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 후 임영록 KB지주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한 상황이고 검찰은 당초 조사부 사건을 특수부로 옮겨 ▲임영록 회장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 외압행사 의혹 ▲김재열 KB금융지주 CIO 비리정황 등을 캐볼 예정이다.

<BI코리아>는 임영록 회장과 김재열 CIO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검찰이 어떤 정황을 수사할 지에 대해 심층 분석해 봤다.

◆올 1월 태도가 돌변한 임영록 회장 = 14일 국민은행과 공익제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영협의회 전후까지 임 회장은 은행 주전산기 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해 왔다.

은행 경영리스크가 크게 높아질 수 있고, 11월 전후 한국IBM 제출 견적이 현재 운영하는 비용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리호스팅 방식은 향후 잠재적 신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이중투자가 될 수 있고 개방형 표준계열을 운영중인 주요 은행들이 소소한 장애로 적지 않은 고전을 겪는다는 점도 임영록 회장이 리호스팅 방식을 반대해 온 배경이 됐다.

그러나 1월 설 명절을 전후해 임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임 회장의 방향 전환에는 주요 시중은행이 개방형 표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게 없다는 점과 주전산기 교체 일정에 맞추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IBM에게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SI업체에게 전가하면 된다는 김재열 CIO 보고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이후 임 회장은 ‘주전산기 전환 추진’을 지시하게 되고 이후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2014년 3월초까지 주전산기 전환에 필요한 용량산정 등 나선 국민은행은 더불어 주요 업체에게 사전 견적을 요청해 4월초 LG CNS(1998억원), 한국오라클(2174억원), 한국HP(2315억원), SK C&C(2482억원), KB국민데이터시스템(2969억원) 등으로부터 견적가를 접수한 바 있다.

업계 추론에 따르면, 이건호 행장이 검찰에 제출한 내용은 올 1~3월 기간동안 지주사 ‘리호스팅 추진’ 입장변화에 김재열 CIO 허위보고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호 전 행장, 3~4월 사이 정홍원 총리 만난 듯 = 이번 사건을 검찰이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점은 일부 정치권 개입 의혹이 짙다는 추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지난 3~4월 사이, 이건호 전 행장이 정홍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주전산기 전환’ 언급이 있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영록 회장, 김재열 CIO가 동석했을 것으로 추론되는 이 면담자리에서 정 총리는 이건호 전 행장에게 “IT부문에 큰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좋은 국내 회사랑 잘 하셨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호 전 행장은 개별은행의 IT투자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서 다소 불쾌한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특히 정 총리와 김재열 CIO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점에서 이건호 전 행장이 일종의 ‘외압’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추론이다.

IT업계에서는 아울러 정 총리가 언급한 ‘국내 회사’의 성격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에 참여하는 SI업체가 아닌, 김재열 CIO와 친분이 있는 M사, G사 등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김재열 CIO가 주전산기 전환 관련 다국적 IT기업 H사, O사, C사 그리고 앞서 언급된 M사, SI 업체 S사 등과 함께 5인회 또는 6인회를 결성했다는 업계 추론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물론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언급된 이들 IT기업과 김 CIO 사이 ‘특별한’ 거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IPT 사업까지 조사하나 = 그러나 검찰이 특수부에 이번 사건을 배당한 데는 임영록 회장과 김재열 CIO가 국민은행 IT사업 관련 비리 정황증거를 적지 않게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국민은행이 IPT(Internet Ptotocol Telephony)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재열 CIO 깊게 간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재열 CIO가 국민은행 및 KB지주 IPT 실무자에게 C사 네트워크 장비를 앞서 언급한 G사가 납품할 수 있도록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애초 영업이 된 C사 국내 파트너 C사가 아닌 G사가 중간에 끼어든 모양새였던 것.

이와 관련 김재열 CIO가 은행 등 실무자에게 외압성 발언을 한 ‘스마트폰 녹취록’이 남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과도 주사업자 KT에 C사 네트워크 장비는 G사가 납품하게 됐다.

따라서 검찰이 임영록 회장 사건을 조사부에서 특수부로 옮긴 배경이 ▲정홍원 총리 간여설부터 ▲임영록 회장 묵인하에 김재열 CIO가 지속적으로 은행 인사개입, 전산기 납품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로 사태가 확대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