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중인 대구은행(은행장 황병우)의 포스트 차세대 IT개발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상근 부행장은, 디지털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LG CNS-한국레드햇과 PoC(개념검증)을 마쳤다고 전했고,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포스트 차세대 컨설팅은 오는 2월경 완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SK C&C 주선으로 나주 우체국금융을 방문해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과 오프쇼어링 개발 방식에 대해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차세대 IT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던 삼성SDS 역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 포스트 차세대 추진은 적지 않은 난관을 안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에 알려진 예상 착수시점은 오는 12월 또는 2025년초가 예상된다. 

BI코리아는 올해 대구은행의 과제 및 포스트차세대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봤다. 

◆현 IT시스템 2011년 가동 후 10년이 지나 = 대구은행의 현 IT시스템은 지난 2011년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시스태미어(현 애니프레임 포 C)’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이다. 

노후화됐다는 은행측 설명에 덧붙여, 기술적으로 현 시대적 요구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LG CNS ‘데브온 자바’를 리눅스OS에서 운영하는 전북은행 계정계와 적지 않은 기술적 간극을 보이고, 시중은행의 쿠버네티스 기반 컨테이너 클라우드 등 접근에도 한참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여타 주변 업무시스템 연계, 스마트뱅킹 등 전자금융 플랫폼 유연성도 떨어지고, 현업 불만, IT부서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은행의 한계 때문에 C언어 개발자 소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어,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구은행과 업계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 대구시 봉무동에 현 ‘DGB혁신센터’를 신축, IT센터로 운영중이다. 

◆“회장 교체, 시중은행 전환 등 산적한 대내외 이슈” = 올해 DGB금융그룹 및 대구은행의 과제는 현 DGB금융그룹 회장 교체와 시중은행 전환 이슈로 정리된다. 

현 김태오 DGB금융 그룹 회장이 자진 사의했고, 이에 따라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 중이다. 

황병우 현 대우은행장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령, 회장-행장이 겸임하게 될 경우, DGB금융그룹 차원의 IT전략 재편이 불가피하고 대구은행 독자의 대규모 IT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덧붙여 시중은행 전환 이슈. 

지난해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다.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과정은, 자본금 확충과 일정수의 영업점 확보 등 최소한 시중은행의 50% 수준까지는 덩치를 키워야 하는 게 과제다. 

금융권에서 예상하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필요 자본금은 약 1조원대이고, 현 200여개 영업점을 적어도 500여개까지 늘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DGB금융지주 현 대주주들의 유상증자(국민연금, OK저축은행 등) 참여만이 해법으로 나오는 가운데, 시중은행 전환 후 손익계산도 난항이다.

물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원만하게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포스트차세대 필요성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대구은행 고심은 그 실탄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프라이빗 클라우드(SaaS, PaaS 등) 도입, 리눅스 채택, 수퍼앱 개발 인공지능 도입추진, AICC 등 여타 시중은행 IT투자 규모로 보면, 대구은행이 포스트 차세대에 최소 10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23년 결산 기준, DGB금융그룹의 순이익은 4570억원으로 전망된다. 

포스트차세대 프로젝트 기간 2~3년간 비용을 나눠 투자한다고 해도, 연간 순이익에 1/4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금융회사들의 경우 이같이 막대한 비용의 사업을 추진할 경우, ‘투자수익율’ 계산해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투자수익율’이란, 개발비, 인건비, 각종 소프트웨어 가격, 서버 및 스토리지, 임대료 포함 부대비용 등을 산출하고 이를 투자했을 때 향후 ROI, 이 비용을 조달하는 데 드는 금리, 이 금리 구조내의 마진 및 내부수익율 계산, 리스크 반영 가중조달 자산 등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 전환, 회장 교체기 맞물려 이같은 추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그 수익률을 어떻게 계산할지는 대구은행 포스트 차세대 추진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2024년, “돈 쓸데는 많은데 IT가 더하기를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과제다. 

‘포스트 차세대’ 본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지역 근무에 따른 개발자 소싱, 이를 오프쇼어링으로 풀어낸다고 해도 ‘오프쇼어링’에 따른 리스크 해소 방안 등 챙겨야할 지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프라 비용을 아예 퍼블릭 클라우드 채택으로 해소한다면, 1000억원이 넘는 비용에 대한 부분적인 해법이 될 수 있지만, 대구은행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선호하고 있어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현 이상근 부행장의 리더십도 이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이상근 부행장이)지나치게 과업 중심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며 “포스트 차세대 같이 대규모 IT개발 사업의 리더로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일갈했다.

물론 올해 12월 추진이라는 시간적 여유와 2024년 연말 인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은행 경영진-현업-IT’가 원팀이 돼야 하는 포스트 차세대 IT개발 사업에서 IT부서 책임자의 리더십 이슈는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깃발을 올리고 다각적인 연구에 나서고 있는 대구은행 포스트 차세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