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구조조정이 가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메리츠종합금융증권(대표 최희문, 김용범, 이하 메리츠증권)이 IT부문을 코스콤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상 아웃소싱 가능성이 높은 이번 검토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지 2년 4개월 그리고 메리츠금융정보시스템 해체 만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논란이 확산중이다.

14일 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비용절감을 화두로 코스콤에 IT부문 아웃소싱을 적극 추진중”이라며 “김용범 대표는 지주 사장 겸 메리츠 증권 사장을 겸임 중인데, 아웃소싱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다른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인소싱과 아웃소싱 모두를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행 규정에 문제 없어 = 우선,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관련 법에서 대형 증권사의 이같은 제3자 위탁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및 전산설비 위탁에 관한 규정’ 제4조 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인가 등을 받은 업무를 영위함에 있어 정보처리가 요구되는 경우, 이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질서를 위반한 자 등에 전산설비 위탁을 엄격히 금하면서도, 코스콤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예외로 두고 있다.

즉 코스콤은 한국내 금융회사 IT설비를 위탁받는 데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고, 메리츠증권 역시 코스콤을 포함한 제3자 그 누구에게도 전산설비 위탁이 가능하다.

◆IT아웃소싱 얘기 왜 나왔나 = 메리츠증권이 IT아웃소싱을 추진하는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증권업계 구조개편 분위기 속에 생산성 측면을 크게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증권업 특성상 IT리소스를 많이 차지하는 고객은 저(低)수익 고객”이라며 “자산운용 쪽에 비중을 두는 메리츠증권이 고정비용을 가변비용으로 구조개편화 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증권업은 보통 매매중개(소위 브로커리지)와 기관영업(IPO 등) 그리고 고객의 자산을 맡아 불려주는 자산운용업 등으로 구분된다.

메리츠증권이 IT아웃소싱을 검토하는 점은 이 ‘자산운용’ 부문 확대와 비용절감 두 토끼 잡기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해석은 아이엠(IM)투자증권 인수 관련이다.

현재 메리츠증권 정보시스템본부 인력은 약 55명 가량이다. 아이엠투자증권 IT인력 16명이 합해지면 70명이 넘는 인력 구조다.

여타 증권사보다 인력수준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김용범 대표 등 경영진은 이 역시 ‘비용’으로 보고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게 이번 아웃소싱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해석을 덧붙여 보면, 각종 금융사고 등에 따른 규제강화도 아웃소싱 검토 배경이라고 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는 늘고, IT부문 책임성을 더 강화되고 있다”며 “메리츠증권과 같은 100명 이하의 조직은 이같은 규제를 일일이 챙겨보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난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저수익 고객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아까운데, 각종 규제로 대표이사 책임까지 떠안는게 적지 않은 부담이고, 코스콤 파워베이스 이전 검토의 배경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코스콤의 입장이다. 사실 메리츠증권과 같은 거물급 증권사가 ‘파워베이스’ 회원사로 들어올 경우 코스콤이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공기업 구조의 코스콤 역시 ‘방만경영’ 등 지적을 받고 있어 메리츠증권 인력를 모두 떠안기에는 부담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회사, 비난 ‘봇물’ =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2년 8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했다.

업계에서는 아무리 ‘비용절감’이 화두라고 해도 신시스템 가동 2년만에 아웃소싱을 검토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들어간 비용이 적어도 400억원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IT아웃소싱 검토가 그 비용까지 상쇄할 수 있는 지 여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잦은 조직변경에 따른 메리츠증권 정보시스템본부 인력의 피로도 및 충성도 저하 문제는 자칫 IT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한 임원은 “이제는 기업운영에 있어 IT를 비용으로 해석해서는 기업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코스콤으로 이전이 얼마나 비용절감될지 명쾌하지 않다면, 차세대 가동 능력을 극대화해 IT부문을 경영의 핵심축으로 성장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 CIO는 이어 “IT활용 능력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제 IT는 산소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코스콤 파워베이스 이전을 포함한 IT아웃소싱 논의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