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은 ‘서운’하지만 대체적으로 수용할듯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에 대해 ‘담합’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업체간 무한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009~2010년 2년간 출혈경쟁을 해온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업체간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밑지는 장사’가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 2009~2010년 1200만원대 공급가격을 ‘시장 공정’ 가격으로 규정한 것은 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가격 구조는 대기업 위주 정책의 단면이라는 점에서 청호, FKM이 적지 않게 반발하고 있다.

◆대당 1248만원은 적자 =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노틸러스 효성, LG엔시스, 청호컴넷, FKM 등 ATM 4개사는 최저가격을 정해놓고 담합했다. 

공정위 발표를 분석해 보면 2003년 최저가격(1500만원)과 최고가격(1920만원)은 4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2004년(1960-1635만원), 2005년(2000-1860만원), 2006년(2360-1881만원), 2007년(2204-2190만원), 2008년(2200-2083만원) 등 전체 담합기간 중 200만원 이내 차이를 보인 경우는 2005년과 2007년, 2008년 3개년에 불과하다.

대당 가격 100만원의 차이는 연간 총 1만여대 공급에 운영대수 10만대로 가정하면 100억원에 1000억원대 시장의 차이를 나타낸다.

소위 담합을 한 회사들의 가격차이가 100억원 이상 벌어졌다는 계산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2008년과 공정위에 밝힌 2009년 3월 3000만원대 가격은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의 급격한 상승도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류 메카니즘을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TM 4개사가 담합으로 번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공정위에서 밝힌대로 노틸러스 효성과 LG엔시스는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국산화 모듈을 탑재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중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입원가 절감을 가능케 한 것으로 이 국산화 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제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상용화에 시간이 걸렸다.

즉 ATM 가격 하락의 원인이 공정위 담합 적발에 따른 배경도 있지만 국산화가 시장에 연착륙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국산화 장비를 도입해 공급해도 1200만원대 가격은 적자 원가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노틸러스 효성의 경우 4058억원 매출을 거뒀는데 이 중 국내 ATM 공급 매출은 30% 미만을 차지하고 그 중 8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발표는 사실상 1200만원대 적자 가격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판도 변화 줄까 = 지난해 노틸러스 효성은 총 매출 4058억원, 386억 영업이익, 283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효성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늘었지만 국내 매출은 줄고 있다. 전체 매출 중 국내 비중은 3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고 밝혔다.

LG엔시스는 총 매출 7200억원, 영업이익 206억원, 당기순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자동화기기 매출 비중은 15% 전후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컴넷은 지난 2010년 총 889억 매출에 189억원 영업손실, 19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자동화기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같은 청호의 결과는 초저가 시장 가격이 미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상이 이같이 전해지자 올 매출에 따라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ATM 업계 한 전문가는 “청호의 매출 하락은 분명히 구조개편 신호탄”이라며 “올해 영업활동에 따라 업체간 이합집산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LG엔시스와 FKM은 ATM 생산공장을 공동으로 이용중이다. 후지쯔 공급 모듈은 같이 생산한다.

물론 LG엔시스의 환류 메카니즘 국산화에 따라 내용은 좀 달라졌지만 FKM의 국내 생산기지의 변화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저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ATM 업계. 당장은 아니지만 공정위 발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