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더의 덕목 ‘인내’
2 지혜와 숙고하는 삶 - <지난호>
3 도전과 목표관리 없는 성공은 없다 - <이번호>
4 초심만큼 중요한 마무리

성공 리더십의 핵심은 강한 멘탈 기반의 목표관리

삼성전자는 최근 배터리의 이상연소에 의한 발화 폭발 문제가 발생한 갤럭시 노트7을 판매중단하고 전량 교환에 나서는 등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지만, 각국 항공사들이 줄지어 갤럭시 노트7의 항공기 내 반입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무상보상 등 적극적 리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을 통해 눈에 띄는 혁신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7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했으나, 오히려 치명적인 상처를 안게 됐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국내시장’에서는 판매 직전에 있는 아이폰 7 시장을 선점해 압도적인 마켓 셰어를 유지하는 것이고, 해외에서도 국가별로 삼성이 유리한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애플 아이폰보다 앞서는 매출을 올리는 것일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갤럭시 노트7과 S7 라인 등의 후속버전의 혁신을 이어가 애플을 능가하는 휴대폰 업체로 자리매김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배터리 발화사건은 삼성의 단기적-장기적 목표 모두를 달성하지 못하고 매출을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말았다.

한 마디로 현대적 경영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관리’에 실패한 꼴이 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목표관리에 실패한 이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

특히 이번 배터리 발화사건은 지난 1995년에 보여준 이건희 회장의 마무리 작업과 달리 지극히 사무적일뿐 스토리와 감동이 없다.

1995년 3월 이건희 회장은 경북 구미 공장에 2000여명의 임직원을 모아놓고 휴대전화와 팩시밀리 등 500억원 상당의 제품을 태워버렸다.

삼성전자가 판매한 무선전화기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15만대의 제품을 교환 내지 회수하고 난 뒤 화형식을 거행한다.

즉 CEO가 직접 나서서 목표관리에 실패한 기업을 수습하면서 공적으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스토리를 직접 지휘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이재용 체제에서도 목표관리에 실패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을 것이다.

배터리 발화라는 직접적 원인과 부품 도입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 등 다각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관리에 대한 기업의 집중력은 단순한 조사에서 밝혀지진 않을 것이다.

집중력은 멘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관리를 위해 CEO와 임직원 모두가 보여야 하는 정신력은 회의나 토론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목표관리의 난점
하지만 목표관리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또 경영자의 입장과 실무자의 입장이 서로 달라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도 서로 다르게 내려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유는 목표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상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관점에 차이만이 목표관리의 실패요인은 아니다.

처음 업무의 혁신을 기하기 위해 동기유발요인을 높일 수 있는 목표관리를 제안한 사람은 피터 드러커 교수다.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에 따라 수행하고 수행한 일의 결과에 따라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목표관리를 반복적으로 관리하는 경영기업으로 1950년대에 첫선을 보였다.

처음에는 효과적인 인적 자원 관리에 중점을 두었지만 점차, 기업 전체의 목표관리로 확장 적용하면서 적극적으로 기업이 목표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이 방식의 도입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목표관리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돌발변수 등에 방해를 받게 돼 있다.

우선 도처에 산재해서 관리자의 시선을 빼앗는 사건들, 예컨대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할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와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소집되는 각종 회의, 본사와 공장 내지 지역 채널과의 마찰 등 기업의 업무 범위 안팎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목표관리를 어렵게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의 계획이 어그러지면 전체 프로젝트의 계획은 처음 수립할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괴리를 보이게 된다.

# 오디세우스의 목표관리
그렇다면 오디세우스는 어떠했을까?

‘서양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을 쓴 존 K 클레멘스는 “어떤 고전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만큼 도처에 숨어 있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난관들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못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고향 이타카를 향한 10년의 여정길은 간난신고를 피할 수 없는 가혹한 길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와의 싸움, 키르케, 나오시카 등의 유혹을 받으면서 함대를 잃고 결국 혼자 남게 되지만, 그는 고향 이타카를 향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철저하게 목표관리를 한다.

때로는 실수로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고향 이타카에 도착해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온전히 되찾을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게으르고 몽상하기를 좋아하며 건망증이 심한, 로터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지중해의 광풍을 만나 멀리 남쪽 아프리카 땅에 닿아서도, 사이렌의 노래 소리에 혼을 잃어 항해하는 선박이 모두 침몰됐다는 이탈리아 근해 어딘 가쯤을 지나면서도 그는 그의 의식을 잃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로터스에 취한 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지하 세계 하데스에 가서 트로이 전쟁에서 죽은 그의 동료들을 만나면서도 그는 그의 목표만을 생각한다.

요즘으로 치면 마약중독자와의 상담역을 하면서 헛세월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이고, 프리마돈나 오페라 가수의 노래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고, 나오시카 공주의 유혹에 넘어가 안락함에 취해 고향 이타카를 저버릴 수 없었던 것이고, 고향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지하세계 하데스를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목표관리를 위한 강한 정신력(멘탈)을 오디세우스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리스크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현대의 경영인들과 지도자들은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클레멘스 교수는 오디세우스가 가장 확실한 목표관리를 했다는 점에서 그의 미덕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태는 그런 점에서 전혀 현대적이지 않다. 특히 세계 최고를 위한 멘탈리티를 찾을 수 없다.

비즈니스 로직에 따라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교과서스러운’ 태도가 삼성전자의 현재 모습인 것이다.

이 같은 수동적이며 방어적인 모습으로는 잠재고객만 잃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도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삼성전자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