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라클 파업으로 다국적 IT기업의 노동현실이 새삼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 테라데이타가 지난 2016년 오모 상무를 해고한 사건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오모 상무가 중앙노동위원회 및 한국 테라데이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중앙노동위원회가 2016년 12월 2일 원고(오모 상무)와 피고(중앙노동위원회) 보조 참가인(한국 테라데이타) 사이의 중앙2016부해980 재심신청 사건에 관해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개요는 = 지난 2016년, 우리은행 EDW 증설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오모 상무가 전격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오모 상무는 곧바로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및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해고 무효를 청구했으나, 지노위·중노위 모두 한국 테라데이타 손을 들어줬다.

이에 오모 상무는 2017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당시 한국 테라데이타는 오모 상무 해고 사유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지난 24일 나온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을 보면, 우선, 오모 상무가 우리은행 EDW 증설사업의 수주 과정에서 2015년 7월경 우리은행에 잠재적인 성능 향상에 대해 327 Tperf(Traditional Performance)를 증설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오모 상무는 우리은행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아니한 채 해당 성능의 내용을 변경(127 Tperf 증설)한 결과 참가인(테라데이타)으로 하여금 우리은행에 무상으로 200 Tperf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테라데이타에게 금전적 피해를 초래했다는 제1 징계 사유를 들었다.

제2 징계 사유로, 한국 테라데이타는 2014년 2월 전후 오모 상무가 김포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 한국 테라데이타 자금을 사적 또는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마지막 제3 징계 사유로, 한국 테라데이타는 비용 한도 위반, 승인 절차 위반 등 ‘출장 및 접대 규정(Travel and Entertainment Policy)’ 위반 이유로, 오모 상무를 해고했다.

◆제1 징계 사유 관련 = 재판부는 제1 징계 사유 관련, “오모 상무가 우리은행 측 담당자들과 사이에 테라데이타가 327 Tperf 증설분을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제1 징계사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는 “이 사건 사업의 목적 및 특성에 비춰 볼 때, 우리은행에게 Tperf의 수치는 사업 진행이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이 사건 사업의 주된 목적은 처리해야 할 정보의 증가에 따라 디스크 용량을 확대하고 작업을 제한된 시간 이내에 처리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거래 가격은 Tperf 수치에 따라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노드(데이터망에서 한 가지 이상의 기능 단위가 통신로 또는 데이터 회선을 상호 접속하는 것을 의미) 수량과 용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우리은행 EDW 증설)의 주안점은 배치시간이 얼마나 향상되는가에 있으며, 성능과 배치시간은 상대적으로 같은 패턴(반비례)을 보이나 반드시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고 고객(우리은행 등)의 시스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재판부는 또 “Tperf는 시스템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모든 회사의 공통적인 단위가 아니고, 참가인(한국 테라데이타)의 미국 본사 고유의 단위일 뿐이어서 우리은행에서 Tperf의 수치만으로 향후 성능 개선의 정도를 예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대표적인 시중은행으로서 이 사건 사업과 같은 시스템 개선과 관련된 거래에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 사업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참가인과 위와 같은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우리은행은 실제 EDW 증설 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Tperf 증설분에 관하여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근거도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327 Tperf 증설에 관해 확정적인 합의나 그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우리은행 EDW 시스템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성능은 323 Tperf로, 오모 상무는 한국 테라데이타에 입사한 이후 2014년 5월 23일부터 2015년 8월 5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EDW 증설 방안과 관련된 수정 및 변경 제안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오모 상무는 2015년 7월 17일 ‘우리은행 EDW 증설 방안’이라는 제목의 제안서를 우리은행 측에 제출했고, 이 제안서에는 EDW 구성안으로 단순 증설안(1안 : 327 Tperf 증설)과 교체 증설안(2안 : 165 Tperf 증설)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전인 2015년 4월 15일부터 같은 해 5월 7일까지는 교체 증설안(1안 : 165Tperf 증설, 2안 : 201 Tperf 증설)과 추가 증설안(3안 : 195 Tperf 증설, 4안 : 488 Tperf 증설)을 제안해 왔고, 그 이후인 2015년 7월 21일, 2015년 7월 31일 및 2015년 8월 5일에는 단순 증설안(1안 : 195 Tperf 증설)과 교체 증설안(2안 : 165 Tperf 증설)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수차례 제출된 위 제안서들 중 2015년 7월 17일자 제안서의 단순 증설안(1안)과 같이 327 Tperf를 증설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재판부에서는 민사소송과 달리 미국 본사측과 이메일 내용을 근거로, 테라데이타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결에 따르면, “오모 상무는 2015년 8월 28일, 참가인(테라데이타)의 미국 본사로부터 이메일로 우리은행 EDW 시스템 증설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았다. 따라서 오모 상무가 그와 같은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기 이전 2015년 7월 21일 우리은행에 327 Tperf를 증설하기로 약속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테라데이타측이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본사측과 나눈 이메일 협의조차 왜곡한 흔적으로 추론된다.

