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3년간 4500억 비용절감 계획까지 나와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약속한 ‘IT통합 여부를 5년뒤 협의한다’는 약속은 깨지는 것인가.

지난 18일 하나금융그룹 임원워크샵에서 나온  ‘2014년초까지 하나, 외환은행 IT를 통합한다’는 발표 내용이 두 은행을 넘나들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통합 이후 3년간 4500억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발표돼 하나금융지주 ‘미래발전기획단’이 비교적 치밀하게 두 은행의 IT통합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 IT통합 가능성 및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풀이해 봤다.

◆‘미래발전기획단’ 업무통합도 논의한다?? =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단순 IT통합을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으로 풀이했다.

현재 ‘미래발전단기획단’이 시너지 추진이라는 이름으로 두 은행의 합병과 관련된 각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두 은행 업무 통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도 상당부분 진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은행의 강점이 있는 사업부를 한쪽으로 통폐합 한다는 소문이다.

예를 들어, 외환은행 강점인 외환 트레이딩 사업은 외환은행을 기준으로 하나은행 조직을 통합시키고, 반대로 프라이빗 뱅킹(PB)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으로 외환 PB를 통합시키는 방식이다.

좀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어느 한쪽 은행의 사업부를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부 통합과 함께 은행 지점별 업무도 일부는 교차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중인 하나금융지주는 이같은 방식으로 외환은행 조직을 하나금융지주 산하로 사업부별 수직 계열화 시키면, 명목상 두 은행이 합치지 않는 모양새를 갖는다.

‘미래발전기획단’의 이같은 시나리오 실현을 위해서는 ‘IT통합’이 필연적이라는 논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PMI(Post Merger Intergration)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3월 ‘합병 후 통합’이라는 의미의 PMI를 위해 하나금융지주는 액센추어를 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본 사업에는 착수하지 못했다.

최근 하나금융이 PMI를 재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4500억 비용절감 ‘인건비’ 포함됐을 수도 = PMI 재추진을 놓고 해석하면, IT부문 역시 통합의 대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 IT부문 임원들이 내세운 3년간 4500억 절감은 인건비를 포함한 수치로 풀이된다.

2012년 기준, 하나은행은 자본 983억과 경비예산 619억을 합해 1800억을, 외환은행은 자본 800억, 경비예산 700억을 합해 총 1500억의 IT예산을 편성했다.

연간 두 은행이 IT에 투자하는 예산은 3300억 규모다.

3년간 4500억 절감하려면 두 은행의 자본, 경비예산을 합한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1500억 가량을 줄여야 한다. 은행이 자본투자는 안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 보안 규정, 내용 연수가 지난 장비에 대한 신규투자 등을 감안해 필수적인 IT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볼 때, 두 은행의 IT인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하나금융측이 최근 지주 IT기획팀을 통해 합병은행의 IT운영인력 실태조사에 나섰던 사실이 포착됐다. 특히, 신한은행 IT운영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현재 하나은행 IT인력은 224명, 하나아이엔에스 등 외주인력은 211명 규모다. 외환은행은 정규직 307명, 외주인력 90여명 등이다.

정규직 기준 두 은행 IT인력을 합하면, 약 531명에 달한다. 신한은행 IT인력은 정규직 기준 330여명 규모.

3년간 4500억 절감이라는 하나금융지주의 ‘셈법’이 ‘인건비’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대목이다.

◆이미 곳곳에서 ‘IT간섭’ 의혹도 = 전략 실현을 위한 미래발전 기획단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는 미래발전기획단 산하에 ‘IT통합 TFT’를 꾸렸다.

외환은행에서는 안모 팀장과 주모 팀장이 파견됐다. 명분은 향후 IT통합 이후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올해 추진되는 각종 IT투자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승인요청도 다수가 진행중이다. 30억대 EDMS(전자문서관리) 시스템 투자를 지주사 승인을 거쳐 진행 중이다.

5억 이상 지주 IT투자 심의위원회를 거친다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장프린터, 핀패드 등 장비를 하나은행 기준에 맞추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5억 이상 투자도 아닌데 지주사에서 하나은행 기준에 맞춰 성능테스트를 시행중이다.

은행 근무자의 단말시스템 접속 관련, 생체인식 도입을 추진한다는 외환은행 계획도 지주사에서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측은 “단말접속에 ‘보안카드’조차 운영하고 있지 않아 외환은행과 같이 생체 인식을 도입하고자 한다”며 통합구매 당위성을 부여했지만, 간섭의 수위가 높다는 게 외환은행 시각이다.

◆한국IBM ‘BPO’ 무력화 시도 예상 = 물론, 현재 통합구매를 본격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외환은행은 IT부문 통합구매를 한국IBM이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외환은행은 IT운영부 기안(CIO 결재)-->IT기획부 도입품의(CIO, CEO 결재) 후 사무지원부로 구매요청이 이뤄진다.

사무지원부는 계약검토(법무팀, 준법감시, 자금팀 협업), 가격 네고, 계약 등 프로세스를 거쳐 ‘발주’가 이뤄진다.

IBM이 맡는 부분은 사무지원부의 구매 프로세스부터 계약, 발주까지를 말한다.

소모성 자재(MRO)까지 포함된 이 BPO는 지난 2009년 5년 계약을 체결, 오는 2014년 8월 만료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이 IT통합구매 모델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외환은행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확대돼 하나은행 노조 행우회에서 출발한 MRO 전문기업 ‘두레시닝’이 외환은행 MRO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하나금융지주가 두 은행 노조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소문도 파다한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 ‘적극 대응’ = 20일 외환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합의 위반”을 내세우며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을 압박중이다.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서, ‘비전을 말한 것’이라고 진화중이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구체적인 실력행사’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2014년에 IT를 통합하겠다고 문서로 명시한 것은 금리, 상품을 통합하겠다는 뜻”이라며 “IT통합을 시행할 경우, ‘5년후 IT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 총력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