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자와 2인자의 갈등 - 이번호
◆ 용기와 지혜
◆ 한계를 알지 못한 자의 최후

트위터, 야후 몰락의 교훈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기업의 최후
‘일리아스’ 영웅처럼 현재에만 충실
 
3년전 소셜네트워크 미디어로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트위터가 경영난에 봉착해 매물로 등장했다고 한다.

구글,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등이 물밑 접촉을 통해 가격협상을 하는 가운데 디즈니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9월말 뉴욕을 뜨겁게 달고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트위터의 기업가치는 약 160억 달러(약 17조 6000억원) 정도. 인수전에 들어간 기업은 200억 달러 안팎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닷컴 시대’를 사실상 이끌었던 ‘야후’도 22년 만에 초라한 모습으로 퇴장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야후 황금기 시가총액의 4%에 해당하는 48억 달러(약 5조 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7월 발표됐기 때문이다.

8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에게 제시했던 420억 달러(약 46조 3700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 때 인터넷 포털시장의 최고 강자였던 야후. 2000년 중반까지 1위를 달렸지만, 혁신적인 검색엔진을 들고 나온 구글에게 모든 포털들은 두 손을 들고,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10년 전 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미니홈페이지의 친구맺기 기능 그리고 메신저 기능을 묶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의 한계 노출.

불과 20년 동안 검색엔진 시장에서 최고의 강자였던 기업이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한 뒤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가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또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었던 노키아의 몰락을 2010년 이전에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백색가전 시장의 맹주였던 소니의 몰락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왜 2차 방정식과 같은 그래프를 그리며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이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그 이후’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잘 나갈 때, 그 이후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선 자사 기술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시장점유율이 가져다주는 자만에 빠져 새로운 혁신을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노키아는 자신들이 스마트폰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자신들의 기술의 상업성과 시장성을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태도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시 때까지도 이어졌으며, 결국에는 1인자 자리를 내놓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 한계를 인식하지 않았던 ‘일리아스’의 영웅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중에서 특히 드넓은 평야가 있었던 발칸반도의 끝자락 펠로폰네소스에서 가장 강한 폴리스를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은 스파르타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일리아스’ 시대의 강대국은 미케네였다.

합리적인 정의보다는 힘의 논리에 의한 분배가 이뤄지던 시절, 미케네와 스파르타는 형제가 통치하던 폴리스였다.

신화에 나오듯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패리스에게 납치당하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에게 트로이 정벌을 부추긴다.

그리스 폴리스 중 강대국인 두 폴리스가 주축이 돼 연합군을 구성하면서 당대의 영웅들을 모두 규합해 원정길에 나선다.

표면적인 이유는 납치된 헬레네를 구출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트로이가 막고 있는 보스포로스 해협 뒤에 존재하는 비옥한 흑해연안의 식량과 지하자원이었다.

9년의 전쟁 기간 동안 그리스 연합군은 당대 최고의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주변지역을 약탈하며 근근이 전쟁을 유지한다.

당대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천하무적 아이아스, 디오메데스 그리고 꾀돌이 오디세우스 등의 지휘관들이 참여한 전쟁은 분명 군사력에서 트로이를 압도했다.

아킬레우스가 전투에 나섰을 때 거둔 성과만 보더라도 그리스 연합군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트로이는 전쟁 기간 대부분을 농성전을 펼쳐 겨우 방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사령관인 아가멤논과 그의 동생 메넬라오스는 전력상의 우위를 전쟁에서의 우위로 전환시키지 못한다.

농성전을 펼치는 적을 이끌어내서 평원에서 결전을 펼칠 수 있는 전략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견고한 트로이성을 공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이디어 조차 내놓지 못했다.

또한 트로이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용간의 전략도 없었다.

자신들의 능력이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그리스 연합군, 특히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오직 현재 눈앞에 있는 적을 물리치는데 만 혈안이 돼 있었다.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지 싸울 뿐이다. 자신들의 능력이면 충분히 이긴다는 생각만 가지고 싸운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큰 생각 하나가 없었다면,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에서 더 긴 세월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 폴리스에는 새로운 왕들이 등장해서 권력을 승계했을지도 모른다.

즉 참전했던 모든 그리스 연합군의 지휘관 즉 해당 폴리스의 왕들은 모두 트로이에 발목이 잡힌 채 국내 정치의 주도권은 폴리스에 남은 왕족과 귀족들의 손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즉 리더가 현재의 상황에 충실하면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결과는 트로이 전쟁에서의 아가멤논처럼 허송의 시간만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모두 꿈꾸는 해피엔딩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해피엔딩을 꿈꾼다. 이유는 현재에 사로잡혀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앞의 위험이나 쾌락을 보지만 그 상황 너머에서 전개되는 더 큰 무엇은 일반적으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통찰력은 눈앞의 이익이나 위험을 감별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도 뒤에서 움직이는 힘을 파악하는 능력인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미래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일을 생각하며 계획을 수립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유는 자신의 욕망에 굴복해 원하는 미래상을 그리면서 계획을 수립하므로, 눈앞의 위험과 리스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소평가하기 일쑤이며, 정확한 현재의 상황과 자신(자신이 포함된 기업)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상상력에 의존해 계획을 짜기 다반수이다.

따라서 모두가 현재를 충실히 반영한 계획을 짜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실제는 자신이 꿈꾸는 해피엔딩만을 생각하며 일을 추진한다.

이 순간 우리는 모두 욕망의 포로가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한다.

트위터는 단문 서비스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페이스북 만큼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진화과정의 초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막연했다.

추가적인 혁신을 일궈내지 못한 것이다.

야후는 분명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인터넷포털이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검색 엔진 을 개발한 구글은 검색자의 검색행위가 자동적으로 정보의 질을 분류해줬다면, 야후는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정보를 분류하는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리아스’의 영웅들처럼 이들 기업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처한 것이다.

새롭게 변화된 환경은 새로운 대응방법을 요구하지만 이들 기업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준비를 제 때 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