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카카오뱅크 이후 기술적 확신도 점차 늘어

금융권 신기술 도입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특히 검증이 끝난 기술에 대해서는 도입을 확정한 사례도 있고, 향후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B카드가 최근 ‘x86 기반 자바 프레임워크’ 도입을 골자로 차세대 개발을 추진중이고, 우체국 금융도 빠르면 이번주 컨설팅 업체 선정을 통해 밑그림 구체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KB카드 움직임은 = KB카드는 지난 3월 27일 전후 윤웅원 사장이 직접 윤종규 회장에게 차세대 시스템 추진 관련 보고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웅원 사장 보고 내용은 ‘x86서버 기반 자바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전면적인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들은 윤종규 회장은 “카드사 절차에 따라 추진하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3월초 미국 지역 씨티은행, 구글, 아마존닷컴 등을 방문했던 윤종규 회장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져온 터라, 이같은 KB카드 보고에 비교적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입장에도 윤 회장은 “은행 일정을 맞춰 추진하라”는 단서를 붙였다.

현재 메인프레임 기반 은행 계정계-카드 기간계가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으로 함께 묶여 있기 때문에 추진 일정 등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추진 일정 조정과 무관하게 KB카드는 ‘x86-클라우드-자바 프레임워크’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 및 소요비용 등 검토 보고를 한차례 더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KB카드는 카카오뱅크 사례를 적극 참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주 본 인가를 얻은 카카오뱅크는 ‘x86-자바 프레임워크’를 계정계에 구현한 국내 첫 금융권 사례이기 때문.

지난주초 KB카드는 카카오뱅크 IT인프라 구축 주사업자로 참여한 LG CNS(PMO 투이컨설팅 참여)를 초청, 설명회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KB카드는 향후 ‘x86-자바 프레임워크-클라우드’ 관련, 기술적인 검증 및 적정 예산안 마련하면 윤종규 회장 보고 및 KB카드 이사회에 사업 및 예산안을 부의할 예정이다.

◆대놓고 신기술 도입 공표 ‘우체국 금융’은 = 11일경 ‘우체국 금융 ISP(정보전략계획) 수립’ 컨설팅 사업자를 선정하는 우정사업본부도 차세대 금융을 통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구축을 근간으로 할 방침이다.

▲ 우체국금융 차세대 목표시스템 구성

‘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설계 사업’은 제안요청서에 이미 클라우드, 빅데이터 도입에 대한 우정사업본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우체국금융 차세대 추진 목표는 ‘최신 ICT(클라우드, 빅데이터, AI, IoT 등) 기반의 미래지향적인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설계’라고 적시하고 있다.

우선 우정사업본부는 ‘금융관련 기술동향 및 사례 분석’에서 생체인식 기반 본인 인증,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 어드바이저,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을 적용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대세라고 밝혔다.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빅데이터)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과 신규고객 발굴 및 타깃 마케팅에 빅데이터 활용 - 하나은행‘악성코드 보안 강화’, NH농협 ‘고객의 이탈 예측 모델’, 기업은행‘SNS 데이터로 고객감성분석’ 등 사례 ▲(클라우드)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 - KB국민카드 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금융 사업 강화, 신한은행 사내문서 및 정보공유 플랫폼으로 사용, 코스콤 전자정부 클라우드 표준플랫폼 선도 적용 등 사례 분석도 마쳤다.

우체국금융의 차세대 추진방향 및 전략은 ▲핀테크,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ICT 신기술을 적용한 업무 재설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전략계획(클라우드 운영기반 및 빅데이터 환경을 고려한 금융 업무설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범위 및 효율적 추진 전략 마련, 운영 인프라를 통합플랫폼으로 구성해 실시간 콜로케이션이 가능한 서비스방안 및 모니터링 환경으로 설계, 전국 2600여개 우체국의 금융단말을 VDI 기술을 통해서 S/W를 개별 설치하는 대신 네트워크 기반의 가상환경 구현 방안 설계) 등이다.

아울러 우체국금융은 ‘다양한 비대면 채널수용 및 빅데이터 플랫폼 설계’에도 나설 예정이다.

물론 지난 6일 통화한 우체국금융 관계자가 “범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컨설팅 제안요청서 조차 ‘x86-자바-클라우드 도입’을 공식화하고 있다.

정리하면, 우체국금융은 차세대를 통해 수년동안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IT부문에 최신 신기술을 대거 도입, 일시에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이 연내 ‘x86 기반 계정계 자바 프레임워크 도입’을 골자로, 차세대시스템 ISP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다만, 위성호 행장 취임 첫해인 만큼 그 방향성은 아직 미지수다. 올 연말 신한은행이 전면적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금융권 IT신기술 도입은 단지 최신의 “유행을 따라가는” 식으로 폄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x86 기반 자바 프레임워크를 주전산시스템에 도입한 카카오뱅크나 ‘주식, 선물옵션 등 매매체결’시스템을 x86 기반에 운용중인 거래소 등 앞선 참조모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다만, 이들 금융회사가 본질적 의미의 신용사업 계정계와 동일한 아키텍처 적용이 쉽지는 않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창구단말 시스템이 없는 구조이고, 거래소 매매체결은 매도-매수에 한정돼 은행 계정계 시스템과 비교, 거래의 아키텍처 구조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전자거래기본법, 전자금융감독규정 등에 의해, 금융회사 도입 클라우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금융회사의 운용사례를 통해 기술적 문제점이 점차 해소되고 있고 은행 계정계 도입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IT 업계 한 전문가는 “핀테크 등으로 지급결제 시장의 문호가 크게 열리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 탄생이 기존 금융회사를 적극 자극하고 있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그 근간에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술도입에 대해 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