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윤종규 행장이 IT투자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은행 IT본부 전체가 적지 않은 고민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말, 국민은행은 한국IBM과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BMC’ 배치자동화 솔루션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난해 11월 OIO 계약을 위해 접수한 견적에서 BMC소프트웨어가 제안한 가격이 기존 7년 100억원대에서 크게 올라 5년 300억원(VAT 별도)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IBM 메인프레임 OIO 연장을 1400억원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3rd SW인 배치자동화 솔루션 ‘콘트롤-엠(Control-M)’ 견적이 300억원이 넘게 접수돼 계약 체결을 미뤘다는 게 국민은행측 설명이다.

8일 국민은행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이 계약하지 못한 ‘배치자동화 솔루션’을 놓고 최근 CA 솔루션 대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국민은행은 한국CA 그리고 CA 본사 소속 엔지니어 2명으로부터 약식 제품 설명회를 가졌다.

현재 CA는 5년 계약을 조건으로 60억원 안팎으로 가견적 제안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고, 국민은행은 교체비용까지 합해 100억대를 예상중이다. BMC 제안가격의 1/3 수준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BMC 콘트롤-엠이 지원하지만, CA ‘워크로드 매니저’에는 없는 일부 기능은 IBM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놓은 상태다. IBM은 무상지원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주전산기 전환 상황과 꽤 흡사해 보인다. 7년전 일괄계약으로 BMC 재계약 시한이 오는 8월로 임박한 점, 경쟁솔루션을 앞세워 BMC를 압박하는 전략이 닮은 꼴이다.

물론 이같은 전략이 현재 운영중인 BMC ‘콘트롤-엠’을 전면 개편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BMC 소프트웨어가 ‘300억 견적’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BMC는 파국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신규 장비를 도입했고, 5년후 사용하는 CPU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BMC 요구가 터무니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도 국민은행 입자에서는 1400억원대 OIO 계약을 체결했는데 단위솔루션을 300억 이상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사업을 놓고 각종 악의적 소문이 윤종규 행장을 괴롭히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호남출신 인맥, 은행 및 BMC 소프트웨어 출신 ‘외곽’인사들이 윤종규 행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호남출신 인맥으로 청호컴넷 전 사장을 지낸 A사장, KB카드 CIO를 역임한 B상무 등이고, 옛 주택은행 출신 인사로는 현재 BMC 소프트웨어를 납품중인 국내회사 C회장, BMC 출신 모 회사 D사장까지 나서 물밑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인 점은, 이같은 외부 움직임에 대해 현재 김기헌 부행장을 비롯한 IT본부의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윤종규 은행장에 대한 외곽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자칫 지난해 주전산기 전환과 같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MC ‘콘트롤-엠’ vs CA ‘워크로드 오토메이션’ = 국민은행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BMC의 ‘콘트롤-M(CONTROL-M)’과 CA의 ‘워크로드 오토메이션’ 제품은 은행의 배치성 업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은행이 이 솔루션을 도입하면 ‘작업 정의->스케줄 정의->작업의 실행->통합 모니터링->에러 작업 처리->리포트 출력 등 일련의 배치 작업 흐름 관리 기능 제공받을 수 있다.

배치자동화 또는 업무자동화라고 불리며, 이 솔루션의 자동화 기능을 통해 은행은 ▲사용자 조작 실수의 최소화 ▲배치 작업들 간 연관관계의 보장 ▲현실성 있는 다양한 스케줄링 기능 ▲통일된 모니터링 인터페이스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논란이 된 BMC 외에 CA, IBM, 히다찌 그룹 계열 LG히다찌가 관련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대규모 스토리지 교체까지 검토중인 국민은행 윤종규號가 외곽의 압박을 견디고 어떤 합리적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