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발효를 앞둔 미국 해외금융계좌신고제(FATCA)에 앞서 은행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현행과 같은 대응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연합회가 주도한 컨설팅 내용이 ‘보고 자료를 중심으로 한 프로세스’에 치중해 ▲운영 리스크 측면의 영업점 대응 부족 ▲상호간 법규분쟁 발생과 FATCA 규정준수에 대한 외부 감독 대응준비 미흡 등이 지적되고 있다.

<BI코리아>는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FATCA 대응 문제점과 은행연합회 산출물을 분석, 향후 은행권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을 정리해 봤다.

◆은행연합회 어떤 산출물 냈나 = 지난 7월 은행연합회는 법무법인 광장, LG CNS와 함께 FATCA관련 법규분석 및 FATCA시스템 설계를 완료했다.

이 컨설팅 내용은 ‘FATCA업무 매뉴얼(전산요건)으로 ▲프로세스 흐름도(신규고객·기존계좌실사· 보고·기준정보관리) ▲시스템 구축방안(화면 목록·전산요건 정의·TO-BE 시스템모델·개념 데이터모델) ▲화면 기능 20개 미만으로 본인확인서 제출 및 국세청 보고자료 생성 등이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다.

시중은행은 이 산출물에 각행의 여건에 맞춘 FATCA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자료 중심’ 설계…운영리스크 요건 등 추가개발 많아 = 그러나 이 컨설팅을 무턱대고 FATCA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FATCA만을 고려한 시스템 구조”라며 “고객과 은행간 신분증명을 위한 각종 서류제출과 실사절차 과정에서 정보제공에 보수적인 고객과 전문지식이 부족한 은행 담당자간 상호 갈등이 발생할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이같은 운영리스크 측면의 고려가 전혀 배제된 컨설팅”이라고 지적했다.

▲ 그림3 ‘IGA 규정상 FATCA 상세 프로세스’

실제로, <BI코리아>가 입수한 FATCA 프로세스 설계 구조는 과거 바젤시스템과 같이 데이터 추출 및 보고(실사대상 조회 -> 실사결과 입력 -> 실사결과조회 -> 국세청 보고)에 치중해 있다. <그림 ‘IGA 규정상 FATCA 상세 프로세스’ 참조>

과거 리스크 시스템이 이같이 단독으로 움직이면서, 최근 은행내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 예방에는 실효를 발휘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연합회 산출물은 FATCA 시스템이 이같이 ‘단독’으로 움직이게 되는 즉, 영업점 창구의 실사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감독 및 지원하는 기능 부족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별 제도도입 및 법규가 다른 해외 점포에 대한 처리방안도 누락했다.

FATCA 구조는 해외지점이 속한 그 국가의 FATCA를 따르게 돼 있는데, 이 방안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은행연합회 컨설팅은 외부기관의 감독, 고객과 분쟁 등에 대비한 이력관리 기능 부족, 전문지식이 부족한 영업점 담당자에게 후속 프로세스를 안내하는 지원기능 부족, 영업점을 통제하고 외부규정에 대응해야하는 본부부서의 역할 및 처리지침 부재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

◆시중은행, FATCA 다차원 접근 필요 = 업계에서는 따라서 은행내 각종 부서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차원 접근법이 필요하고, 이를 IT시스템에 구현해야 한다고 조언중이다.

우선, 상시 변할 수 있는 외국 법규 및 규정에 대한 대응 조직과 프로세스 설정 필요하다.

A은행 미국지점은 미국법을 적용받지만, 중국지점은 중국 FATCA를 적용받는다.

두 국가간 법규의 차이를 간과한 채 본점 FATCA를 일괄 적용하면, 법규 대응에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구축하는 FATCA 시스템은 금융기관의 해외 지점이나 지사, 자회사 등에 대해 해당국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구축돼야 하고 시스템의 산출 결과에 대해 해당국의 법률 전문가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FATCA가 지속 개정될 가능성이 높은 법률이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FATCA는 향후 수정, 보안될 가능성이 높은 법으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 FATCA의 수정, 보완은 미국과 IGA를 체결한 세계 각국의 해당 법률에 대한 수정, 보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FATCA 시스템의 수정을 요구하게 된다.

국내 금융회사는 자신의 해외지점이나 지사, 자회사 등이 소재한 국가의 법규 변경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 해 변경이 있을 경우 그 내용을 시스템이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의 기본 컨설팅 자료에 추가적으로 고객 응대 매뉴얼, 영업점 창구의 편의성 향상 지원 기능, 본부부서의 모니터링 지원 및 통제 기능을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FATCA 관련, 단순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서 개인고객본부, 기업고객본부, 마케팅본부, 리스크본부, 전략부서, IT본부 등이 총력 대응하는 다차원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