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발생한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 전산 장애 관련 논란이 17일 현재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자금융 등 비교적 복구 약속을 잘 지킨 업무는 문제가 없지만 카드업무가 아직도 제대로 복구되지 못해  고객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 박영달 팀장은 “신용 기능에 체크 또는 직불 기능을 혼용하는 카드가 대부분”이라며 “직불 또는 체크 기능 관련 쿼리가 작동하지 않다보니 현금입출금기가 ‘불능’ 처리한 것”이라며 12일부터 14일까지 빚어진 카드 관련 논란의 이유를 설명했다.

즉 두 가지 기능이 한 카드에서 작동하는데 지난 14일 오전 8시 이전에는 체크 또는 직불기능이 작동하지 않자 신용카드 기능도 같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어 “신용카드는 13일 12시 35분 주전산기 복구 이후 사용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직불 및 체크카드 기능은 지난 14일 오전 8시 5분에 정상 복구됐고, 현재는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는 상태다.
다만 기능 중 카드 포인트 사용, 인터넷뱅킹 중 카드조회업무 등은 17일 복구가 완료된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기준 장애서버 총 275대 가운데 172대를 복구했다.

농협은 16~17일 주말에 걸쳐 인트라넷, 내부관리 업무에 해당하는 서버 복구에 전력을 다했다.

◆(쟁점1) 업계, “카드 거래데이터 일부 손실”주장 = 업계 전문가들은 카드 거래데이터의 손실이 없었으면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에 필요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지적한다.

즉 농협 주장대로 거래데이터가 손실되지 않았다면, 현재 농협 고객은 카드 거래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박영달 팀장은 이에 대해 “거래데이터가 손실돼 수작업을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만일 그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수개월이 결려야 카드시스템을 복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17일(일요일) 현재 진행중인 카드 복구는 매체연결 부문”이라며 “ATM기 등 연결을 우선 완료한 데 이어 인터넷뱅킹 카드 조회업무는 오늘(17일) 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시 장애가 난다면 더 큰일”이라며 “대충해서 시스템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스템 복구시간이 늦어지는 배경을 설명했다.

박영달 팀장도 “장애가 발생한 서버에 운영체제를 재설치하고, 각 서버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 이 애플리케이션 역시 처음 설치된 이후 수차례 변경됐다”고 전했다.

애플리케이션 소스 프로그램이 변경된 백업 자료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박 팀장은 “각 팀별로 일주일 간격으로 업무가 변경된 애플리케이션 백업을 갖고 있다. 이번에 재설치하는 프로그램들은 이 백업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왜 자주 변경됐는지에 대해 “일선 현업 부서에서 요청한 개선 사항을 반영한 것”이라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

정리하면, 각 서버시스템의 운영체제, 업무를 사실상 재구성하고 그나마도 애초 설치한 프로그램이 아닌 변경된 내용이고, 그 변경 내용의 정합성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안정적인 시스템이라는 확인이 끝나야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쟁점2) 장애시간 차이, 명령어 성격은 = 일시적으로 많은 서버시스템의 파일이 삭제된 사실도 논란거리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파일을 삭제하기 시작한 시간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장애 감지시간이 5시가 아니라 적어도 4시 10~20분 사이일 수 있다는 추론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정교하게 4시 은행 업무시간이 지나자마자 파일삭제 명령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해킹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농협 IT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유닉스시스템의 경우 메인프레임에 비해 포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가지고도 유닉스 모든 시스템 접근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시간적인 논란에 있어 농협측은 웹애플리케이션 서버(중계서버, WAS)의 특성이 모든 애플리케이션(업무)과 DB(데이터) 서버 사이에서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 과실이 아닐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이 직불 및 체크카드 WAS에서 발생한 만큼 수분 또는 수십분내에 통신서버로 연결된 모든 시스템의 파일 삭제도 가능하다고 농협측은 부연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삭제 명령어는 “rm all /”(remove all /)이다.

이 명령어는 모든 유닉스 시스템 공통 명령어로, 비단 IBM 서버만 대상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추론이다. 주전산기인 HP 서버 데이터도 삭제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

이 추론이 맞다고 가정할 때, 농협 IT본부분사가 5시 5분 모든 주전산기를 셧 다운시킨 조치는 농협의 모든 데이터가 삭제될 뻔한 ‘재앙’을 ‘장애’ 수준에서 막았다는 방증이 된다.

박영달 팀장은 “어떤 명령어인지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모든 파일 삭제 명령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쟁점3) 누가, 왜 =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가 양재동 IT본부분사를 찾아 현장을 지휘했고, 이후 검찰수사관이 수일째 조사중이다.

17일 확인한 결과, 농협 및 IBM 직원을 포함 3~4명의 조사가 이뤄졌다. 메인 서버에 대한 ‘최고 접근 권한(Super Root)’을 가진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까지 검찰은 외부 해킹 프로그램이나 흔적이 없다고 밝혀,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와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누가, 왜 이같은 엄청난 일을 저질렀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PC 주인인 IBM 직원 또는 농협 직원의 고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단순실수’라면 삭제 명령어를 입력하게 된 과정을 검찰이 규명해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리고 고의로 시스템을 노렸다면 해킹이라는 얘기이고 그렇다면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의 이번 사건의 경우 사건전이나, 사건이 벌어지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요구사항 즉 해킹의 목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묻지마 범죄라고 보기에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번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개연성이 높은 까닭은 여기에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