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C&C…“신한금융 제안요청서 독소조항” 지적
IBM…내부 갈등으로 번질 태세, 본사 입장에 ‘주목’

신한금융그룹(회장 조용병)이 전략적으로 투자를 추진중인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가 안팎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일, 제안서를 접수한 신한금융그룹은 사실상 신한데이터시스템을 전면에 세운 IBM 단독제안으로 진행, 8일 제안설명회 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사업은 올봄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한 SK(주)C&C 제안이 유력했으나, 정작 SK측은 제안을 포기했고 IBM만 단독 제안하는 모양새가 됐다.

◆신한금융-SK-IBM, 3사에 어떤 일이 = 올초 신한금융지주는 SK(주)C&C를 파트너로 ‘보물섬 프로젝트’ 파일럿을 시행한다.

이 ‘보물섬’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 자본시장 업무를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파일럿 프로젝트’ 결과를 갖고 지난 7월, 신한금융그룹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게 된다. 본 사업이 본격화 된 것이다.

사업자 선정 후 총 12개월간 개발에 나설 이번 사업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공동 이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 ▲신한금융그룹이 보유 및 계획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나리오, 처리 프로세스에 적합한 시스템 구축 등을 특성으로 한다.

주요 추진 내용을 보면 ▲글로벌 자본 시장에 대한 분석 알고리즘 개발 ▲자본시장 상품에 대한 평가 알고리즘 개발 및 고도화 ▲인공지능(인지, 딥러닝 등) 핵심기술 사용 및 내재화 ▲인공지능왓슨 브랜드의 전략적 활용안 도출 ▲정형·비정형 빅데이터 DB 구축 등이다.

IBM, SK(주)C&C가 이 제안요청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 규모는 약 100억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배포된 제안요청서에 SK(주)C&C가 참여할 수 없게 된 ‘독소 조항’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 사업요건을 보면, ▲빅데이터 수집 ▲빅데이터 저장 및 관리 ▲비정형 분석 ▲정형 분석 ▲브랜드 ▲시각화 ▲기타 등으로 구성된다.

즉 자본시장 업무에 대한 일반적인 빅데이터 관련 내용은 있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요청 내용이 전무한 상황이다.

물론 ‘브랜드’ 항목에 ‘왓슨 브랜드 사용권 확보 및 활용방안’이라는 사업요건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IT시스템적인 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또 제안요청 사항 중 ‘관련 프로젝트 사례’ 항목 중 ‘신한금융그룹 내 관련 프로젝트 수행 이력은 제외’로 돼 있다는 점에서, 파일럿을 수행한 바 있는 SK(주)는 사실상 제안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게 설명이다.

제안요청서 독소 조항은 또 있다. ‘온 프리마이즈(On-Premise) 서비스 준수 사항’.

신한금융그룹은 제안요청서에 ‘(중략)신한 그룹사의 내부시스템에서 개발 및 서비스 돼야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그 어떤 지역이나 기업에 제공되는 ‘왓슨’ 서비스는 모두 클라우드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한금융그룹 제안요청서가 ‘왓슨’ 브랜드를 어떤 방식으로 든 활용하지만, ‘왓슨’ 기술이나 IBM 그리고 SK(주)C&C에 종속되지 않는 ‘신한만을 위한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신한금융그룹이 이미 지난 봄 파일럿을 통해 SK(주)C&C-IBM의 알고리즘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직접 개발에 나서 비용도 절감하고 벤더 종속성도 탈피하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IBM SW 사업부가 나서서 ‘WEX(Watson Explorer)’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신한금융그룹은 ‘왓슨’ 브랜드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WEX’는 왓슨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텍스트 분석 및 마이닝에 필요한 일종의 검색엔진 역할이다. <그림 ‘IBM WEX 특성’ 참조>

요약하면, 신한금융그룹은 ‘WEX’ 도입으로 ‘왓슨’ 브랜드 사용에 필요한 실리를 확보하고, 실제로는 지난 파일럿을 근거로 신한데이터, IBM 등 인력 및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AI 플랫폼을 독자 개발하고자, SK(주)C&C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독소조항을 만들었다는 게 논란이다.

아울러 ‘왓슨’의 한글화나 지난 파일럿 지적재산권 관련, SK(주)C&C와 IBM 공동 소유로 돼 있다는 점에서, 만약 신한데이타와 한국IBM이 공동으로 이 사업을 치를 경우, 지적 재산권 논쟁에서도 비켜 갈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신한데이타시스템이 지난 7월 AI 관련 인력, 즉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예측 모델링 ▲DB ▲인터페이싱에 대한 대대적인 채용공고를 내고 관련 인력 수혈에 나서 이같은 추론을 적극 뒷받침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후지쯔가 일본내 AI 노하우를 갖고,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추론도 내놓고 있다.

최근 전면적 구조개편에 나선 후지쯔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일본 후지쯔 본사의 기술적 노하우를 대거 한국에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IBM, “WEX는 왓슨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공식 입장 = 이와 관련, 한국IBM은 신중한 의견이다.

한국IBM 홍보 부문 공식 채널을 통해 “WEX는 왓슨 브랜드가 아니다. 담당 사업부가 다르다. WEX는 SW 사업부가, 왓슨은 GBS에서 담당한다”고 전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한금융그룹 논란이 자칫 IBM 내부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IBM에서 퇴사한 한 임원은 “두 가지 경우에서 IBM 내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선, IBM에게 왓슨은 가장 중요한 미래성장 동력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왓슨 클라우드’ 사용 고객을 늘리려고 하는데, ‘WEX’가 왓슨으로 둔갑하고 있고, 신한금융 요구대로 구축형(On-Premise) 모델로 왓슨이 도입되면, 본사가 가만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임원은 “SK(주)C&C는 어쨌건 한국내 왓슨 메인 파트너 회사다. 파트너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IBM은 신한금융그룹 제안을 포기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주)C&C, “이번주 대응방안 마련할 것” = SK는 우선, 제안을 포기한 것 외에 별도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주 SK(주)C&C 임원이 IBM 본사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한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확산될 태세다.

SK(주)C&C 관계자는 “IBM이 이번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내용을 신한금융그룹 측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 방문 결과를 놓고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최종 대응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논란 관련,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한다고 밝혀왔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