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전산기 교체 논란을 불러온 국민은행(은행장 윤종규)이 연초부터 불공정 논란과 함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휩싸였다.

22일 국민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이 발주한 ‘ALM시스템(자산•부채 종합관리시스템) 재구축’ 사업이 KB데이타시스템 참가로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제안요청 일정 오류 ▲오라클 이슈 ▲평가위원 논란 등으로 압축된다.

국민은행 ALM 재구축 사업 관련 제안요청서는 지난 9일 입찰공고와 함께 배포됐다. 그러나 제안요청설명회가 16일에 이뤄진 것.

통상 제안요청설명회는 입찰공고 후 1~2일 이내 이뤄지고 이 자리에서 제안요청서를 배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제안요청설명회는 6일이 지나 15일 이뤄졌고, 그 다음주인 이번주 월요일(19일) 제안서가 접수됐다.

제안서는 KB데이타시스템, SAS코리아 2개사가 접수했다.

물론 제안요청설명회를 통해 제안서 내용이 크게 수정되지는 않았으나 제안서요청서 교부부터 제안서 접수까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논란을 몰고 오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홍보실은 공식입장을 통해 "입찰공고를 금요일에 내다보니 은행 영업일 기준 3~4일 확보가 필요했다. 여타 다른 중소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는 생각에 제안요청설명회를 15일에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오라클 ‘옵사(OFSA, Oracle Financial Services Applications)’ 논란도 확산 중이다.

국민은행 ALM 재구축 배경은 2002년 구축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 외에 오라클 라이선스 이슈 해소도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ALM 애플리케이션으로 오라클 ‘옵사’를 사용중이었다.

지난해, 오라클은 자신들의 라이센스 체계가 변경됐다는 이유로 국민은행에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오라클과 오라클 협력사간 대금지급 과정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오라클 요청대로 ‘라이선스 대금을 지급해 왔다’고 맞섰고, 오라클은 추가비용 3억원 이상을 더 요구하며 두 회사간 적지 않은 갈등이 촉발됐다.

은행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오라클 옵사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과 함께 새 시스템 구상에 나서게 된다.

제안요청서에도 패키지 교체사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며, 이같은 은행 현업의 니즈를 적극 요청한 바 있다. <그림1 ‘국민은행 ALM 재구축 패키지 교체 사유(일부발췌)’ 참조>

▲ 그림1 ‘국민은행 ALM 재구축 패키지 교체 사유’

문제는 이번 제안과정에서 KB데이타시스템이 오라클 옵사로 제안했다는 점이다.

가령 KB데이타시스템이 ALM 사업 주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당초 은행측의 오라클 개편 전략에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오라클은 우선, 지난 2014년 라이센스 이슈가 불거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당시 그 논란은 없었던 일로 정리됐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국오라클은 해명을 통해 현재 국민은행이 사용중인 제품이 옵사 전 모듈이 아닌 옵사 기능 중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에서 현재 사용중인 제품은 '오라클 리스크 매니저(Oracle Risk Manager)' 제품이라고 밝혔다.

계약서에도 '오라클 리스크 매니저'로 돼 있고 이 기존 제품(Oracle Risk Manager)이 여러 가지 레귤레이션 기술 요건 및 기능 개선 요구가 발생, 국민은행이 개편을 추진중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국오라클은 “이번에 제안한 제품은 국민은행 고객의 요건에 맞는 제품이다. 오라클 파이낸셜 서비스 애널리틱스 애플리케이션(Oracle Financial Service Analytical application) 제품군에 내장된 에셋 리어빌리티 매니지먼트(Asset Liability Management) 제품을 제안중”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라이센스 이슈는 해소됐고 제안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특혜시비는 없다는게 한국오라클의 설명이다.

현업 2, IT 6, 정보보호부문 2명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도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 중이다.

국민은행 ALM 구축사업은 재무기획본부 현업 주도 사업으로, 이번 사업에 IT부문 평가위원이 불필요하게 많이 포진했다는 점까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KB데이타시스템 수주가 유력하고, 윤종규 회장이 벌써부터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국민은행 홍보실은 서금회 논란 관련 "KB금융그룹 안에서 KB데이타시스템 비중은 낮은 편"이라며 "이번 사안을 서금회 논란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필요한 확대해석"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ALM 재구축은 어떤 사업 = 총 30억원 규모로 8개월동안 개발되는 국민은행 ALM 재구축은 ‘현업 요구사항 및 외부 감독기관의 규제 등에 원활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유동성관리를 핵심 지표로 내세우는 바젤III 대응을 목표로 하는 이번 사업에는 ▲시스템환경 개선 - 서버, 스토리지, DBMS, 스케줄러 등H/W, S/W환경 재구축 ▲바젤3 유동성지표(LCR/NSFR) 관리시스템 구축 ▲ALM 리스크측정 시스템 재구축(기존 측정시스템 마이그레이션) ▲ALM리스크지표 및 NII/NIM 시뮬레이션 기능 개선 ▲ALM현상분석 보고서 작성시스템 개발(기존 보고서 시스템 개선) 등이 포함됐다. <그림2 ‘국민은행 ALM 재구축 목표시스템 구성’ 참조>

▲ 그림2 ‘국민은행 ALM 재구축 목표시스템 구성’

은행측은 이를 통해 정량적(업무프로세스 개선 및 재무 이자이익 증대), 정성적(시스템운용 안정화, 대외 규제지표 원활한 대응) 효과를 기대중이다.

정량적 기대효과는 현행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운용 효율화(배치프로세스 자동화 및 수기작업 비충 축소를 통한 업무 운용 효율화), 시뮬레이션 등 신속하고 정교한 재무정책 지원으로 이자이익 최적화(NIM 관리정책 지원 강화를 통해 연간 이자이익 증가 예상) 등으로 요약된다.

정성적 효과 관련, 은행측은 시스템 안정성 강화(서버 노후화로 인한 작동 오류위험 방지 및 개발서버 구축을 통한 현업 요구사항 적극 대처 가능), 대외 규제지표 대응 원활화(일단위 LCR 등, 현 시스템으로 대응 불가능한 바젤 3 신 규제지표 대응기반 마련, 수기작업 최소화를 통한 대외 착오보고 위험 방지, 지표별 시뮬레이션 기능 탑재로 선제적이고 안정적인 규제지표 관리 가능)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