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적은 예산에 무리한 사업추진이 발목을 잡은 것인가

최근 신한 DS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로 선정한 예금보험공사(사장 위성백, 이하 예보) ‘디지털 뉴딜 IT구축’ 사업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지난 6일 양측은 이같이 결론짓고 협상을 끝냈으며, 예보는 조만간 재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통상 우선협상이 결렬되면 차순위 사업자와 협상을 나서게 되지만 예보의 이번 사업은 경쟁 나섰던 뱅크웨어글로벌 컨소시엄이 예가를 초과, 입찰에 나선 이력 때문에 재공고하게 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에 대해 예보측은 “내부 검토중”이라는 짧은 입장을 전해왔다.

예상되는 향후 일정을 보면, 빠르면 다음주중 재공고 후 통상 재공고 입찰 참여기간 약 2주 가량 후 8월말~9월초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 선정 등이 예측된다. 

협상결렬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가장 큰 배경은 신한DS 컨소시엄이 제안한 SAP ERP 솔루션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의 ‘디지털 뉴딜 IT구축’ 사업은 예산 406억 6000만원, 추정가격 369억 6363만 6363원 가량으로 사업기간은 약 24개월이다.

리스크관리, 기금관리, 정리, 조사/회수, 경영지원 등 시스템 개편에 ERP 도입을 골자로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DS측이 SAP ERP 교체를 요청하면서 협상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예보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안다”며 “예보 입장에서도 제안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게 될 경우 발생할 책임 등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SAP ERP로 제안된 내용을 변경한 후 향후 법적인 문제는 논란을 의식해 ERP 교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업계에서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한DS 컨소시엄은 입찰에 나서기 전 SAP코리아 및 파트너사와 견적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거쳤을 텐데 우선협상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점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SAP ERP가 가격적인 이점이 전혀 없다는 건 IT업계 종사자라면 흔히 알고 있는 점인데, 국산 ERP를 제쳐두고 굳이 SAP ERP를 제안해 신한DS 컨소시엄이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예보측도 24개월 기간에 400억도 안되는 초 저가 예산으로 무리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