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이상거래탐지 관련, 시스템 구축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발생한 농협 텔레뱅킹 1억 2000만원 인출사고 이후 기술적 또는 방향성에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에서 발생한 1억 2000만원 무단 인출 사건으로 현재 제안요청서에 나온 개발요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IT 업계 한 전문가는 “다양하고 지능화된 사기패턴의 적발을 위해서는 단순 단말정보나 일부 거래정보를 활용한 일부 시나리오로는 적발이 불가능하다”며 “다양한 거래정보의 분석을 기반으로 선행거래, 반복거래, 거래패턴까지 고려한 다차원 접근의 시나리오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의심거래를 빅데이타 분석 기법 활용을 통한 FDS모형개발 그리고 사전 의심거래를 예방하는 차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권의 이상거래탐지 대응이 IP, MAC 어드레스 위변조 등과 같은 외부 단말정보에 의한 적발, 또는 이미 적발된 대포통장을 블랙리스트(Black List)화 해 그 계좌로 거래가 이어지는 경우 적발을 해내는 식의 단순한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최근의 사고사례들과 같이 정상적인 고객거래로 위장해 소액을 반복적으로 빼돌려 금융회사의 탐지시스템을 기만하는 식의 지능화되는 사기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수협 RFP를 분석해 보면 = 이같은 측면에서 지난 11월말 나온 수협중앙회 제안요청서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제안요청서 ‘수협중앙회 FDS(이상금융거래탐지) 구축 RFP’는 기본적으로 금융보안연구원의 기술가이드를 준수하라고 명시돼 있어 큰 하자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3가지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FDS 적용채널이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텔레뱅킹만 대상이기 때문에 CD/ATM 기기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탐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뱅킹의 거래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터넷뱅킹에서 대포통장에 대한 감시여부를 조회거래를 통해 사전 테스트하고 CD/ATM를 통해 이체 및 인출을 시도하는 식의 사기패턴은 탐지할 수 없다.

물론 수협 제안요청서에는 추후 확장을 고려하라는 멘트가 있으나, 기본 요건에 빠져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단말정보수집시스템’ 연동을 통한 이상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대상거래를 확보해야 하는데, 수협 RFP에는 이같은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협에 구축된 ‘단말정보수집시스템’은 IP, MAC 어드레스(Address) 등의 단말 관련 정보와 일부 거래 관련 정보(ID, 고객명, 계좌번호 정도)만 수집되는 시스템이다.

거래금액, 거래종류, 신규계좌여부 등 구체적인 거래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경우 단말정보와 단순 거래정보에 한정된 단순 시나리오 적용만 가능하다. 

단말정보수집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거래 관련 정보를 추가해 수집할 수는 있지만, 사전거래, 반복거래 등을 고려한 다각적인 시나리오 적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거래정보의 수집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24시간 감시체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영업시간 내 담당부서의 운영 이후 새벽 시간대에 콜센터 등을 연동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구축에 대한 언급이 없다.

수협 제안요청서에는 담당자 및 상담자에게 SMS 통보 요건은 있는 상태.

그러나 포괄적인 24시간 감시체제 구축은 부족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즉각적인 이상거래의 차단뿐 아니라 의심거래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도 같이 병행돼야 효율적인 사기방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프로세스(상세조회, 추적조회 등)가 갖춰져야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