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서 태블릿PC의 고속 성장 여파로 데스크톱PC 시장이 크게 잠식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4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해 총 8260만대에 그치며 7분기 연속 하락했다.

가트너는 HP와 레노버(Lenovo)가 지난 한해 동안 PC 시장 세계 1위의 자리를 놓고 접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레노버가 전세계 PC 출하량의 18.1%를 차지하면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위의 자리를 지켰다.

존전중인 중국 시장을 비롯해 레노버는 아태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HP는 출하량이 7.2% 감소했으며 미국과 남미에서 지역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출하량이 하락했다. <그림 ‘2013년도 4분기 전세계 PC 공급업체 별 출하량 추정치(단위: 대)>참조)

▲ 그림 ‘2013년도 4분기 전세계 PC 공급업체 별 출하량 추정치'

델(Dell)은 11.8%의 시장 점유율로 3위의 자리를 지켰다.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가 종결되면서 전략적 초점이 PC와 디바이스 쪽으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온 기업용 PC 시장을 넘어 특히 신흥시장에서 소비자PC에 집중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에이서(Acer)와 에이수스(Asus)는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 변동이 없었다. 두 회사의 4분기 실적은 전략적 초점이 태블릿에 있음을 증명했다.

가트너 키타가와 수석 애널리스트는 “에이서가 크롬북(Chromebook)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고, 에이수스는 태블릿 공급업체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며 “양사에게 PC는 여전히 전략적 제품이지만 PC 시장점유율 증가가 최우선순위는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3년 4분기 미국 내 PC 출하량은 총 1580만 대에 그치면서, 전년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HP는 PC 출하량이 10.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PC 출하량의 26.5%를 차지하면서 미국내 제1의 PC업체 자리를 지켰다.

키타가와 수석 애널리스트는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기기 판매량이 호조를 보였지만, 구매자가 태블릿에 몰리면서 PC 판매는 시즌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면서 "미국 PC 시장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며 하이브리드 노트북을 비롯해 다양한 신종 폼 팩터가 구매자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얇고 가볍지만 저가인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PC 교체를 촉진할 예정이며 2014년에는 PC 성장을 일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4분기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지역의 PC 출하대수는 총 2580만대를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이번 하락폭은 지난 7분기 동안의 감소세 보다는 개선된 수치로, 서유럽, 동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등 EMEA 전 지역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동유럽의 출하량 감소는 기업들이 2013년 IT 지출을 마감하면서 기업용 제품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소비자 시장의 경우 신종 폼 팩터 제품 중 상당수가 출시 지역이 제한적이거나 가격이 기존 노트북의 평균가 정도에 머무르면서 소비자 PC 교체는 소수에 그쳤다.

특히 안드로이드(Android) 기반의 태블릿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를 끌었으며,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ASP(Average Selling Price: 평균판매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며 소비자 지출을 유도했다.

2013년 4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총 PC 출하대수는 2650만대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스마트폰 등의 대안적인 기기에 지출이 집중되면서 PC는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일부 소비자들은 태블릿과 같은 다른 기기를 통해 콘텐츠 소비나 정보 접근 등의 요구을 충족시키면서 PC 구매를 미뤘다.

2013년 한 해 동안 PC 출하대수는 3억 1590만대를 기록해 2012년보다 10% 감소했다. 이는 PC 시장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2009년 출하량과 같은 수준이다.

레노버는 시장 점유율 16.9%로 전세계 PC 시장 1위로 올라섰다. HP는 출하량이 9.3% 감소하면서 2위 자리로 물러났다.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 미카코 키타가와(Mikako Kitagawa)는 "4분기 전세계 PC 출하량 감소와 더불어 실제 사용중인 PC 전체 수량(installed base)이 줄어들면서 미국 등 글로벌 PC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태블릿이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반 데스크톱PC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흥시장 소비자의 경우 대부분 인터넷 연결기기(connected device) 중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구매하며 컴퓨팅 기기 중 태블릿을 가장 선호한다. PC의 대체품으로 태블릿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PC 구매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