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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원CEO포럼
“글로벌기업의 강자들, 왜 몰락했나”신동엽 연세대 교수 “전통적 경영 패러다임 수명 끝나”
박시현 기자  |  pcsw@bi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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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9.07  15: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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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가 최근 [영림원 CEO 포럼]에서 ‘21세기 초경쟁 환경과 패러다임 위기-창조적 항구 혁신 경영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신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글로벌 기업의 강자들의 몰락은 전통적인 경영 패러다임의 수명이 끝났음을 의미한다”면서 “21세기의 초경쟁 환경에서는 창조적인 항구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200년 기업 역사에서 한 번도 본적 없는 특수한 현상 = 2000년 이후 최근 10년간 글로벌 기업의 강자들이 급속히 몰락했다. GM, 포드, 코닥, 몬산토, 모토로라, 소니, 메릴린치, 도요다 등이 대표적이다. 200년간의 기업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저에게 이런 현상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이다.

지난 80여년 동안 품질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자동차 산업분야에서 승승장구해온 도요다가 급작스레 위기를 맞은 원인은 무엇일까? 웬만한 나라보다 소득 규모가 컸던 GM이 파산을 신청하고, 140년간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온 코닥이 위기에 빠지고, 소니가 적자 기업으로 전락하고, 모토로라가 70%에서 고작 1%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 내부의 문제인가? 외부 경쟁 환경이 심해서인가? 아니면 금융/경제위기 때문인가? 이런 수준의 문제제기는 전통적인 강자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는 특수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지난 1980년대에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완벽한 기업 모델을 제시해 BMT 붐을 일으켰던 톰 피터스 조차 최근 자신이 꼽은 초우량 기업들의 몰락에 대해 “나도 그럴 줄 몰랐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기업의 격변은 특히 IT나 BT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 두드러졌다. 글로벌 기업의 강자들이 몰락했던 기간동안 애플이나 구글 등은 ‘무’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비즈니스 위크는 201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애플을 1위, 구글을 2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글로벌 기업의 강자와 신흥 글로벌 기업의 강자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한마디로 말해서 DNA가 다르다. 이를테면 신흥 글로벌 기업에는 회장실도 따로 없고 전통적인 9to5식의 근무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사무실 안에 스타벅스식의 카페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DNA 만들어야= GM 등의 글로벌 기업의 강자가 몰락한 것은 전통적인 경영 패러다임의 시한이 끝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다가 200년을 주도해온 패러다임이 이젠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패러다임의 변동 시기에서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어느 기업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운 DNA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GE가 아직도 건재한 것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등의 새로운 DNA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IBM도 마찬가지다. IBM은 과거 주력해온 하드웨어 사업에서 탈피해 최근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그 솔루션과 서비스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IBM의 하드웨어 매출 비중은 20% 미만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금융/경제위기에 파묻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원인은 금융/경제위기 때문이라는 착시 현상의 덫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상시적인 생존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CEO가 해야할 임무는 매일매일 ‘기업 위기의 가능성’을 물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CEO들은 대체적으로 “당장은 건실하지만 미래는 모르겠다”고 답변한다. 이 대목에서 CEO들은 회계 재무제표의 착시현상은 위기 가능성을 탐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 현재의 실적에 급급하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위기라고 생각한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분기 수익이 5조를 돌파하고, 오는 2020년에는 세계 10대 기업으로 진입을 목표로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저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칼럼이 나온 후 3~4개월 뒤에 이건희 회장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하자 분위기가 잠잠해졌다.

◆“강점이 오히려 치명적인 위기 원인이 된다” = 제가 이같은 칼럼을 썼던 이유는 “경영은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액의 1위는 반도체, 2위는 LCD, 3위는 이동통신 4위는 TV가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새로 시작한 사업의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10년 뒤에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분야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예고한다. 재무제표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기업의 위기 원인으로 주로 내부 약점을 얘기한다. 하지만 기업의 흥망성쇠를 보면 약점 때문에 망한 기업은 없다. 오히려 더 오래 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위기, 즉 치명적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제임스 G. 마치 교수는 “자기의 강점이 오히려 치명적인 위기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우량 기업의 위기는 ‘성공의 덫’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공 공식이 성공의 덫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성공 공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성공의 덫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게 제임스 G. 마치 교수의 진단이다.

이를테면 모토로라의 성공 요소였던 6시그마는 모토로라를 결국 파국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위기 대응 방법은 어떠한가. 위기일수록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내세워 자기의 강점에 더욱 몰두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전략은 성공의 덫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또 기존 성공 공식의 내부 효율성의 향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는데 이러한 ‘효율성 지상주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GE의 잭 웰치는 개구리를 차가운 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변온동물의 특성탓에 죽지만,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실험을 들어 경영은 논리의 과학임을 입증했다.

◆선택과 집중만이 능사 아니다= 잭 웰치의 개구리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느냐, 아니면 아예 근본을 바꿔야 하는지가 그것이다.

