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내부 각종 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대구은행(은행장 황병우)이 ‘안면인식’을 은행 직원들 내부통제에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중이다. 

인식율도 낮은 ‘안면인식’ 방식을 인권침해 소지까지 떠안으며,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각종 특혜의혹까지 낳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8일, 대구은행은 ‘개인화된 인증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배포했다. 

‘개인화된 인증 시스템 구축’은, ▲ID/PW 방식의 빈번한 금융사고 발생에 따라, 개정된 금융감독원 컴플라이언스 대응 필요 ▲개인화된 인증방식 적용으로 내부통제 강화 및 금융사고 사전 방지 ▲금융권 생체인증시스템 도입 확산에 따른 차세대 로그인 방식(Passwordless) 실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주요 사업내용은, 지문·홍채·안면인식 등 개인의 생체를 기반으로 하는 인증방식을 통해 금융감독원 컴플라이언스 대응 및 제로-트러스트(Zero-Trust)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지문·홍채·지정맥·장정맥·안면인식 등 개인 생체인증 관련 어떤 제안도 수용하겠지만, “가급적 안면인식을 제안해 달라”는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다는 제보가 넘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생체인증 공급업체 한 관계자는 “대놓고 안면인식 제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제안 참여를 준비중인 업체들이 각사가 보유한 생체인증 방식에 덧붙여 안면인식도 2안, 3안 식으로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대구은행 관계자는 “여러 생체인증 방식 제안도 모두 수용할 예정”이라며 “안면인식이라고 특정된 것은 아니다”고, 이같은 업체들 주장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이 ‘안면인식’ 제안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어, 제안사들이 자사 제품이 없는데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안면인식’을 제안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내부통제’용으로 도입하는 ‘안면인식’이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사업 제안서는 8월 23일까지 마감이다. 

◆시중은행, “안면인식 내부통제용 사용은 신중해야” 지적 = 반면, 시중은행은 안면인식 도입에 신중한 편이다. 

현재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안면인식을 내부통제용으로 채택했지만, 활용율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권 내부통제용 인증 솔루션 운영 현황>.(출처 : 각사)

활용율이 낮은 이유는 어쨌건 '인식율'이 크게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스크와 안경 착용에 따른 정확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쌍둥이, 사진, 조도의 영향에 따른 여타 생체인증 방식 보다 오인식률이 높으며, 위변조가 상대적으로 쉽고, 특히 사용 거부감이 높아서 금융권 내부통제용으로는 사용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안면인식 솔루션 채택이 직원들 ‘인권침해’ 논란도 활용률을 낮추고 있다.

안면인식을 내부통제용으로 채택했지만,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노조 눈치가 보인다.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귀띔했다. 

특히, 은행 내부 각종 금융사고가 ‘인증’이 없어서 또는 인증방식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내부통제’ 정책을 수행하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금융감독원 내놓은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에도,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총 임직원의 0.8% & 15명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그 중 20% 이상은 전문인력으로…(중략)”으로, 인적인 요소에 더 비중을 많이 두고 규제하고 있다.

즉, 금융회사가 ‘제 식구 봐주기’로 지금의 ‘도덕적 해이’를 낳았다고 보면, 굳이 직원들 ‘인권침해’ 소지가 높고, 인식율도 낮은 안면인식을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화된 인증 시스템 구축’조차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가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될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