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덕목 ‘인내’ - 이번호
◆지혜와 숙고하는 삶
◆도전과 목표관리 없는 성공은 없다
◆초심만큼 중요한 마무리
 

“성공하는 리더는 ‘인내’를 만들어진다”
영웅 오디세우스의 덕목은 지혜와 인내

‘그리스인이야기’의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그리스의 바다, 에게 해를 고기잡이의 바다가 아니라 교통의 바다이자 ‘교역의 바다’라고 말한다.

생계를 위해 정어리나 다랑어를 잡기도 했지만, 에게 해 넘어 전체 지중해를 오가며 광활한 평원을 가득 메운 밀을 찾아 나섰고 하천과 산야에 묻혀 있는 금과 은 등의 광물을 찾아나서는 길이 바다라고 말한 것이다.

연중 강수량 500mm의 척박한 땅.

올리브와 포도 이외의 곡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기후조건을 극복하고, 폴리스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곳의 곡창지역과 무역을 하거나 식민 지배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그리스는 질 좋은 토기를 빚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올리브기름은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원이었고, 포도주 또한 통치의 수단으로 긴요하게 쓰이는 값비싼 교역품이었다.

그렇게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던 만큼, 고대 그리스인들은 바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물론 교역은 모두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주었지만, 모든 교역이 성사되지는 않았으며, 바다는 육지보다 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호기심과 경제적 욕구에 따른 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한 사람의 단순한 귀향기가 아니라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바다를 장악했는지를 알려주는 교과서 같은 서사시이다.

또한 호메로스가 이 서사시를 통해 그리스인에게 전하고 싶었던 새로운 영웅상의 전형이기도 하다.

트로이와 그리스 폴리스들의 연합군 간에 벌인 전쟁을 소재로 쓴 ‘일리아스’에서 그는 영웅들이 지녀야할 덕목을 이야기했다.

그 덕목은 ‘용기’였으며 ‘관용’이었다.
 
그렇다면 거친 바다, 지중해에서 오디세우스가 그의 고향 이타카까지 가는 10년의 여정을 그린 ‘오디세이아’에서 호메로스가 말하고자 했던 덕목은 무엇이었을까?
 
24권으로 구성된 대서사시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트로이와 전쟁을 하는데 10년이 걸렸고 그리고 다시 10년 동안 에게 해와 지중해의 여러 곳을 난파선마냥 헤매며 돌아다닌 새로운 영웅을 통해 호메로스는 2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그의 목적지를 잃지 않고, 각종 위험과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든 그 힘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인내다. 즉 힘과 용기만으로 세상을 좌우하던 시절은 지나고 지혜와 용기 그리고 인내까지 필요한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지혜와 인내가 새로운 덕목으로 등장한 것일까.

이유는 명쾌하다. 바다는 힘과 용기만으로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형 자체를 모두 파악하기 힘들고 기후에 따른 항해 환경은 천차만별인 바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용기만으로는 불가능했으며,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바다가 중심 환경이 되면서 폴리스는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게 된다.

그 영웅이 10년을 지루하게 끌어온 트로이전쟁을 마감시킨 오디세우스다. 그는 문제에 봉착하면 행동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한다. 잔꾀 정도를 부리기 위해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해법을 찾기 위해 숙고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새로운 환경과의 싸움에서 물러섬이 없다. 바다와의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그는 운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특성 탓에 앙드레 보나르는 그를 지혜로운 인간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여기서의 지혜는 세상에 대해 의미 없는 지식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닥칠 때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지혜를 말한다.

따라서 실용적이며 관념적이지 않다.

이와 함께 ‘오디세이아’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미덕은 귀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0년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모습이다.

단순하게 힘과 용기만으로 승부를 내는 싸움도 있겠지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싸움은 인내하는 자의 몫이라는 것을 오디세우스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하들과 함께 귀향길에 나서 수많은 유혹과 방해가 존재했지만, 그 때마다 그는 편법이나 지름길을 찾지 않고,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산 오디세우스는 신의 변덕과 방해를 겪어야 했고 악천후와 여인들의 유혹을 뿌리쳐야했고, 제멋대로인 동료들의 실수도 극복해야 했다.

물론 그의 간난신고 중에는 본인의 실수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 게다가 고생 끝에 도착한 이타카에선 그의 재산과 부인을 차지하려는 무뢰한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목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현대적 의미의 경영자와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위해 주어진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대안을 정밀하게 수립하고 하나씩 실행한다.

따라서 그는 변화를 거부하려는 본성이 지배적인 세상과 싸워나가는, 그것도 체계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수립하면서 행동하는 현대적 의미의 리더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워렌 버핏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험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좀 더 인용하면...

“새로운 국가에 새로운 질서를 주도적으로 확립한다는 것이 성공하기 힘들고 위험한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옛 질서 아래서 편히 살던 모든 이를 적으로 돌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말로는 변화를 수긍하고 도입하자고 하지만, 실제 세상은 진정한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지도자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투자와 관련 “본인이 산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단 10분도 갖고 있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10년 이상 투자에 대해 연구하고 제대로 된 주식을 골랐다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디세우스가 갖은 고생 끝에 고향 이타카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이 10년이다.

오디세우스의 10년과 워렌 버핏의 10년은 질적으로 다르다. 또 물리적으로 흐르는 10년을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무르익는 시점이 있고, 이때를 구분해낼 수 있는 통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내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때가 아니면 나서지 말고, 때가 오면 놓치지 말고, 기회가 오면 포착하자”라고 말한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10년의 세월 동안 간난신고를 겪으며 귀향길에서 펼쳤던 인내의 스토리를 이에야스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CEO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모두가 숨넘어갈 듯 짧은 호흡 속에서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하게 된다.

기다림은 기술 중심시대와 맞지 않는 정적인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기다림은 흐르는 시간과 벌어지는 사건을 면밀히 바라보면서 비즈니스의 포인트를 잡아내고 읽어내는 시간이다.

이것을 인내하지 못하면 승리란 없는 것이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