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IBM만 적극적이다. 지난 31일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사업 재추진 관련 주전산기 전환’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한국IBM(대표 설리 위-추이)만 제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제안금액이나 제안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고, 은행측은 재제안 입찰공고를 예고중이다. 역시 절차상 명분 쌓기에 불과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쓸만한 카드도 없이 황야의 협상을…” = 이번 국민은행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고 해도 개방형 표준계열 관련 국내 IT서비스 업체들 제안은 어려운 형국이다.

국민은행이 제안요청에서 밝힌 대로, 자동화 툴(티맥스소프트 제품 테스트 결과)을 활용한 ‘리호스팅’ 자동전환율이 크게 떨어지고, 현재 입찰 구조에서는 전환 비용이 OIO 비용보다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이제 사실상의 OIO 계약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지난 4월 14일 한국IBM 설리 위-추이 사장이 이건호 전 행장에게 보낸 이메일 견적이 현재도 유효한지 여부와 이번에 제안한 금액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에 달렸다.

업계에서는 4월 이메일 견적을 현재도 유효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지난 10월 31일 IBM 견적만 유효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추론은 과거 우리은행 사례에서 IBM은 견적에 기간을 설정해놓고 그 기간안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IBM 회사차원의 제안이나 올 4월 설리 사장의 제안은 이같은 기간의 한정을 둔 견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리호스팅’ 칼자루를 쥐고 IBM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했던 애초 계획에서 ‘쓸만한 카드없이 IBM에 끌려가는 협상’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은행이 재입찰 공고를 재고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LG, SK 제안을 염두에 둔 IBM의 제안을 유효화하고 현재 제안내용을 입찰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경쟁 구조 속의 IBM 제안이 가격견적이나 제안 내용에서 국민은행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14일 설리 위-추이 사장 제안을 반추해 보면… = 그렇다고 IBM이 작년 11월 견적 그리고 올해 4월 설리 사장 견적와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나는 제안에 나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10월 31일 ‘IBM 견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은 곳곳에 있다.

2013년 11월 11일 국민은행 제22차 경영협의회 보고 자료를 분석해 보면 IBM은 은행-카드 OIO 비용으로 총 1567억원을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여기에 스토리지 교체 및 증설비용 478억원 등을 합산, 메인프레임 유지비용으로 총 2045억원 투입을 예상했다.

4월 14일 설리 위-추이 사장은 이메일 제안을 통해 ▲총 73개월(약 6년간)간 1540억원(스토리지 비용 제외) ▲Non-IBM SW 4종 중 2종 무상제공 ▲메인프레임 22대→13대로 구조변경 등을 제안한 바 있다.

IBM은 아울러 스토리지 증설 및 교체비용 330억원을 합해 총 1870억원을 투입 비용을 예상했다.

당시 은행측은 73개월 기간을 60개월로 보정하고 Non-IBM SW 비용 244억원 그리고 IBM의 메인프레임 22대→13대 변경 제안에 따른 BMT 비용 60억원을 합해 총 1950억원의 OIO를 예측했다. <그림 ‘한국IBM의 OIO제안내용 및 국민은행 수정 내용’ 참조>

▲ 그림 ‘한국IBM 셜리 위 추이 사장 OIO 제안내용 및 국민은행 수정 내용’

물론 이같은 내용 관련 국민은행 IT본부는 감사부서가 적지 않은 논쟁을 벌였고 사태가 악화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 10월 31일 IBM의 제안은 이같은 과거 제안내용에서 큰 폭의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IBM도 국민은행 계약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이같은 가격구조가 공개된 상황에서 작년 우리은행 OIO, 교보생명, 대한항공 등 여타 메인프레임 사용고객과 형평성 문제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한국IBM이 국민은행과 저가로 계약에 나설 경우, 이들 메인프레임 사용 고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고 이 문제가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의 다른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국민은행 OIO 계약. 밀실에서 조용히 처리하기도,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알리기도 애매한 형국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