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자라도 그렇지 어떻게 농협 IT 사람들의 평가결과를 폄훼해?”

과거 필자가 농협 IT본부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서 벌인 논쟁이다. 논쟁의 시작은 농협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티맥스소프트 프레임워크 선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필자는 법적 분쟁의 논란속에 있는 티맥스 제품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농협 IT본부는 충분히 기술검토 등을 거쳐 농협 차세대 IT개발에 적합한 제품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후 농협 차세대는 성공적으로 가동했고, 현재까지 프레임워크의 기능적인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프로프레임 2.0 제품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더 이상 배포가 금지됐다.

논쟁의 끝에 나온 이 말은 당시 기자를 적지 않게 당황케 했다. 농협 IT人들은 충분히 상식적이고, 필자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정밀하게 들여다 봤을 터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협 망분리 관련 논란이 적지 않다.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청와대 진정부터 각종 언론매체를 동원해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애초 제안요청서의 비공개 원칙에 동의해 놓고, 평가결과 공개까지 요구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니 만큼 이번 사업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억울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 극심한 IT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국산 업체들은 더더욱 아쉬운 점이 많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다만, 그렇다고 농협 IT人 전체를 모독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협 망분리 사업자 선정은 초기부터 각종 잡음에 시달린 사업이다. 국회가 나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명분을 동원했다는 얘기부터 CC인증 논란까지 지속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각종 투서가 난무하는 지경에 이른 농협 망분리 사업은 따라서 감사원 감사, 금융감독원 감사, 국회 농림식품위 감사 등에 시달렸고 결국, 사업초기 농협 망분리 실무 담당자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며 투명성 제고에 총력을 다했다.

주사업자 윤곽이 나오고 청와대에 민원이 제기되자 7월 25일에는 망분리 관련 농협 실무자 및 책임자, 한국MS 담당자가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에 불려가 소명을 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농협정보시스템이 아닌 LG CNS가 주사업자로 나섰으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보다 비켜갈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중앙회-조합 IT시스템 분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단말 유지보수 문제를 감안, 농협정보시스템 역할론을 배제하기 어려웠다는 고심이 보인다.

관계회사, 언론, 농협 전직원이 하루하루 농협 망분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떤 부정이 있었을까.

탈락한 업체들의 억울한 하소연에도 귀기울여야 하지만, 탈락한 업체들은 공정성 확보에 총력을 다한 농협 IT人들을 더 이상 모욕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토종 농협이 오죽하면, 외산 소프트웨어를 선택했을까.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