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수익사업 정리도 본격화

지난주, 국내외 IT업계를 뒤흔든 이슈 중 하나는 IBM의 x86 사업 매각이다.

2013년 3분기부터 소문으로 나돌던 매각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는 ‘올것이 왔다’는 탄식과 함께 향후 IBM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매각 내용은 = IBM은 레노버(Lenovo)와 IBM x86 서버 사업의 매각을 위한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러 총 23억달러의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계약에는 시스템 x, 블레이드센터, 플렉스 시스템 블레이드 서버와 스위치, x86 기반 플렉스 통합 시스템, 넥스트스케일(NextScale)과 아이데이터플렉스(iDataFlex) 서버 및 관련된 소프트웨어, 블레이드 네트워킹과 유지보수 업무 등이 포함된다.

레노버와 IBM은 향후 IBM이 제공하는 엔트리급 및 미드레인지급 스토와이즈(Storwize) 디스크 스토리지 시스템, 테이프 스토리지 시스템, GPFS(General Parallel File System. 병렬 파일 시스템) 소프트웨어, 스마트클라우드 엔트리 그리고 시스템 디렉터(System Director)와 플랫폼 컴퓨팅 솔루션 등을 비롯한 IBM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일부의 판매를 위해 글로벌 OEM과 판매대행 계약을 포함하는 전략적 관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 매각 협의가 완료되면 레노버는 고객 서비스와 유지보수 사업을 맡게 되며, IBM도 당분간 레노버를 대신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롤리, 상하이, 센젠, 타이페이 등 주요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약 7500명의 IBM 직원은 레노버로부터 고용 승계를 이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z 메인프레임, p시리즈 기반 파워 시스템, 스토리지, 파워 기반의 플렉스 서버, 퓨어 애플리케이션과 퓨어데이터 등 어플라이언스 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매각 발표는 최근 IBM이 새로운 IBM 왓슨 그룹 설립에 10억 달러 이상을 그리고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역량을 위해 전세계 5대륙 15개국에 걸쳐 40개 데이터센터까지 확대하기 위해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는다.

◆주가관리, 글로벌 IBM 인려감축 가속화 예고 = x86 매각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 이뤄져 왔다.

배경은 ▲주가관리 ▲비수익 또는 저수익 사업 정리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 투자 강화 ▲구조조정 재원 마련 등으로 요약된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x86 매각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 제기돼 왔다”며 “IBM이 추구하는 고수익 사업, 즉 메인프레임 및 p서버 그리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등이 이번 매각 재원으로 적극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발표대로 IBM의 x86 매각은 우선 전면적인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또 현재 180~190달러에서 박스권 보합세를 유지중인 주가 역시 200~210달러까지 끌어올려 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고성장을 구가중인 x86이 저수익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재론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유닉스의 후퇴와 메인프레임의 저성장을 놓고 볼 때, 본격적으로 x86 공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전망중이다.

물론, 지난 2013년 상반기 IDC 발표를 놓고 보면 IBM x86은 HP, 델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 흐름이 x86 서버의 성장에 있다고 보면, 오히려 유닉스 계열의 매각이 적절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다른 IBM 관계자는 “레노버가 IBM과 완전히 별개의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손이 많이 가고, 볼륨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 노동집약적 측면에서 보면 x86은 IBM에게 계륵같은 사업이었다”고 밝혔다.

이 해석은 레노버를 통한 중국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 또한 IBM의 또 다른 ‘작전’이라는 것이다.

특히 HP가 중국내 총판을 겨우 1개 회사만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HP는 향후 중국기업 레노버를 상대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중국시장 내 ‘IBM’이라는 이름은 없지만, 소위 IBM 2중대 격인 레노버가 대신 이 시장에서 HP를 압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많은 SW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IBM은 공식발표대로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소프트레이어 인수같은 SW기업 인수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 IT아웃소싱 사업에서 한층 더 나아가 클라우드 역량 강화를 통한 고수익 사업을 펼치겠다는 게 IBM의 의지로 보여진다.

다만, 매출 및 수익을 통한 역량 강화가 아니라 매각을 통한 투자재원 마련이라는 점에서 ‘도박과 같은 투자’가 될 가능성을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x86 매각 재원으로 IBM이 작년부터 추진중인 구조조정 재원도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관리’과 ‘인력감축’ 두 토끼 잡기를 목표로 해 왔던 IBM은 2014년까지 조기퇴직 프로그램(ERP)을 통해 8000명 이상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IBM 역시 지난해 5월, 200여명의 퇴직자를 선별, 이중 70여명과 함께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80여명을 합해 약 150여명을 퇴직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원 마련으로 ERP 필요한 일정 부분의 자금도 마련됐다는 해석이다.

IBM의 x86 매각. 수년간 이어온 글로벌 IT경기침체의 결과일지, IBM의 새로운 시도로 글로벌 IT시장의 구조개편이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