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김 CIO 간여 5인회? 6인회 조사대상 ‘촉각’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검찰고발 사태까지 이어졌다.

지난 8월 27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은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 김재열 전무, 문윤호 IT기획부장, 국민은행 IT본부장 조근철 상무를 업무방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KB지주 임영록 회장,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 대한 경징계를 확정했고, 이건호 행장은 곧바로 조직개편을 통해 조근철 CIO를 해임하는 한편, 민영현 HR 본부장이 CIO직을 겸임토록 조치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김용재 IT기획부장를 대기발령하면서 ‘주전산기 변경 BMT TFT’를 맡았던 안방현 팀장을 IT기획부장 대행으로 발령했다.

◆검찰 고발 내용은 = 주요 언론 및 국민은행에 따르면, 검찰고발은 지난 4월 이사회를 통과한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과 관련, 기존 IBM 시스템을 교체할 유닉스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알고도 이를 이사회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8월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확인됐고 제재심의위는 검찰에 고발된 이 3명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지난 4월말~5월 중순까지 국민은행이 시행한 감사 내용은 ▲‘IBM 비공식 메일 제안과 관련 IT보고서 왜곡’ ▲‘전환리스크 고의누락’ ▲‘유닉스 전환 총 소요비용을 임의로 100억원 축소’ ▲‘BMT반영 예산이 3055억원에서 1898억원으로 축소’ ▲‘CPU 과부하시 안정성 테스트 미수행’ ▲‘성능, 용량 검증결과 왜곡’ ▲‘프로젝트 리스크 축소 및 왜곡’ ▲‘BMT 과정에서 검증하지 않거나 금융권에서 사용하지 않는 저가장비로 이사회 승인 예산을 편성’ 등으로 요약된다. <BI코리아 2014년 7월 7일자 ‘국민銀 “주전산기 전환 ‘IT본부’ 보고서 왜곡없었다”’제하의 기사 참조>

이건호 행장은 금융감독원이 이들 3명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검찰고발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이건호 행장이 임영록 회장에 대한 사실상 전면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는 한편 이번 검찰조사를 통해 김재열 CIO 퇴진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임영록 회장, 김재열 CIO 정조준說…5인회? 6인회 실체는 = 이번 검찰조사의 관전포인트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갈등 관련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재열 CIO의 주변에 대한 조사가 함께 이뤄질지 하는 대목이다.

즉, 지난해까지 주전산기 교체에 부정적이던 임영록 회장이 올 연초부터 ‘주전산기 교체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그 방향전환의 중심에 김재열 CIO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다.

이같은 정황은 김재열 CIO가 지난 2~3월 사이, 주전산기 교체 관련 주요 IT업체를 방문한 사실로 알려졌다.

김 CIO는 이 기간 동안 약 14개 업체를 방문,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업체들의 현황 등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굿어스 출신 지인로 알려진 M사 A씨도 자주 동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재열 CIO, A씨의 관계에 업계 의구심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M사는 지난 2009년 설립한 IT기업으로, 홈페이지에는 지난 2013년까지 글로벌 IT업체와 주요 파트너 등록 등 연혁이 나와 있다.

2014년 수주실적이나 글로벌 IT업체 파트너 등록 내용은 없다.

검찰조사가 확대될 경우, 이 M사와 함께 김재열 CIO가 주전산기 교체 관련 어느 정도 깊이로 간여했는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5인회 또는 6인회 모임과 그 실체, 그 모임이 주전산기 교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임인지 여부 그리고 로비의 흔적이 있는지 여부를 캐는데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 행장은 김 CIO가 주전산기 교체에 적극성을 보인 5~6개 업체 영업임원 등과 함께 자주 모임을 가졌다는 점과 이들 업체의 로비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고 그 정황도 상당부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약하면, 이건호 행장이 임원 3명을 고발한 이면에는 확보한 정황을 중심으로 김재열 CIO 퇴진을 압박하는 동시에 임영록 회장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엉겁결에 CIO로 선임돼 고작 6개월여 근무한 조근철 CIO만 희생양이 되는 꼴이다.

다만 검찰조사를 통해 조근철 CIO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무혐의로 결론 날 경우 조 CIO측의 해임 무효소송 그리고 금융감독원 중징계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산편성 과정의 금융감독원 간여 선례 남겨 = KB금융 주전산기 교체 갈등이 회장-은행장 갈등으로 표출돼 이슈가 됐지만, 또 다른 이면에는 ‘예산편성 및 사업결정 과정에 대한 금융감독원 개입’이라는 초유의 사례를 남기게 됐다.

통상 금융감독원 감사대상은 ‘사후’ 성격이 대부분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 중에 고성만 오가도, 의견이 달라 이사들 중 누군가 뛰쳐나가 감독원에 감사를 요청하면 언제라도 은행이 감사를 받아야 하나”라며 냉소적으로 금융감독원을 비판했다.

정보유출 사건,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 등 사후 조사는 감독원 당연 업무지만 사전 예산편성 과정에 금융감독원 감사는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간여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즉 정병기 감사 요청이라 해도, 금융감독원은 개별은행 내부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반려’하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회사 자율권을 존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수장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과 그들 갈등에 장단을 맞춘 금융감독원 꼴이 우습게 되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