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코스콤, 산업은행 등 파장 적지 않아

삼성그룹 금융계열 삼성SDS 아웃소싱 손질 불가피

지난 2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의  ‘전자금융감독규정 전부개정규정안’ 공고는 금융회사의 각종 규제와 더불어 금융회사 ‘IT 아웃소싱’을 대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이같은 정책방향을 놓고 현재 금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탈 아웃소싱 형태의 IT업무 위탁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규정인가 = 사실 ‘전자금융감독규정 전부개정규정안’ 내용 중 아웃소싱 인력 규모와 관련된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별칙1> 2항 정보기술부문 인력 규정에 ‘정보기술부문 인력이란 다음 가목 및 나목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규정돼 있다.

가목은 ‘총 임직원 중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내부 업무분장규정에 따라 IT 기획·개발·운영·보안 등 정보기술부문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다.

나목은 외주인력 중 해당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내부에 상주하는 사람으로서, 제60조 제1항 제13호에 따른 업무수행인력 관리방안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사람(다만, 나목의 인력은 가목의 인력 규모내에서 정보기술부문 인력으로 인정한다)이라고 돼 있다.

해석하면, 흔히 얘기하는 IT인력은 금융회사 직원과 외주업체 직원의 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외주업체 직원, 즉 ‘나’목은 금융회사 직원의 규모를 넘을 수 없다는 게 단서조항이다.

예를 들어, 총 100명의 IT인력을 보유중인 A 금융회사의 경우 이중 외주업체 직원 수는 50명을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상 금융IT 아웃소싱의 규모가 인력 기준 50% 이내로 규제된 것이다.

◆규정안 변경 가능성은 = 금융위의 이같은 강력한 조치는 농협, 현대캐피탈 해킹 사태가 늘어난 아웃소싱 또는 외부 위탁에 따른 ‘사고’로 보는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개정안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 중 ▲인력 ▲예산 ▲인프라 ▲내부통제 ▲경영실태평가 반영 등 책임성을 크게 강화했다.

특히 제58조(금융기관의 정보기술부문 실태평가 등) 8항 ‘(중략)금융감독원장은 정보기술부문 실태평가 결과가 4등급 이하인 은행등에 대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규정은 경영진 책임성을 크게 강화한 조치다.

즉 제58조는 금융회사가 일반 금융감독 기준을 제대로 잘 지켰어도, 정보기술 부문 실태평가(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중 4등급 이하는 경영실태 평가 2등급을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아무리 잘해도’ IT부문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이 책임성이 커진 IT부문을 외주 위탁할 경우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위는 아예 ‘인력 50% 초과 금지’ 규정으로 강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저축은행 중앙회 또는 새마을금고연합회 등 소규모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일부 완화 또는 예외규정을 둘 수 있지만, ‘책임성을 놓고 자체 IT인력 운용 확대’라는 기본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50% 넘지 않으면 된다(?) = 이번 개정안은 인력 기준이기 때문에 사업 범위내 50%를 넘겨도 무방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경우 우리, 경남, 광주은행의 모든 업무를 아웃소싱 하고 있다.

3개 은행 IT인력의 100%를 외주인력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50% 인력 이내로 업무를 나눈다고 가정할 때, 은행이 가져가야 할 업무와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남겨야 할 업무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계정계, 정보계, 대외계(승인), 인터넷뱅킹, 단말 등 시스템을 기준으로 할지, 수신, 여신, 서비스, 정보개발, 채널 등으로 나눌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금융회사가 최근까지 시행한 아웃소싱을 인소싱 방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 은행권 안팎에서는 개정안이 ‘금융IT 아웃소싱’의 사망선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웃소싱 시장 메가톤급 파장 예고 = 물론 현행 PC 유지보수 아웃소싱이나 구매 및 조달업무 아웃소싱 등 소규모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위 ‘핵심’업무 아웃소싱은 어렵게 됐다.

은행권 기준으로, 당장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경남, 광주은행 IT부문 중 장비, 소프트웨어, 인력 등을 ‘토탈 아웃소싱’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내 IT자회사 하나아이앤에스에 위탁중인 하나SK카드, 하나캐피탈 토탈 IT아웃소싱도 인소싱으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신경분리안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신용부문과 경제·유통부문, 농협중앙회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눠지면, 현 양재동 IT본부분사가 중앙회 교육지원 부문으로 편재돼 두 법인을 지원토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한 농협의 이 신경분리 특례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중순 삼성SDS, AT커니가 수행중인 농협 ‘IT운영전략 수립’ 컨설팅 결과가 주목된다.

농협정보시스템도 향후 신설하게 될 NH생명, NH화재의 IT 아웃소싱을 준비중이지만, 방향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SDS와 아웃소싱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제2금융권 타격도 예상된다.

우선 통합거래소 및 소규모 증권사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코스콤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아울러 삼성그룹내 금융계열사, 생명, 화재, 카드, 증권, 자산운용 등 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삼성SDS의 대응도 관전포인트다.

이 밖에도 한국IBM을 통해 아웃소싱하는 교보생명 등의 IT운용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 = 이번 조치로 인한 시장 파장은 메가톤급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외주인력 시장 재편,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IT 비정규직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게 은행권 설명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사회 망령처럼 떠돌던 IT아웃소싱 논란이 일단락 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조치”라며 “당장 IT인력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창출 등 순기능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