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란 무척 힘들다. 지금까지 해외 시장에 안착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불과 몇개 뿐이라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 저성장 궤도에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위기 돌파 방안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티베이스가 해외 시장 개척이 더 힘들다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은 단연 눈길을 끈다.

알티베이스는 ‘비전 2020’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전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알티베이스 김성진 대표는 ‘비전 2020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해 “전세계 시장에서 2%의 점유율을 올리는 게 목표이다. 시간 문제이지 능력 문제는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1999년에 설립된 알티베이스에게 2012년은 해외 사업의 씨앗을 뿌린 한 해였다. 올해 해외 판매 채널을 지난해에 비해 엄청나게 늘렸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 전체 매출의 25%를 해외 시장에서 거두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알티베이스는 갈수록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 궁극적으로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둬 세계 속의 기업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해외시장 확대해 세계 속의 SW기업으로 커나가겠다”

- 2012년 국내 IT 시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 무엇보다 통신 분야에서 4세대 서비스인 LTE가 확산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급증으로 국내 통신사들은 LTE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한층 더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티베이스가 속해있는 2012년 DBMS 시장의 특징으로는 △국산 DBMS가 크게 각광을 받았으며 △인메모리 DB가 빅 트렌드로 떠올랐으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등 실시간 분석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 알티베이스의 2012년 경영 성과는.
= 올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150%대의 성장률로 70억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1999년 설립된 알티베이스의 13년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이다. 2012년에 전체 매출 실적은 최소한 전년대비 30%가 넘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고성장의 요인으로는 전통적으로 강한 통신 산업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점을 들 수 있다. 통신 시장의 LTE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알티베이스의 인메모리 DBMS인 ALTIBASE HDB(Hybrid DBMS)의 도입이 증가한 것이다. 초고속 모바일 환경이 구축되면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빠른 솔루션의 필요성이 증가한 셈이다.

또 엄청나게 늘어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려는 고객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제조분야의 경우 포스코가 표준 인메모리 DBMS로 알티베이스를 채택하고, 삼성전자가 이미 도입한 알티베이스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등 대형 제조사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 30% 이상 성장 예상, 해외 매출 비중 25%”

공공분야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의 차세대 노동보험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했으며, GIS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공간정보체계구축 확산 사업도 수주했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700% 이상 성장해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 실적을 넘어섰다. 중국 통신 3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를 비롯해 중국 통신 분야 인메모리 DBMS 시장의 70%를 점유한 것이 큰 몫을 했다.

이러한 성과는 무엇보다도 알티베이스의 솔루션이 검증을 거치면서 고객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 쌓아졌기 때문이다. 제품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돋보인다. 그 비결은.
= 첫번째는 제품력이다. 가트너가 최근 전세계 10대 인메모리 벤더를 선정했는데 알티베이스가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꼽혔다. 한국 DBMS 기업으로는 최초로 가트너의 ‘인메모리 DBMS 기업 리포트(Who's Who in In-Memory DBMSs)’에 당당히 등재된 것이다. 나라별로는 독일 2곳, 영국 1곳이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이다.

알티베이스는 1999년 회사 설립부터 인메모리 DBMS의 개발에 집중했다. 가트너에서는 인메모리를 미래 기술로 선정하기로 했다.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메모리 기술은 각광을 받고 있다.

두번째는 작지만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알티베이스의 홈페이지는 영문으로 되어 있다. 한국 고객들이 들어와 보고 당황해 한다. 알티베이스는 메뉴얼이나 소개서, 브로셔를 만들 때 영문판이 먼저이고 한글판은 그 다음이다.

세번째는 해외 파트너 양성이다. 2011년 2곳에 불과했던 해외 채널이 2012년 10월 현재 12개로 늘어났다. 올해 말까지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진출 국가는 미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이다.

해외 시장 확대 비결은 ‘제품력’, 알티베이스 인메모리DB 가트너에 등재

- 2013년 IT 시장 전망 및 예상되는 주요 이슈는.
= 다가오는 2013년에도 공공, 제조, 금융, 통신 등 전 산업에 사용되는 IT기술들이 한층 더 진화될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많은 IT기업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술들을 양산할 것이며,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융합된 기술들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2012년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두드러졌던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의 영향력이 201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알티베이스의 2013년 사업 목표는.
= 2013년에도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힘을 쏟아온 해외 시장에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해외 채널 파트너 모집과 기술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다.

올해 말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약 20여 개의 신규 파트너사를 확보, 내년 아시아 시장에서 큰 도약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국 지사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서막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유럽의 경제위기 여파로 모든 산업에서 투자가 축소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비용절감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통신시장도 비용 합리화를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침체 현상은 비용절감 관점에서 볼 때 알티베이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고객들이 어려운 사정을 들어 고가의 소프트웨어의 구입을 꺼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DBMS 시장의 선두주자인 오라클이나 IBM의 대안으로 알티베이스를 찾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DBMS 선두 업체를 견제할 만한 대안이 없는 나라에서 선두업체들의 횡포는 더욱 심하다. 이런 까닭에 해외에서도 알티베이스가 대안으로 입증된다면 앞으로 시장 확대 기회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본다.

