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더 케이 프로젝트’ 4개 사업(마케팅 허브/비대면, 글로벌, 정보계/데이터 허브, 콜센터)의 기간 DBMS 선정 사업에 업계 이목이 쏠려 있다.

IBM 진영에 다소 치우쳐진 경쟁이라는 일부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오라클 DBMS(데이터베이스 11g RAC 리눅스)나, IBM DB2(퓨어스케일) 모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은행측 공식입장이다.

업계에서는 “RAC나 퓨어스케일만 비교했을 때는 그럴 수 있어도, DB2가 아직 은행 업무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력조달 등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라클이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해 왔던 많은 오류를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다소 격한 반응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주 총무부에 “오라클, IBM 모두 기술적 하자가 없으니. 가격을 받아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달라”고 업무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가격견적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오라클 RAC vs IBM ‘퓨어스케일’ PoC 등 마쳐 = 국민은행은 ‘더 케이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DBMS, 서버, 스토리지 등은 별도 입찰로 구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최근 DBMS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 10~11월 사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1g RAC 리눅스와 IBM DB2 퓨어스케일 PoC(개념 검증) 및 일부 BMT(장비 성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1g RAC 리눅스는 많이 알려진대로, 오라클의 대표 DBMS 제품의 리눅스용 클러스터링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RAC는 서로 다른 인스턴스(instance)에서 변경된 데이터를 디스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인스턴스로 가져올 수 있는 기능 ‘캐시 퓨전(Cache Fusion)이라는 기능이 사용된다.

IBM DB2 ‘퓨어스케일(pureScale)’에는 CF(메인프레임 기술 차용)라 불리는 컴포넌트가 포함돼 데이터를 일관성을 보증하는 캐쉬 제어 기능, 복수의 서버에 구성된 데이터베이스로의 투과적으로 억세스하는 클라이언트등 많은 유저의 미션크리티컬한 시스템으로 유용성이 실제로 검증된 테크놀로지가 도입돼 있다.

◆금융권 “더 이상 오라클에 끌려가지 않겠다??” =사업 초기만해도 오라클 우위가 점쳐지던 사업에 IBM이 경쟁하게 된 배경은 국민은행의 의도성이 분명해 보인다.

경쟁으로 얻는 이익, 즉, ▲가격 하락 ▲준법의무 준수 ▲다양한 기술적 지원 확보 등 소기의 목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해오던 대체적인 입찰이나, 경쟁구조 속에 나타났던 효과다.

국민은행의 이번 DBMS 선정은 그러나,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

우선, DBMS 경쟁에 IBM 진영을 끌어들인 데는 두 가지 목적으로 풀이된다.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는 것 외에, 지난 6월 체결한 메인프레임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의 후속 사업 보장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은행 분위기는 가격만 맞는다면, DB2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를 관통하며 오라클 우위 분위기는 사라졌다”며 “지난 글로벌 플랫폼이 IBM에게 돌아간 배경부터 국민은행과 IBM 사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지난 6월 체결한 메인프레임 OIO 계약의 이면에 ‘후속사업 보장’이 이면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문제는 IBM DB2가 은행업무에서 적합한지 여부 및 인력 지원 문제다.

IBM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퇴사한 한 직원은 “국민은행이 현명한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며 “오라클과 IBM DBMS의 기술적인 차이는 분명이 있다. 그 차이가 우습게 볼 내용은 아니다. 또 IBM에는 이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DB2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반면, 국민은행 내 오라클 반대를 주장하는 진영은 “더 이상 오라클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높은 유지보수 요율, 시시 때때로 들이대는 ‘SW 라이센스 조사’, “본사 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는 각종 핑계” 등…

“본사 정책이라 어쩔수 없다는 핑계”는 사실 IBM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유독 오라클은 미운털로 보인다.

22%에 달하는 높은 유지보수 비용에도 은행이 받는 서비스 혜택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사실, 오라클 DBMS를 사용하면 매년 22%에 유지보수 비용에 일정기간 물가인상율 등을 반영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비싸진다.

국민은행은 또 핸티캡도 안고 있다.

지난 2012~2103년 사이,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전환을 전제로 오라클로부터 다양한 BMT 등 서비스를 받은 바 있다.

수억원에 이르는 이 비용 때문에 한때 오라클은 국민은행을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오라클과 연을 끊겠다”는 국민은행은 “오라클에게 미안했던 과거를 지우고 싶다”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을 겨냥한 오라클, IBM의 경쟁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지 않은 파문을 남길 것으로 예상돼 은행 실무부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