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BMS)이 그린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의 핵심 구성요소인 배터리의 고장을 실시간으로 진단해 불량품을 솎아내 그 수명을 연장해주는 BMS의 수요가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대형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UPS 사고의 85%가 배터리 때문 = BMS는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Battery Monitoring System), 배터리 성능관리 시스템(Battery Validation System), 배터리 노화진단 시스템(Battery Diagnostic System) 등 그 용어가 다양하다.

BMS가 전세계적으로 개발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이지만 국내에 본격 선보인 것은 2004년이다. BMS가 비로서 최근 들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그린 IT의 열풍 덕분이다. 전력 사용량의 측정 및 관리, 과스펙의 장비 도입 억제, 시스템 통합 및 가상화 추진, 에너지 사용의 고 효율화 등을 뼈대로 하는 데이터센터의 그린 컴퓨팅 실현에 배터리의 관리가 빼놓을 수 없는 이슈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배터리의 효율적인 관리가 과 스펙의 설비 도입을 억제하고 에너지 사용의 고 효율화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전력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비상전원시스템으로서 무중단 서비스의 핵심을 차지하는 UPS 사고 원인의 85%가 배터리의 불량 때문이라는 것. BMS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비상전원시스템은 UPS, 비상발전기,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서버나 스토리지 등 컴퓨터는 0.03초의 순간 정전이 발생하면 다운된다. 예비전원 역할을 하는 UPS는 1차 상용전원의 공급 중단시 0.004초 안에 가동된다. 비상발전기의 워밍업 시간이 15초 정도로 바로 전원을 공급하지 못하는 한계를 UPS가 해결하는 셈이다.

이처럼 즉시 전원 공급 역할을 하는 UPS에 연결되어 운영되는 배터리는 그 특성상 1개에 불량이 생기면 직렬로 연결된 전 배터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 개의 배터리라도 불량이면 전체 배터리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IDC나 공장 등에는 별도의 배터리룸을 갖추고 있는데 대형 데이터센터의 경우 그 배터리 수량이 몇 천대에 이르며 엄청난 면적을 차지한다.

◆실시간으로 배터리 고장 진단 및 수명 예측 =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배터리의 또 다른 문제는 언제 고장이 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관리해야 했는데 그동안에는 변형이나 냄새 등 외관검사나 정기적인 방전 시험 등 수동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수작업은 고전압의 오프라인 상태에서 시험하는 까닭에 위험하고, 인력에 의한 데이터 측정으로 에러가 상존했으며, 매년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자동 관리 방식인 BMS이다.

BMS는 저항 측정 기술과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전체 배터리 시스템의 전압, 온도, 전류, 저항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고장 진단, 수명 예측 등에 관한 데이터를 각종 리포트로 제공해준다.

이러한 BMS는 배터리에 직접 부착된 센싱 모듈과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제어 분석하는 주장치, 그리고 관리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BMS를 사용하면 배터리의 교체 주기를 늘려 그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터리는 주기적으로 전량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주기는 보통 4년이지만 “BMS를 쓰면 8년 정도로 교체주기를 늘릴 수 있다는 것. 배터리의 수명을 최대 2배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수명 2배 연장 = BMS의 이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납, 니켈 카드뮴, 니켈 수소 등 유해물질로 이뤄진 배터리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데다 배터리 제작에 드는 원자재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점도 주요 혜택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시스템을 적정 규모로 설계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BMS의 이점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는 실제 사용량 보다 많은 장비를 도입한다. UPS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30분 정도 운영할 수 있는 UPS를 도입해도 될텐데 2시간 정도의 배터리 백업 체제를 갖추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UPS는 5분 정도만 버티면 된다. 그렇지 않고 30분이나 2시간 정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UPS를 설계하는 것은 과잉투자”라면서 “외국에서는 이미 BMS를 활용해 저가의 소형 배터리로 적정 설계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BMS는 이러한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시중에서 가장 고가에 팔리는 BMS 제품의 경우 배터리 1개당 20만원에 육박, 총 180개의 셀을 도입할 경우 대략 3,500만원 정도이다. 업계 관계자는 “UPS 보다 BMS의 도입비용이 오히려 높은 고객사례도 있다”면서 “앞으로 그 수요가 급증해 대량 생산체제가 이뤄지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불과 5%만 도입, 시장 잠재력 무궁무진 = 현재 국내 BMS 시장은 극히 초기단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BMS를 도입할 만한 전체 고객 가운데 5%만이 구축한 상태”라면서 “그 시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BMS 시장의 공급업체는 비텍시스템, 파워트론, 에머슨, APC 등이 대표적이다. 비텍시스템, 에머슨, APC 등은 외산 제품을, 파워트론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텍시스템은 지난 2004년 말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곳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비텍시스템의 주력 제품은 대용량 UPS용인 BVS-S5이며, 2009년 7월 현재 고객사는 70여개에 이른다.

