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유출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시중은행이 창구보안부터 보다 정교하게 챙겨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감독기관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만큼 불필요한 정보를 기재하는 서류를 줄이고, 비밀번호 보안을 위해 도입한 핀패드는 덮개를 활용해 보안성을 크게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은행에서 사용중인 덮개가 없는 핀패드. 창구보안 강화를 위해 이 핀패드에도 덮개르 씌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덮개 없는 핀패드, 있으나 마나 = 우선, 은행들이 고객의 비밀번호 보호를 위해 도입, 운영중인 핀패드 보안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권 핀패드는 약 14만대(시중은행 8만대, 지방은행 6만대 정도로 추산) 정도로, 보험이나 증권사 등 제 2금융권 핀패드 수량 약 2만대를 합해 국내 총 16만대 규모를 운영 중이다.

16만대 규모 중 ‘덮개를 씌워 보안성을 유지하는 핀패드’는 수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비밀번호 보안을 위해 도입한 ‘핀패드’가 덮개가 없다는 점은 사실상 창구보안이 허술하게 적용된다는 허점을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고객 민원에 의해 출발했음에도 은행들이 입찰 등을 거치며 최저가를 고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경, K은행 창구에서 CCTV나 주변에 의해 비밀번호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민원이 발생함에 따라 일부 ‘덮개가 있는 핀패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H은행에서는 지난 2012년 똑같은 이유로 민원이 발생했지만, 입찰 책임자들이 최저가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덮개가 �榴� 핀패드’를 사용 중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안커버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덮개 없는 제품이 선정된 것 같다”며 “올해 도입분부터 보안커버를 기술검증 기준에 산입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핀패드는 ATM기와 달리, 숫자 키패드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비밀번호 입력 패턴만으로 타인에게 손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데이터 보안을 강화해도 현장에서 비밀번호가 노출되면 소용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금융당국에서는 ‘보안커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침을 통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라며 “좌우옆면, 앞면, 윗면 등 4면이 보호될 수 있는 핀패드 도입을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금융정보 수집 제한 ‘거래신청서 다원화부터’ =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책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은행들의 창구 업무프로세스를 보면, 1~2개 거래신청서로 많은 거래 및 개인정보를 수집, 처리하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개별 은행에서 운영하는 문서의 양식은 약 3000여 가지. 내부 프로세스 처리를 위한 서식을 뺀 창구에서 대고객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양식은 수십가지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표까지 포함한 숫자로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 거래를 신청하는 양식은 3~4가지에 불과하고, 여기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모두 기입하도록 유도하거나, 개인정보활용 동의에 무조건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는 창구에서 계좌 하나 만들었는데, 대출, 카드 등 마구잡이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 등에 시달리게 된다.

고객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창구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 박근영 IT기획부장은 “거래신청서를 거래의 성격에 따라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수신용, 여신용, 카드 발급용, 외환용 등 하나하나 세분화하지 못해도, 성격에 맞는 문서양식으로 그룹핑해서 필요한 개인정보만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즉 고객정보 수집에 필요한 별도의 정보 수집 및 징구 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좌를 개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계좌개설에 필요한 ‘필수정보’만 받고, 향후 마케팅이나 캠페인 활용에 필요한 서류는 고객 동의를 얻어 한 장 더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을 채택할 경우, 무턱대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도록 의무화한 현행 창구업무 처리가 보안성이 강화된 방식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개인정보 보호. 거래신청부터 핀패드 등 소소한 창구의 기본 보안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금융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