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 금융자회사 비씨카드(대표 서준희)가 차세대 IT시스템 개발 관련 정보전략계획(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이하 ISP) 수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비씨카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9월 공식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연내 컨설팅 사업자 선정 및 본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ISP 기간은 약 3~5개월 가량으로 추정되고, 이후 내년 차세대 IT시스템 개발 본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비씨카드는 LG CNS(대표 김영섭)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만디리(Mitra Transaksi Indonesia, MTI) 은행의 ‘신용카드 지급결제 프로세싱 시스템’ 구축 사업에 한창이다.

허진영 전 CIO가 책임자로 참여, 개발 중인 이번 사업이 오는 2017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비씨카드는 이 사업이 안정 가동된 후 ‘차세대 IT 개발’ 본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씨카드 차세대 IT 개발 ‘흑역사’ = 차세대 IT시스템 개발 관련, 비씨카드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선 바 있는 비씨카드는 2011년 8월 31일 개발 중이던 차세대 IT시스템 개발은 전면 중단한다.

당시 비씨카드는 단종된 기존 카드계 알파서버를 메인프레임 기반 자바 아키텍처 도입, 승인계 스트라투스 장비 메인프레임 C 아키텍처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차세대를 추진했다.
발급, 가맹점, 국제, 제휴, 회원, 포인트, 출금 등 업무는 LG CNS가 개발하고, 한국IBM 승인계를 맡은 바 있다.

2011년 5월 가동일이 8월로 연기됐고 이후 같은 해 8월 31일 비씨카드는 카드 차세대IT 가동 중단을 선언한다.

최근까지 알려진 당시 비씨카드 가동중단의 배경은 ▲승인계 IBM 메인프레임 용량 문제 ▲KT 전 이석채 회장의 연임 이슈가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계를 기존 무정지서버(스트라투스 기종)에서 메인프레임 C로 개발하면서, 2009년 산정한 용량이 1만 5000밉스에서 추가 필요 용량이 4만 5000밉스까지 올라가는 기형적 구조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즉 비씨카드는 8월 새로운 IT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해도, 가동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하드웨어 용량 및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09~2011년 당시 신한카드가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 용량은 2만 밉스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비씨카드 차세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카드 처리계 DB와 승인계 DB를 일치시키는 IBM 솔루션, 즉 변경데이터 추출 솔루션이 메인프레임 CPU를 크게 차지하는 게 원인이 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IBM에 메인프레임 C 개발 경험자도 부족했고 따라서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개발된 산출물을 반영, 가동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앞서 설명한 변경데이터 추출 솔루션을 걷어내고 카드 처리계-승인계를 하나의 원장 DB에서 운영토록 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여기서 ‘KT 인수 변수’가 발생한다.

2011년 연임을 준비하던 전 이석채 KT 회장이 비씨카드 중단으로 발생하는 장애 등 리스크를 이유로 들어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회원수가 2700만명을 넘기고 있던 비씨카드 IT시스템이 가동 후 장애라도 일으키면, 연임 계획에 차질이 예상됐고 따라서 가동을 중단하게 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후 IBM과 소송전을 가진 비씨카드는 IBM으로부터 70억원 지급과 장비 반납을, 한국IBM에는 나머지 잔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강제 중재해 최종 합의했다.

◆LG CNS, 소방수로 전격 투입 = 2012년초까지 기존 알파서버 기반 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하던 비씨카드는 카드 처리계 개발을 맡았던 LG CNS를 투입, 단종된 알퍼서버를 수퍼돔2로 개편하는 작업을 같은해 10월 완료했다.

시스템 마이그레이션(migration) 방식으로 추진된 당시 사업에서 비씨카드는 주전산기 기종을 기존 알파서버에서 HP 슈퍼돔2 서버로 교체하고, 오라클9i를 최신 상용SW 오라클 11g로 바꾸는 등 HW와 SW, 응용프로그램까지 최신환경에 맞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신시스템 방향성에 ‘주목’ = 비씨카드가 이번에 신시스템을 추진하는 배경은, 과거 개발 중단 등 과정에서 정비되지 않은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코어뱅킹 솔루션으로 큐로컴 ‘뱅스’를 그대로 운영중이기 때문에 이를 자반 기반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되고, 핀테크 대응 및 글로벌 사업 강화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 개편이 예상된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또 하나의 여정’이 비씨카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