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과 우리FIS(대표 김종완)의 인적 통합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17일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12월말까지 은행장 인선이 예정돼 있고 그 이후 조직개편 등 변수가 많아 우리FIS 인력 통합 논의는 차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FIS는 당분간 기존 우리은행 서비스 지원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운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상대적으로 우리FIS의 고용불안 상황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이 발목잡아 = 우리은행이 우리FIS 통합을 검토한 배경은 ◆비효율 제거를 통한 생산성 향상 ◆지주사 은행 통합에 따른 전자금융감독규정 준수 등이었다.

우리FIS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우리FIS 통합은 감독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지만, 비효율 제거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이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IT업무 개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왔고 은행 현업의 불만이 적지 않게 노출돼 왔다.

과거, 이팔성 회장, 권숙교 대표가 각각 지주사, 우리FIS를 맡고 있던 시절에서는 회의시간에 잦은 고성이 오갈 정도로 우리금융 각 자회사와 우리FIS 사이 갈등이 깊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은행 현업이 원하는 방향의 IT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했고 불만은 쌓여갔다.

당시 우리FIS 연간 매출 2500~3000억원 중 우리은행이 지급하는 돈이 연간 2000억원을 상회하면서도 그 비용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물가상승율을 반영해 일정 비율로 ‘인건비’를 인상해 왔다.

은행 입장에서는 ‘서비스 질은 떨어지는데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 기형적 모델’이었고, 구조개편이 시급하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지속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이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개정됐고 이어 올 6월 ‘금융회사 정보기술 부문 보호압무’ 이행지침에 따라 ‘전산자회사 인력도 내부인력으로 완전히 인정’됐다.<그림 ‘금융회사 정보기술 부문 보호업무 이행지침(2014.6)’ 참조>

▲ 그림 ‘금융회사 정보기술 부문 보호업무 이행지침(2014.6)’

과거에는 IT인력 산정시 금융지주사를 제외한 금융회사의 경우 IT자회사 인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상주 외주인력으로만 인정받았다.

사실상 금융지주사 특혜 논란이 일었던 대목이다.

이를 개정한 6월 3일자 보호업무 지침에는 금융지주사, 은행 구분없이 IT자회사 인력도 ‘전체 직원 대비 5% IT인력 보유 557룰’을 인정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같이 은행으로 통합돼 우리FIS 인력 700여명 중 재하청 인력 약 200여명을 제외하고 500여명이 IT인력으로 인정된 것이다.

◆감독규정 개정됐는데 은행이 서두를 필요 있나 =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징적으로 11월 1일 지주사-은행 통합을 기점으로 우리FIS를 통합하고자 여러 차례 의지를 보여왔다.

문제는 은행 인사부 정책, 우리FIS의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민영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

당장 민영화 일정은 내년 이후로 연기됐고, 이순우 행장은 약속했던 ‘민영화’ 과제를 남겨놓은 채 12월 31일 임기를 다하게 된다.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연말 우리FIS 통합은 일정부분 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측 판단으로 폴이된다.

또 우리FIS 내 의견이 통합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점은 은행이 인력 통합을 서둘러야 할 명분을 주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FIS 노조를 비롯한 경영진이 인력통합과 같이 중대한 협의내용을 직원들과 공유하지 못했고, 직원들 역시 각자 상황에 따라 은행 이전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우리FIS가 우리은행에 ‘인력통합을 서두를 필요없는’ 명분을 주고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파악한 우리FIS 직원들의 의중을 정확히 모르겠다”며 “그들이 정말 은행 통합을 원하는지…”라며 기자에게 의견을 물을 정도다.

게다가 인력통합의 칼자루는 은행이 쥐고 있는데, 우리FIS측이 은행 직원들과 형평성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를 지속 제기해 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예를 들어 직급 조정없는 수평이동, 일정 연봉 불이익은 감수해도 그 폭은 소폭이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 등이 은행을 불편하게 해 왔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팔성, 권숙교 이상한 권력구조’ 내에서 은행 서비스에 불만을 만들어 낸 조직이 은행 통합에는 ‘수평적’ 이동을 요구하는 상황을 은행측이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FIS는 당장 내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은행측에서 자연감소분(명퇴, 정년퇴직 등) 인력을 보충해주지 않을 가능성 그리고 인건비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위 우리FIS 스스로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나가는 지원도, 인력에 대한 배려도 없다는 초강수를 둔다는 얘기다. 대규모 인력감축 가능성 얘기도 들린다.

실패한 ‘셰어드 서비스 모델’로 애꿎은 우리FIS 우수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적지 않은 고통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