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IT |
금융IT ‘1원’ 투자도 이사회 승인?개정상법 398조 의거 ‘미리 승인’ 조항 적용돼 |
|
‘포괄승인’ 방식 자칫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높아
현대판 연좌제로 불리는 개정상법 제 398조에 의거, 금융회사 계열사간, 특히 금융IT 자회사와 계열사간 거래가 적지 않은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4월 15일부터 상법 개정안을 시행중이다.
이 개정안 398조에 의하면,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요하는 회사와의 자기거래 대상을 현행 ‘이사’에서 이사의 직계존비속·배우자 또는 그들의 개인회사 등으로 확대하고, 거래요건을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에 명시해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주요주주로 돼 있거나 IT기획부장이 금융IT 자회사 이사로 등재된 경우,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대상에 회사의 이사가 아닌 주요주주와 그 가족을 추가한 조항(상법 제398조)’에 적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우리, 경남,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과 단돈 ‘1원’ 거래에 있어서도 ‘이사회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IT 부문 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간, 즉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이 시너지 차원의 거래 관계가 이뤄져도 두 회사 모두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득해야 한다.
법률 해석에 따르면, 또 ‘이사회’는 거래 관계 두 회사 모두 개최해야 하고, 금융지주사와 계열사간 거래의 경우는 계열사만 이사회를 열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법리 해석 논란, 자칫 공정거래법 위반 = 쟁점은 상법 398조 해석에 따라, 통상 분기마다 열리는 이사회 횟수가 크게 늘어나거나, 불필요한 지출이나 자회사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불요불급하거나 시의성을 다투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사회 개최가 불투명할 경우 금융회사는 계열 금융IT 자회사가 아닌 제3의 사업자를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발주과정에서 아예 금융IT 자회사를 빼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일부 금융IT 자회사의 경우, 법무법인 및 법무부에서 편찬한 개정상법 해설서를 분석해 ‘포괄승인’ 방식, 즉 사업개시년도 초에 일괄 이사회 승인을 받으면 법 적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법무부 발행 상법해설서(회사편) 240쪽에는 ‘이사회에서 모든 거래를 하나하나의 계약을 개별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효율적으로 이사회 포괄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효율적 운영’의 애매모호한 해석이다. IT투자사업 내용에 따라 ‘포괄승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본지가 확인한 결과, 법 취지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이는 극히 위험한 해석’으로 보인다.
즉, ‘일감 몰아주기’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법이 ‘포괄승인’을 인정하게 될 경우, 사업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열사 일감’을 미리 인정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률을 금융IT 수발주에 적용, 해석하면 ‘무조건 건별, 업체 선정부터 계약 체결전’ 이사회를 열어야 법을 위반하지 않게 된다.
마지막 쟁점인 ‘사후승인’ 가능성은 ‘미리’라는 단어가 삽입된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해석된다.
◆‘이해충돌’의 염려가 없는 거래는 예외 = 다만, 예외규정도 있다. 개정 상법에서는 ‘이해충돌의 염려가 없는 거래’는 예외사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해충돌이란, 이사가 회사의 이해와 상충돼 회사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현행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해충돌의 염려가 없는 거래를 ‘절차상 하자가 없는 공정한 거래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주요 유형은 ▲회사에 대한 이상의 채무이행행위 또는 이사에 대한 회사의 채무이행행위 ▲상계 ▲회사에 대하여 이사가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 ▲회사에 대하여 이사가 무이자 또는 무담보로 대부하는 행위 ▲보험·운송 또는 예금과 같은 보통거래 약관에 의한 거래 ▲회사와 고객간의 일반적인 거래로 인식될 수 있는 거래 등이다.
계열사간 이뤄지는 금융거래, 예를 들어 퇴직연금, 단체상해보험, 위탁판매 등은 위의 다섯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금융IT 관점에서 용역거래 등은 이 다섯 번째 유형에도 해당되지 않아 상법 398조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다만, 솔루션 등 자사 소유의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을 금융IT 회사가 재판매하게 될 경우 ‘재판매 공급거래’로 여섯번째 유형에 해당돼 금융회사와 IT자회사 거래 모든 내용이 이사회 승인을 얻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발등의 불’ = 지난해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에 이어 ‘적극적 의미’의 규제를 담고 있는 개정안 398조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당장 풀어야할 발등의 불이다.
IT계열사 거래 모두에 대해 수시로 이사회를 갖고 승인을 거쳐야 한다. 물론, 각 금융회사도 이사회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대부분 일정 투자규모 이상 이사회 승인을 얻도록 한 자체 조항이 있어, 이를 보완하면 법무부 해석대로 ‘효율적 운용’ 및 ‘포괄적 승인’을 적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결국, 단돈 1원의 투자에 대해서도 이사회를 사업건별로 거쳐야 하는 것’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은행에 인력을 공급하는 IT자회사의 경우, 통상 자동연장 해 오던 시스템 운영(SM)이나 유지보수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금융IT 자회사가 연초에 수립, 1년 동안 수행하던 PC유지보수, 경비 등 용역업무 등 사업내용을 은행이 미리 승인할 수 없게 돼 건별로 수발주 과정을 거치고,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문제는 개정 상법 398조 해석 관련, 금융회사 및 금융IT 자회사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은행별로 각자 해석을 내놓은 개정 상법 398조. 각론에 있어 유연한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
< 저작권자 © BI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