행 설립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업계 추론이다.

◆‘인터넷전업은행’ 생색내기용 전락할 수도 = 현재 우리은행이 검토 중인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은 ▲IT기업과 제휴 ▲자회사 활용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IT기업과 제휴는 현행 관련법 규정에 따라, 시중은행이 1대 주주가 될 수 없다는 난제가 있고, 여타 자회사를 인터넷전업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아울러 글로벌 사례를 놓고 볼 때, 인터넷전업은행이 설립 후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까지 적어도 3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초기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고정비용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임계수준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비용 투입으로 영업 초기 재무상태가 좋지 못해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소위 일정한 시기에 도달하기 전에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수익성까지 확보하고 인터넷전업은행을 설립한다고 해도 각종 규제의 선은 넘기 힘든 장벽이 될 수 있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청와대 등 행정부는 여전히 핀테크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현재 각종 금융규제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풀리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은행 차세대, 디지털 BPR의 중요성은 = 우리은행이 올해 컨설팅을 시작으로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공식한 배경은 오는 2018년, 한국IBM OIO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작년, 국민은행 사례에서 보듯 시간에 쫓길 경우 차세대시스템도, 신규 OIO 계약도 우리은행이 원하는 방식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컨설팅이 추진 중이다.

과거 주요 컨설팅에서도 개방형 표준계열 서버전환 효과가 검증돼도 실제 서버환경 전환 세부실행방안 수립 및 시행에 최소 2년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반기 컨설팅이 완료되면 우리은행은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 차세대시스템 SI 개발 본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많게는 2000억원 안팎의 투자가 예상되는 우리은행 차세대는 ▲IBM 종속성 탈피 ▲비용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업무부서 요청 애플리케이션 신속 개발 및 지원 등 효과 측면에서 연내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다.

주요 계열사가 분리되고 지주사가 은행으로 통합된 우리은행에게 있어 ‘디지털 BPR’ 추진 역시 여타 은행이 이미 시행중인 전자문서, ODS 등 대응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인터넷전업은행’의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수익모델 확보 그리고 정부의 규제 완화 일정에 맞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