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코어뱅킹 운영을 묻는다면...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은행이 운영하는 코어뱅킹이 분산원장을 구현할 수 있다면 자원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 아니겠느냐”

“국민은행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코어뱅킹은 굳이 다운사이징을 목적으로 다운사이징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비용효율적이다. 코어뱅킹 운영의 보다 진보된 사고방식이 필요하지 않겠나”

지난주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와 나눈 대화 일부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말 한국IBM과 ‘코어뱅킹 혁신’ 전략 수립 컨설팅을 마친 후, 최근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DB스키마가 많아 단편적으로 다운사이징이 어렵다는 난제와 함께, 국민은행 내부에서 그 누구도 코어뱅킹 다운사이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2025년 만료 예정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7년간 계약금액이 850억원 안팎이라는 초저비용 구조에, 안정성을 놓고 쉽게 코어뱅킹을 다운사이징 하자는 논리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코어뱅킹’ 혁신 관련 담론을 그동안 테크인프라본부 차원에서 검토했다면, 최근에는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옮겨온 박기은 전무가 직접 챙기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7월 인사에서 IT개발본부 산하 ‘기술혁신플랫폼부’를 ‘기술혁신센터’로 격상시켜, 클라우드 기술 접목이 가능한 최대한의 업무를 끄집어 내는 한편, 코어뱅킹 혁신도 본격 챙겨본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술 전문가가 코어뱅킹 혁신을 들여다 보고 있고, 은행 고위임원이 ‘분산원장’을 말한다면 그 방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에서 현 코어뱅킹 솔루션을 분산원장으로 처리하고자 시도했던 사례는 있었다.

일본 SBI 스미신넷뱅크는 지난 2007년, 참치잡이 어선 금융 인프라 지원 서비스 개발에 당시 호주 ‘뱅스(BANCS)’를 채택한 바 있다.

업무적 요건은, 어부들이 새벽 경매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각종 어선 리스비용 등 금융비용 처리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3가지 조건, 즉 24 x 365 지원, 센터컷, 100% 온라인 거래 등 구현을 위해 뱅스 기반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 SBI홀딩스는 SBI 스미신넷뱅크가 분산원장을 처리하도록 하는데, 공을 들인다.

그 배경은, 일본 참치잡이 어선들만 아는 특정 금융거래를 목적으로 그들만의 ‘컨센서스’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구현에 착수하게 된다.

일본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 블록체인 및 비트코인 역시 이 과정의 산출물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일본 선박 리스회사 등 여타 금융회사와 협조 미비, 정부당국 규제, 막대한 시스템 리소스 이슈로 ‘분산원장 기반 코어뱅킹 구현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파격적인 시도였음은 분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뱅스의 기능 중 GOOO 기능이 분산원장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 CICS 코볼 구조의 뱅스 프레임워크를 사용 중이다.

2007년경, 하나은행이 계정계를 ‘자바’로 도입, 구축하고자 기술검토를 시작하자, 은행 안팎에서 논의를 꺼낸 당시 부행장을 대상으로 한 비난이 봇물을 이룬바 있다.

10여년이 지난 최근, 계정계 자바는 불가능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보편화돼 버렸다.

현 메인프레임 기반 코어뱅킹의 미래 비전이, ‘분산원장’ 구현에 있다면, 지금 그 담론을 꺼내고 또 시도해 보는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