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경기침체가 불러온 결과일까. 글로벌 IT 업체들의 한국내 라이선스 정책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한국IBM이 지난해 라이언스 문제로 적지 않은 잡음을 냈고 이번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장본인이 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제임스 우, 이하 한국MS)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극적으로 기업계약(EA, Enterprise Agreement)을 체결했다.

EA는 사용자 수 또는 사용 PC수가 대량인 대기업과 운영체계(OS), 오피스 프로그램 등 SW 라이선스를 일정기간 일괄 공급하는 것이다.

다년간 일괄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MS는 해당 기업에게 관행처럼 일정비율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 가격은 통상 총 PC 사용자 수 대비 70~80% 수준에서 결정됐다. 즉 EA 고객에게는 전체 가격의 20~30% 정도를 깎아주는 셈이다.

신한지주는 자회사까지 통틀어 정규직 기준 2만 1000명을 기준으로 이 중 1만 9500대 물량을 계약했다. 전체 PC 사용자수 대비  92% 수준으로 가격을 체결한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한국MS는 지난해 중반부터 신한지주측에 PC를 사용하는 직원수만큼 ‘전량 계약’을 요구해 왔고 신한지주는 통상적인 70~80% 수준의 계약을 고수해 왔다.

이번에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한국MS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PC 숫자나 직원수, 사용자수 등을 적용하지 않았다. PC를 사용하는 실직원수 그리고 총액을 기준으로 협상을 했기 때문에 계약된 사용자수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즉 3년전 약 1만 5000대 EA 계약과 2010년 1만 9500대 EA계약은 수량에서 차이는 있지만 총액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신한지주의 입장이다.

◆신한지주-한국MS, 셈법이 다르다(?) = 두 회사의 이같은 시각차는 각 회사가 산정하는 신한금융그룹 전체 직원수 차이에서 발생한다.

신한지주 IT기획부는 11일 “신한금융그룹 전체 직원수를 정규직 기준 총 1만 9500명으로 봐야 한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지주 홍보실은 전체 직원수를 2만 2000명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이를 근거로 한 1만 9500대 EA계약은 88% 계약율이다. 신한지주 입장에서는 한국MS로부터 받은 100% 전량 계약이라는 요구에서 계약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MS 입장에서는 좀 다르다. 취재결과 한국MS가 산정한 신한지주 총 직원수는 2만 1000명이다.

즉 지난 2010년 한해동안 한국MS는 신한지주에 2만 1000명 전량 계약을 요구해 온 것이다.

한국MS 자체적으로 100%는 아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MS는 3년전에도 2만 1000명을 놓고 EA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그동안 신한지주 인력에는 변동이 없었나’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협상의 가장 큰 키워드인 직원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두 회사 모두 ‘독배’를 마셨다 = 한국MS와 신한지주가 맺은 EA계약의 허점은 여기서 나온다.

신한지주는 겉으로 한국MS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고 ‘예산한도 내 총액’ 협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3년후부터 몰아칠 ‘전량계약’의 부담을 그대로 떠 안게 됐다.

아울러 신한지주 계약이 업계로 파급되면서 올해부터 진행될 금융권도 같은 ‘전량 EA계약’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MS 역시 전량에 근접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총액기준’ 협상이라는 새로운 전례를 남기게 됐다.

올해부터 진행될 금융권 EA협상에서 이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칫 금융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거 하나은행 같이 ‘단품구매’라는 암초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한국MS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두 회사의 EA계약을 두고 모두 독배를 마신 꼴’이라고 혹평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