재판부는 또 “우리은행 담당자인 한모 과장은 2015년 11월 29일 오모 상무에게 우리은행이 이 사건 사업(우리은행 EDW 증설)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리면서 EDW 증설 자료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오모 상무가 같은 날 한모 과장에게 교부한 ‘시스템 증설 방안’이라는 제목의 제안서에는 단순 증설안(1안)으로 ‘30% 성능 개선’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 2015년 7월 17일자 제안서의 단순 증설안(1안)과 같이 327 Tperf를 증설한다는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모 상무는 이같은 우리은행 요청에 대해 2015년 12월 7일 견적을 제출하고, 상세 설명으로 127Tperf(36 Tperf(F850-8814-0000, Teradata 13.10 6700 SLES10 High Capacity Enterprise WH Edition, per Tperf) + 91 Tperf(F850-8524-0000, Teradata 13.10 6650H SLES10 Enterprise WH Edition, per Tperf))가 추가 증설되는 것으로 기재했다.

또 우리은행이 2016년 1월경 오모 상무로부터 수령한 견적서의 제품 상세설명에도 127 Tperf가 추가 증설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우리은행이 2016년 1월 6일 및 2016년 2월 3일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등록한 이 사건 사업(EDW 증설)에 관한 입찰공고의 상세내역에도 이 사건 사업을 통해 신규로 127 Tperf(36Tperf + 91 Tperf)가 추가 증설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덧붙여 지난 민사소송과 같이 이번 행정소송에서도 우리은행의 강요성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모 상무가, 우리은행 측이 한국 테라데이타에게 Tperf 추가 증설을 해주지 않을 경우 한국 테라데이타를 제안내용 불이행 업체로 선정해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 사업 참여를 보류시키겠다고 통보하자, 이 사건 사업보다 훨씬 규모가 큰 위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한국 테라데이타에서는 경영전략 차원에서 우리은행에 무상으로 200 Tperf 증설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춰 오모 상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즉 행정법원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2016년 2월말 127 Tperf를 증설하고, 여타의 이유(배치시간 등)를 들어, 추가 증설을 요구했으며, 한국 테라데이타는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사업 등 참여를 위해 200 Tperf를 증설해줬다는 걸 일정부분 인정했다.

한국 테라데이타 측이 내세운 제1징계 사유, 즉 오모 상무가 우리은행에 327Tperf 제공을 약속하고, 이를 테라데이타 측에 알리지 않아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밝혀, 오모 상무 민사소송 결과와 같은 관점에서 행정법원도 판시했다.

◆제2, 3 징계 사유 관련 = 제2, 3 징계 사유는 사실,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해고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즉 경비처리 관련 규정위반 등 사례다.

우선, 한국 테라데이타는 2016년 3월 7일~2016년 3월 18일까지 실시된 정기감사(감사 대상기간
: 2014~2015년, 테라데이타 미국 본사 실시)를 통해 ▲오모 상무가 2014년 2월 22일 ‘XXX’라는 상호의 안마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4만 원을 결제한 내역 ▲기타 원고가 테라데이타의 법인카드 결제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19건의 결제 내역을 각 확인했다.

재판부는 “오모 상무는 법인카드를 출장 비용의 지출 목적이 아닌 사적 비용의 지출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테라데이타의 출장 및 접대규정(Travel & Entertainment policy)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제2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행정법원 재판부는 “오모 상무가 법인카드를 이용, 사전 지출승인 신청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미화 150달러를 초과하는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지출품목이 상세히 기재된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사전 지출승인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테라데이타의 출장 및 접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제3 징계사유 중 위 일자의 각 위반행위는 인정된다”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오모 상무가 법인카드로 미화 150달러를 초과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나서 지출품목 상세 기재 간이(수기) 영수증을 제출했는데, ▲오모 상무가 그보다 앞서 제출한 신용카드 전표 영수증에 기재된 상호와 위 간이(수기) 영수증에 기재된 상호가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나 ▲간이(수기) 영수증 작성 시에는 임의의 용지를 사용할 수도 있는 점에 비춰, 19건의 위반의 모든 내용이 테라데이타의 출장 및 접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한국 테라데이타가 제2의 징계 사유로 든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재판부는 “법인카드를 사적 비용의 지출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서 위반행위의 내용이 불량하지만, 원고가 법인카드를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제3 징계사유의 경우 “①2015년 7월 10일부터 2015년 10월 22일까지의 3차례 위반행위는 사전 지출승인 신청 내용과 달리 원고가 혼자 매장에 방문해 선결제 한 후 다른 사람들이 수시로 매장에 방문해 음료 등을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으로서, 오모 상무가 직원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②2015년 8월 26일부터 2015년 9월 18일까지 2차례 영수증 간 상호 불일치 부분은 위반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점 ③ 2015년 12월 11일자 위반행위의 승인한도 초과액은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유로 재판부는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테라데이타 공식 입장은 = 이번 재판 관련, 한국 테라데이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소송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관해 어떠한 의견이나 세부 사항을 제공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테라데이타는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로서 세계 최고의 선진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 가치를 두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라데이타 직원들은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는 청렴과 윤리에 대하여 높은 기준을 두고 우리의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성공할 수 있도록 헌신 한다는데 그 가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테라데이타 이같은 입장은 2번의 민사소송 패소와 이번 부당해고 취소 소송 패소로 ‘스스로 한국법을 어기고 있으며. 윤리강령을 준수하지 않으며 청렴과 윤리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제대로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직간접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