CEO는 위기의 강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무조건 선택과 집중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주 특수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면 근본을 바꿔야할 것이다.

아주 특수한 환경 변화는 자신의 강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환경으로 이른바 ‘역량파괴적 환경변화’라고 일컫는다. 이같은 역량파괴적 환경 변화는 대체기술의 출현이나 규제변화 등이 그 이유이다.

코닥은 140년간 필름 산업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따라 필름이 필요없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의 상품화에 성공하고도 필름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어느 경쟁자가 코닥이 덮어버린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꺼내 상품화했다.

IBM은 RISC 기술 기반의 중형컴퓨터를 개발했지만 대형컴퓨터인 메인프레임의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조용히 덮어버렸다. 그런데 썬, HP가 이 기술을 꺼내 중형컴퓨터를 개발, 결국 메인프레임을 물러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의 성공공식을 파괴할 역량파괴적 환경 변화는 ‘도둑’처럼 온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항상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시시콜콜하게 회사의 ‘디테일’한 정보에 연연하는 것은 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CEO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같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신의 강점을 없앨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두 적어보라.

예를 들어보자. 어느 정유회사는 중동산유국이 직접 유전에다 파이프를 꽂아 바로 정유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렇게 되면 살아남을 정유회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하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그 환경이 바뀌면 기존 소프트웨어의 운명도 바뀌지 않겠는가.

◆나의 경쟁자는 누구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 새로운 경쟁 환경을 어휘상 ‘초경쟁 환경’이라고 표현한다. 21세기의 초경쟁 환경은 20세기와 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하이퍼(Hyper) 경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퍼’라는 말은 ‘극단적으로 강한’, ‘도가 지나친’ 등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하이퍼 경쟁 환경은 경쟁이 극도로 심한 것이 아니라 경쟁의 본질, 규칙, 게임이론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재 100여년만의 대변혁기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Work Hard)’는 말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산업 사회의 논리일 뿐이다. 게임의 룰이 새롭게 바뀐 상황에서는 ‘똑똑하게 해야한다(Work Smart)’ 자세가 중요하다.

21세기에 초경쟁 환경을 불러일으킨 요인은 3가지이다. 1. 세계화 2. 상시적인 기술혁신 3. 디지털 지식경제가 그것이다. 세계화는 시장 경계를 허물었으며, 상시적인 기술혁신은 IT/BT/NT 등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주변 응용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지식경제(=인터넷)는 무한대의 정보를 한번의 클릭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의 특성은 1. 무경계 2. 급변 3. 불확실성 등 크게 3가지이다. 이러한 3가지의 초경쟁 환경의 특성은 나를 위협하는 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며, 선택과 집중에 몰두할 수 없는 등의 결과를 낳고 있다.

기업들은 경계가 없어지는 초경쟁 환경에서 우리의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의 경쟁자는 우리, 하나은행이 아니라 씨티, HSBC 등 글로벌 기업이나, 삼성생명이 될 수 있다. 자통법의 시행으로 경쟁 환경이 바뀐 것이다. 또 롯데제과의 경쟁자는 해태제과가 아니라 삼성전자이다. 1980년대에 아이들은 용돈의 45%를 과자를 사먹었지만 지금은 5%도 채 안된다. 대신 핸드폰의 컬러링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필수적인 배터리 회사를 들 수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현재 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1,2위를 달리고 있다.

◆‘창조적인 항구 혁신’, 새로운 게임의 룰로 자리잡아 = 환경 변화가 빛의 속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은 이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그 의사결정이 ‘잘했다’ ‘못했다’라기 보다는 타이밍이 오히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80개 상품을 150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단 2주만에 한 상품의 유통라인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재고비용의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크다고 느린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16만명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안되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됐다.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전략적 계획’이라는 개념은 소멸될 것이다.

기업은 환경이 바뀔때 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새로운 강점이나 경쟁우위 등을 누구보다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를 ‘창조경영’이라고 한다. 기업은 ‘창조적인 항구 혁신’이 새로운 게임의 룰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경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버전업해야 한다.

20세기는 규모의 경제로 누가 더 오랫동안 지속하는지가 중요했지만 21세기는 누가 더 빨리 없애느냐는 식의 창조적 파괴가 중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21세기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예외없이 누구나 창조적 파괴로 매우 빨리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제조업체로서 아이팟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TV, 그리고 아이카에 이르기까지 창조적인 ‘First-Mover’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은 창조적인 ‘First-Mover’가 독식하는 사회다. 세계 최초로 뭔가를 내놓는 기업이 모두를 장악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하지만 ‘First-Mover’가 “이젠 됐다”고 만족에 빠질 경우 경쟁자에게 자리를 뺏길 수 있다. 일회적으로 그치지 말고, 창조적인 항구 혁신이 일상적인 과정으로 루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의 과정에서 조직과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CEO포럼 (http://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

영림원 CEO포럼은 2005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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