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서금회 논란에 휩싸였다. 아울러 조근철 전 국민은행 CIO가 은행을 상대로 해임 무효소송을 내는 등 윤종규호 출범 이후 인사 난맥상을 드러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9월 업무방해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고발된 조근철 전 국민은행 CIO가 지난 1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 후속조치로 해임 무효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 전 CIO는 곧바로 은행에 문의, 복귀 방법이나 의사를 타진했으나 은행에서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전 CIO가 은행장 비서실 등을 통해 복귀방안이나 명예회복에 대한 다각도의 방법을 알아봤으나 은행측에서는 전임 행장이 조치한 일이고, 법원 판결문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묵시적으로 법적인 대응을 해달라는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조근철 CIO는 지난 2014년 1월 선임돼 9월 해임까지 약 8개월동안 국민은행 CIO직을 수행했다.

주전산기 전환과 관련 당시 조근철 CIO는 ‘의사결정’ 보다 ‘수행’ 쪽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중이었다.

2014년 1월, 조근철 CIO는 은행 CIO에 선임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주전산기 전환을 하고 말고는 이미 논외”라며 “사업자 선정 등 매끄러운 일정을 수행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주전산기 전환 사업은 이미 결정됐고, 조근철 CIO는 사업을 수행하는 역할만 맡았다는 것이다.

이건호 전 은행장과 정병기 당시 감사가 주장하는, 조근철 CIO의 허위보고, 이로 인한 업무방해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미 김재열 전 지주 CIO의 무리한 은행 사업 개입이 밝혀졌기 때문에 조근철 CIO의 명예회복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IT본부가 제출한 ‘경영감사부 감사결과에 대한 IT본부 의견’에서도 은행 IT본부의 절차상 보고 및 고의누락 의도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어 이번 소송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本紙 2014년 7월 7일자 [단독]국민銀 “주전산기 전환 ‘IT본부’ 보고서 왜곡없었다” 제하의 기사 참조>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임 행장의 과오는 지금 행장이라도 바로 잡아야 조직운영의 원리가 제대로 서게 된다. 조근철 CIO에 대한 명예회복은 1000여명이 넘는 IT본부 직원들의 명예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어 소송보다는 은행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B금융그룹은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선임 후 서금회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루고 있다.

박지우 신임 사장은 지난해 은행 부행장 시절, 주전산기 전환 관련 지주 입장을 지지했다가 ‘경징계’를 받았고, 윤종규 행장이 선임된 후 사표를 내고 은행을 떠난 바 있다.

당시 지주사 윤웅원 부사장도 경징계를 받고 KB금융을 떠났지만, 복귀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이 자회사 사장에 박지우 전 부행장을 염두에 뒀다면 당시 상표를 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부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박지우 신임 사장이 과거 서금회 회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고, 주택은행 출신 박지우 사장 부친의 금융권 영향력 등이 이번 선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박지우 사장은 되고 조근철 CIO는 안 되는” KB금융그룹의 이상한 논리에 비아냥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