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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원CEO포럼
“‘잘못될 가능성’ 관리 못하면 시큐리티 홀에 빠진다”윤석철 교수, 영림원CEO포럼에서 ‘위기관리 리더십’ 주제로 강연
박시현 기자  |  pcsw@bi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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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0.19  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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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최근 열린 [영림원 CEO 포럼]에서 ‘위기관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잘못될 가능성, 머피의 법칙, 칼 포퍼의 가르침’을 소주제로 잡고, 위기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잘못될 가능성과 시큐리티 홀 = 먼저 ‘잘못될 가능성 탐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 ‘잘못될 가능성’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대응방안은 무엇인지를 CDS(Credit Default Swap)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CDS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매월 일정 금액(보험료)을 보험 회사(또는 헤지펀드)에 납부하는 대신 채무기업의 채무 불이행(Default) 위험을 보험회사에 전가해 유사시 원리금을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계약이다. 이러한 CDS는 신용평가 회사들이 채무기업의 파산가능성을 계산해 ‘파산위험지수’를 발표함에 따라 CDS 계약 자체의 시장 가격이 형성됐다. CDS는 전매 가능한 파생상품이 되면서 전매는 제2, 제3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러한 CDS는 캠브리지 경제과 출신의 젊은 여학도였던 블라이드 매스터즈(Blythe Masters)가 1997년에 개발한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전까지 승승장구했다. 전 FRB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CDS에 대해 “금융 분야의 위대한 상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실제로 CDS 시장은 2007년 미 증시총액의 2배 규모를 형성할 정도였다.

하지만 CDS는 2008년 경기침체로 기업 채무이행 능력이 추락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경기침체라는 ‘확실성’ 속에서 잘못될 가능성을 캠브리지 대학의 수재였던 블라이드 매스터즈나 글로벌 금융계의 거목인 그린스펀이 왜 몰랐을까?

바로 여기에 잘못될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담겨있다. 인간사회에는 우주의 블랙 홀처럼 누구도 못보는 시큐리티 홀(Security Hole)이 존재한다. 시큐리티 홀은 인간이나 조직의 안전(Security)이 위기 속으로 침몰될 수 있는 상황/ 경우/지역 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에 벌어진 오케하자마 전투는 그 적합한 예다. 1560년 6월 오다 노부나가가 거느린 3,000명의 군대는 나고야의 오케하자마라는 곳에서 요시모토 이마가와 장군이 이끄는 25,000명에 대적해 압승을 거뒀다. 당시 일본 최강자였던 요시모토 군대는 오케하자마를 통과하다가 노부나가 군대의 급습을 받아 괴멸하고, 그 자리에서 요시모토 장군은 전사한다. 바로 오케하자마는 군사적 위험지역, 즉 천하의 대군도 배겨날 수 없는 특수한 지형으로 이뤄진 바로 시큐리티 홀이었던 셈이다.

◆‘잘못될 가능성’ 관리는 21세기 경영학의 주요 과제 = 그런데 왜 요시모토 장군은 이처럼 위험한 시큐리티 홀을 통과하려고 했을까. 설마 누가 우리를 넘보겠느냐는 오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람이나 조직은 잘 될수록 시큐리티 홀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잘못될 가능성을 알지 못해 피해를 입은 기업의 예로 맥도널드를 들 수 있다. 1992년 미국 뉴멕시코 주의 82세의 한 여성이 맥도널드의 승용차 창구에서 커피를 구매했다. 그런데 차속에서 커피 컵의 뚜껑을 열다가 잘못되어 커피 전량이 무릎 위에 쏟아져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여성은 8일간의 병원비 11,000달러를 포함해 2만달러의 배상을 맥도널드에 청구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800불 이상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는 소송으로 이어져 64만달러를 맥도널드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결국 비공개 금액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는 맥도널드가 잘못될 가능성을 잘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맥도널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커피 컵의 뚜껑을 재설계하게 된다.

이러한 잘못될 가능성은 인간 사회에서만 벌어진다. 자연이 만든 법칙은 그렇지 않다. 자연에는 잘못될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태양계는 64억년이라는 역사 동안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잘못될 가능성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120년간이나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리콜이 존재하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잘못될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21세가 경영학의 주요 과제이다.

◆‘머피의 법칙’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수용해야 = 지금까지 말한 잘못될 가능성을 또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머피의 법칙이 있다. 머피의 법칙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언젠가는 잘못될 것이다”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저 터널을 달리는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그 답은 아주 작다. 하지만 100만분의 1이라고 가정하자. 열차들이 매일 20회 왕복한다면 이 해저 터널에서 하루 동안 탈선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분의 40이다. 이렇다면 10년 동안에 탈선사고가 한번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46,000 즉 14.6%이다.

이는 어떤 설계, 시공 또는 일반 경영 의사결정 속에 잠재하는 잘못될 가능성이 단기적으로는 매우 작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잘못될 가능성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은 증가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확률이 작은 잘못될 가능성일지라도 그 관리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을 평가할 때 그 기준은 1960년대에는 자산규모, 1970년대에는 매출액, 1980년대에는 시가총액, 그리고 2000년대에는 일하고 싶은 회사로 변화해왔다. 2010년 포춘지가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1위 SAS, 2위 에드워드 존스...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2위에 랭크된 에드워드 존스이다. 이 회사는 투자은행(IB)으로 6년째 계속 2위 자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의 CEO인 짐 웨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기피했기 때문이다”라고 그 비결을 설명한다. 이 회사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전략을 읽을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칼 포퍼의 가르침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중요”= 바로 여기에서 철학자 칼 포퍼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만하다. 칼 포퍼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칼 포퍼의 가르침을 무시해 빚어진 사고의 단적인 예로 2010년 4월 10일 발생한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외 96명의 탑승 항공기의 참사를 들 수 있다. 이 항공기는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는데 안개 때문에 인근 공항으로 회항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하다 참사를 빚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2008년 8월에도 트빌리시 공항에서 인근 공항으로 회항을 권유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조종사는 대통령에게 회항을 권유했지만 대통령은 착륙 강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조종사가 대통령의 지시에 불복해 결국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우지(牛脂) 파동 사건도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를 선택한 케이스다. 우리나라에 라면이 들어온 것은 1963년이다. 1979년까지 한국의 라면 회사들은 미국에서 우지를 수입해 사용했다. WHO 규정에 우지는 화장품 등 공업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N사만은 우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1989년 11월 4일 우지 파동이 일어나 우지를 사용한 회사는 치명타를 입었지만 N사는 소비자 신뢰도의 상승으로 업계 1위가 됐다. N사는 시큐리티 홀을 피하고 잘못될 가능성을 매우 잘 관리한 셈이다.

반대로 전 대우그룹은 시큐리티 홀에 침몰한 케이스다. 전 대우그룹은 세계 경영을 기치로 전 세계에 공장을 세웠는데 해외 금융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금융위기로 침몰했다.

1999년 길거리 카드 발급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신용조사 없이 가두에 카드를 발급해줬는데 이는 2000년 경기침체로 부실 채권 급증이라는 화를 불러 일으켰다.

결론적으로 기업에서는 머피의 법칙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용해 위기를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진 것 없던’ 20세기는 경제적 최선책의 시대였다면 ‘가진 것 있는’ 21세기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 즉 시큐리티 홀의 회피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CEO포럼 (http://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

영림원 CEO포럼은 2005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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