비텍시스템 측은 “지금까지 국내에 공급된 BMS는 배터리 셀을 기준으로 총 8만여개”라면서 “이 가운데 비텍시스템이 7만여개를 공급했다”라고 주장했다. 8명 규모의 비텍시스템은 2008년에 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00% 간접판매를 하는 비텍시스템의 비즈니스 파트너사는 크레디트라인, 컴텍S&C, 아이티서비스, 씨텍컴 등 총 8개이다. 비텍시스템은 이러한 비즈니스 파트너 외에 설치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협진통신 등 협력사를 두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대우증권, 농협, 국민은행, 두산그룹 IDC,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범정부통합전산센터 등이다.

비텍시스템은 올해 10월경에 소규모 UPS용 BMS 제품으로 Cell Q를 발표해 은행 점포 등 소규모 UPS 시장의 본격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비텍시스템이 시장 주도, 파워트론, 에머슨, APC 등 참여 = 파워트론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배터리 노화진단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로 산업자원부 신제품 인증 마크인 NeP를 획득했다. 주력 제품은 중대형 시스템인 iPQMS, 중형 시스템인 BDS/pro, 소형 시스템인 BDS/i-com 등이다. 여기에다 휴대용 노화진단측정기로 IBEX를 공급하고 있다. 파워트론 측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플 제거 알고리즘을 탑재해 측정의 정확성을 높였으며, 배터리 센싱선의 최소화로 안정성을 향상시킨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파워트론의 주요 고객사는 KT(17개 국소),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40개 변전소), (주)카프로 울산공장,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전력관리처/서울전력관리처/제천전력관리처, 한국서부발전 청송양수발전처, 한국남부발전 청평양수발전처,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처, 공군(청주), 부산시청, 한국철도공사 등이다. 이밖에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수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1984년에 설립된 파워트론은 2000년 한국통신공사 지원과제인 축전지 열화진단 기술의 개발을 계기로 BMS 시장에 참여한 개발 및 제조 업체로, 2009년 1월에 제품 영업 및 서비스 전문 회사로 파워트론 S&S를 설립한 바 있다.

에머슨은 UPS와 쿨링 등 데이터센터 설비 솔루션에 주력하는 업체로 2004년 알버(Alber)라는 업체를 인수해 BMS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머슨은 최근 데이터센터의 핵심 이슈인 그린 데이터센터의 구현방안으로 BMS 솔루션으로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며, 고유의 에너지 절감 방법론인 ‘에너지 로직’을 앞세워 전력비용을 절감해주는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머슨이 지금까지 확보한 BMS 고객사는 롯데정보통신, 삼성SDS, UBS(외국계 증권사), 하나로통신 등 5개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의 공급에 주력하는 APC는 Cell Watch와 APC 배터리 관리시스템 등 2가지 BMS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Cell Watch는 과거 APC가 인수한 MGE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 실적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APC는 올해안에 APC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발표하고 본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