알티베이스는 2012년에 해외 시장 개척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좌충우돌했다. 2013년에는 이를 밑거름으로 더욱 효율적인 해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매출의 적어도 1/3은 해외에서 거둔다는 목표이다.

“알티베이스, 선두 DBMS 기업의 대안으로 충분하다”

- 2013년 집중할 시장이나 기술, 제품은.
= 2012년 상반기에 ‘ALTIBASE HDB’의 최신버전을 출시한 알티베이스는 하반기에 빅데이터 환경에서 실시간 분석을 지원하는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2013년에는 ‘알티베이스 CEP’와 ‘알티베이스 XDB’ 등의 신제품을 앞세워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알티베이스 CEP는 데이터 스트림(Stream)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즉시 분석하는 제품이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인 셈이다. 알티베이스 XDB는 기존 인메모리 DBM보다 최소 5배 이상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제품으로 오라클의 타임스텐과 유사하다.

알티베이스의 2013년 주력 시장은 통신, 금융 분야이다. 실시간으로 빠른 처리가 요구되는 증권사의 매매체결시스템이나 통신사의 과금시스템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공공 및 제조에 이어 그 영역을 더욱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위 시스템에서 기간계 시스템으로 그 사용범위를 확산하는 것도 주요 과제이다.

해외 사업의 경우 핵심 역량 강화로 시장 다각화, 글로벌 SW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마케팅 조직 신설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IT시장 활성화 방안은 규모의 경제 조성과 해외 시장 진출”

-2013년을 포함해 앞으로 국내 IT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 국내 IT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규모의 경제를 조성해야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IT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M&A를 매우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M&A가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회사를 뺏긴다는 인식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국내 IT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한국의 IT 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하려면 국내 회사 간의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친목단체의 성격이 아닌 실제 비지니스 성과는 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알티베이스가 웨어밸리와 협력해 좋은 모델을 만든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SW 회사간의 협력은 매출 증대 뿐만 아니라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다.

“정당한 가격과 유지보수료가 국산 SW 살린다”

- 국내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 국산 소프트웨어를 정당한 가격에 구입하고 유지보수료를 지불하면 건강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무수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IT서비스 대기업들은 내부 거래 비중이 매우 높으며, SW 패키지를도입하기 보다는 개발 방식으로 과다한 인력과 비용 지출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공공시장의 저가 수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왜곡의 주범이다. 낮은 유지보수 체계는 기업의 재투자 여력을 부족하게 만들어 국산 소프트웨어의 해외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DBMS 솔루션의 경우 외산 기업들의 유지보수율은 국내 벤더 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들 글로벌 기업 중 선두 기업은 오래 전에 유지보수 매출이 라이선스 매출을 넘어섰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부재도 아쉬운 점이다. 현재 초급인력은 풍부한 편이나 중ㆍ고급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애써 키운 인력들이 높은 연봉의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스타 CEO나 스타 벤처가 등장할 수 있는 문화나 토양이 미비한 것도 아쉽다.

“특혜 제공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걸림돌 없애줬으면”

-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과 관련해 국가 정책을 평가한다면.
= 그 동안 정부는 소프트웨어 강국도약, 정보화 사업 수발주제도 선진화 방안, 상용SW 분리발주 의무화, WBS, SW마에스트로 선발, 해외진출 강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선순환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이라는 틀에서 여러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한 부분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기업을 위한 정부 투자는 증가했고 특히 최근의 WBS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소프트웨어 융합이라는 큰 테마를 들고 나오면서 SW산업 자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국가 경쟁력의 대부분이 대형 제조업에서 나오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전 산업의 하나의 컴포넌트로 보는 견해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대기업 때문에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큰 실익을 얻고 있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가 차원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장려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GS인증제도 등으로 국산제품을 장려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GS인증에 외국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국산 업체들이 바라는 것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걸림돌의 제거이다. 국산 DBMS 제품들이 많은 레퍼런스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공공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은 국산 제품의 도입에 미온적이다. 그 이유는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때문이다. 1등하는 제품에서 장애가 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면서도 국산 제품에서 비슷한 장애가 난다면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문화가 팽배하다.

따라서 국가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국가인증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통과한 제품이라면 고의나 과실을 제외하고 나오는 문제에 대해 인사 상의 불이익을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국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간의 상호인증체계를 만든다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정통부 부활…IT 전반의 국가적 인프라 및 생태계 조성 역할해야”

- 차기 정부의 정통부 신설을 전제로 그 역할에 대한 의견은.
=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된 것은 정보통신과 관련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과감한 투자와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 등 정보통신의 인프라는 사실상 공공재 성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프라가 깔려 있으니 그 안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국가 경쟁력이 증가한 것이다, 마치 철도, 항만 등과 같은 국가 기반 시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정통부가 부활한다면 IT 전반에 대한 국가적 인프라 및 생태계 조성의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 한미FTA, 한-EU FTA가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 FTA는 사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국한해서 보면 세계적인 컴플라이언스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수요는 증가할 것이나 국내 SW 시장의 활성화나 해외 진출에 긍정적인 부문은 미흡하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무기로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는 등 소프트웨어 업계보다는 일반 기업이나 기관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FTA가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게 국제 분쟁 및 피해발생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