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합 델 승인 지연 ‘차이나 어프로브’ 원인
익스트림IO 단종 논란, 영업비 축소, 각서 ‘난맥상’

델과 EMC 통합 출범이 늦어지면서 국내 영업에 적지 않은 여파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델의 EMC 인수 전격 발표 후 현재까지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없이 지나왔지만, 당초 예상했던 2016년 8월 1일 델-EMC 통합 출범이 무산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델코리아보다 한국EMC의 국내 영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차이나 어프로브’ 이슈 = 지난 8월 1일, 델은 전 세계 ‘델 EMC 통합’을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 중이던 ‘통합 델’은 돌연 오는 9월 1일로 연기됐다. 델, EMC 등 소식통에 따르면, ‘차이나 어프로브(China Approve) 이슈’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국정부가 델-EMC 통합을 승인하지 않고 있고, 델 본사에서는 이 ‘승인’없이 통합 델 출범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승인 지연’ 관련 업계에서는,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자국내 보호무역 ▲과거 델의 철수에 대한 반감 등을 배경으로 지적했다.

델의 PC 및 x86 사업은 중국 대표 IT기업 레노버, 화웨이 등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굳이 서두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델은 과거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가 철수시킨 바 있다. 당시 델이 매끄럽지 못하게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이에 대한 이른바 ‘보복성 승인 지연’이라는 설이다.

델코리아, 한국EMC는 9월 1일을 통합 델 출범의 D-데이로 보고 있지만, IT업계 안팎에서는 그 일정도 불확실하다는 분위기다.

◆‘익스트림 IO 단종설’에 ‘당혹’ = 이같은 난맥상에 지난 7월 27일, 국내 모 일간지는 EMC가 자사 올-플래시 어레이 익스트림IO의 개발 및 지원을 중단(Death)할 수 있다는 설에 대한 유럽의 모 기사 내용을 인용 보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국내 대표 K 일간지는 유럽의 IT전문 매체가 보도한 ‘EMC 익스트림 IO 개발중단’ 제하의 기사를 통해 ‘12개월 넘게 새 버전 미출시’라고 전했다.

여기서 ‘익스트림 IO’ 새 버전은 이른바 ‘콘트롤러의 펌웨어’를 가리킨 것으로 추정된다.

EMC는 2016년을 ‘올 플래시의 해’로 선언한 바 있다.

연초 삼성전자의 3D V낸드 SSD를 탑재한 하이엔드 AFA ‘VMAX 올플래시’를 출시한 데 이어, 대기업의 단위 업무 또는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미드레인지 올 플래시 스토리지 ‘유니티(Unity)’도 공개했다.

즉 ‘VMAX’를 전면에 내세운 올플래시 전략 실현에 있어 ‘익스트림 IO’는 한켠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세간의 추론이 유럽에서 보도됐고, 한국에서는 IT전문지가 아닌 종합일간지 번역본으로 나오게 돼 EMC가 이를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IT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무게를 이동하는 최근 트렌드를 보면 델이 굳이 EMC의 하드웨어 전 제품 라인업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영업비 축소-김영란법 반영?” = 지난 8월 1일부로 한국EMC 전 직원들의 판공비 또는 영업비가 대폭 축소됐다.

한국 직제를 반영한 전무, 상무급 임원의 경우 월 200만원, 이사급 월 150만원, 부장급 및 영업대표 100만원 안팎으로 조정됐다.

마케팅, 경영지원부서는 20~30만원 가량으로 대폭 축소됐다.

한국EMC 한 관계자는 “부서별, 담당 고객별 차이는 있겠지만, 많게는 40% 이상 삭감됐다”며 “델 코리아와 상당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영업비 축소 관련, 한국EMC는 외부적으로 이른바 ‘김영란법’ 대응이라고 밝혔지만, 델코리아 현 영업비 체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각서’ 논란도 = 영업비 축소 후 한국EMC는 또 한번의 영업조직 단속에 나선다. 지난 8월초, 한국EMC는 거의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각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서의 내용은 “현재 계획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경우 퇴직에 대해 부당해고 등 이유를 달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부서별로 책임자만 사인한 경우도 있고, 부서 직원 전체가 사인에 참여했다는 게 한국EMC 안팎의 전언이다.

이처럼 델-EMC 통합이 늦어지는데다 각종 내외부 이슈로 국내 영업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당장 우리은행은 계정계 스토리지 입찰 과정에서 “한국EMC 제품이 채택될 경우 향후 10년간 제품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는 등 사용자 진영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여타 금융회사 역시 EMC 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재 EMC 제품을 채택한 이후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자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델의 출범은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델, EMC 모두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
<박시현 기자>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