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이상으로 제한, 선임→수석 체제

지난 3년간 공전을 거듭해 오던 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 IT전문역 제도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은행측은 이를 위해 7월 하반기 인사에서  김광섭 전 수유동 지점장을 수석 IT전문역으로 정식 발령하기로 했다.

◆IT전문역 제도란 = 기업은행이 추진중인 ‘IT전문역 제도’는 IT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와 역량 강화를 위해 경력 관리 및 교육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쉽게 말해, IT분야 전문성을 인정, 일정직급이 지나면 직무와 무관한 부서 예를 들어 지점근무 등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제도이다.

지난 2008년 액센추어 컨설팅 결과, 총 200여명의 기업은행 IT본부의 직무체계를 재수립, 도출된 직무에 기반한 역량, 교육 및 경력개발 체계를 개발한 산출물 중 하나가 ‘IT전문역 제도’이다.

‘IT전문역 제도’ 시행에 앞서 선행될 조치는 역시 ‘현실적이고 관리가 용이’하며 ‘IT전문성 개발이 가능한 직무의 기능단위 분류’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당시 기업은행과 액센추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영(계정계, 정보계 분리) ▲전산보안 ▲네트워크 운영 ▲DB 관리 및 운영 ▲시스템 운영 ▲BRM(비즈니스 리스크 매니지먼트) ▲EPMO ▲IT자원관리 ▲ITA ▲IT기획 ▲부(팀) 리더 등 12개 직무를 도출했다.

기업은행은 이를 올해 들어 ▲시스템(정보보호, 네트워크, 메인프레임, 서버시스템 등 4개 직무) ▲설계(아키텍처,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등 3개 직무) ▲개발(BRM, 계정·정보업무 개발 등 2개 직무) ▲전자금융(인터넷, 전자금융, 채널 등 3개 직무) 등 4개 직군, 12개 직무로 재편했다.

소지섭 IT기획부장은 “현 팀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문역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로 직무를 다소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현재 IT총괄부(기획팀, 프로젝트 관리팀, 정보보호팀, 시스템운영팀), IT정보부(경영정보팀, 마케팅정보팀, 통합데이터관리팀), IT계정부(수신업무팀, 여신업무팀, 국제외환팀, 공통업무팀, 서브시스템팀, 신용카드시스템, IT업무상담센터), IT채널부(e-채널팀, e-뱅킹개발팀, e-Biz 개발팀), BPR품질팀(BPR여신, BPR 수신/외환, 품질관리) 등 4부 18개 팀으로 구성된다.

기업은행 IT본부는 직무에 기반한 경력개발체계 내용도 다소 손질했다. 당초 신입직원부터 적용키로 했던 ‘IT전문역 제도’를 3급 이상으로 제한했다.

3급으로 승진하는 직원은 자신이 관리자 경로와 IT전문역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관리자 경로는 지점장, 본부부서 등 기존 인사정책을 그대로 적용받고, IT전문역 경로는 여타부서 이전은 어렵지만, 전문성을 활용한 IT본부 직무는 보장을 받는다.

◆객관성 유지 위한 ‘심사평가위원회’ 출범 = ‘IT전문역’ 선발은 IT근무경력 10년 이상 및 IT전문직무를 5년 이상 담당한 3급 이상 직원 중 희망직원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치게 된다.

IT본부장 추천 및 인사부서 합의를 거쳐 연 2회 선발한다. 봄, 가을 인사에 반영한다.

소지섭 부장은 “객관성 유지를 위해 IT본부 부서장으로 구성된 ‘심사평가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평가결과와 인사부 인사고과를 합산, 최종 IT전문역으로 선발된다”고 전했다.

전문역도 승진체계를 갖췄다. 3급, 팀장급의 경우 ‘선임 IT전문역’으로 하고 전문 직무에 대한 업무총괄, 전문직무에 대한 표준화 작업 등을 수행한다.

부서장의 경우, ‘수석 IT전문역’으로 하고 각 전문직무 운영을 총괄하면서 기업은행 정보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기업은행측은 조만간 선임 IT전문역 1~2명을 추가 선발할 방침이다.

◆의미와 전망은 = 기업은행의 IT전문역 제도는 최근 은행권에서 불고 있는 경력관리 체계의 손질과도 무관하지 않다.

직무의 성격이 일반 은행업무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인사고과 체계에서 경력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IT본부 입장에서는 ‘다 키워놓은 IT인력’을 지점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3급 이상으로 제한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은행 IT 전문역 제도의 시행으로 은행내 IT분야 전문성이 인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