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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원CEO포럼
한국에선 ‘감성적 리더십’이 절대적윤석철 교수, 영림원CEO포럼에서 ‘한국형 리더십’ 주제로 강연
박시현 기자  |  pcsw@bi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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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0.07  19: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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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중소기업의 가치경영을 추구하는 모임인 영림원CEO포럼이 6일 출범 4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05년 10월 6일 시작한 영림원CEO포럼은 그간 44회의 모임을 가졌으며, 40명의 강사들이 발표했다. 이번 45회째 모임에서는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한국형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인간 정신체계의 두 기둥 ‘이성과 감성’ = 인간의 정신체계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인간의 정신체계를 받치고 있는 두개의 기둥은 이성과 감성이다. 이러한 인간의 정신체계를 명쾌하게 분류한 인물이 바로 니체이다. 니체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체계는 아폴론적 체계와 디오니소스적 체계로 분류된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며,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다. 아폴론적 체계가 신/이성/규범적이라면 디오니소스 체계는 인간/감성/욕망적이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동양의 공맹 교육 등 이성과 규범을 중시하는 정신체계는 음악이나 문학 사조로 고전주의를 낳았다. 고전주의의 대가로는 음악 분야의 바하, 문학 분야의 괴테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특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고전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 남편이 있는 연인을 사모하다가 신/이성/규범 속에서 고민 끝에 자살을 택한 베르테르를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동정해 그의 길을 따른 것은 고전주의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사조가 극치에 도달했다는 것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이 차면 기우는 이치와 같은 셈이다.

이러한 고전주의에 반하여 나온 것이 낭만주의이다. 인간/감성/열정을 내세우는 낭만주의의 대표작가로 시인 P.B 셀리를 꼽을 수 있다. 셀리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이라는 짧은 시에서 불을 향해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방을 예찬했다. 불나방이라는 한 마리의 미물이 별을 동경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볼 때 미친 짓 아닌가?

한국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라도향이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서 삼룡이가 대감 댁에 시집온 색시를 연모하고, 고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나온 500원권 지폐 하나들고 영국 Barclays 은행을 찾아가 조선소 설립에 필요한 금융자금을 따냈던 장면은 감성과 열정을 중시하는 디오니소스적 정신체계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머슴보다 더 천하게 여겨졌던 벙어리가 언감생심 새 색시를 동경하고, 고 정 회장이 조선소도 짓지도 않은 채 돈을 빌리려한 행위는 이성적으로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성만으로 경영해선 절대 안돼 = 이 대목에서 한국에서는 이성만으로 경영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연 그러한 지를 두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하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프리챌이며, 또다른 하나는 한미은행과 신한은행이다.

먼저 프리챌 사례. 프리첼은 2000년 오픈해 회원수가 110만명에 이르렀던 2002년 10월에 커뮤니티 이용자를 대상으로 월 3천원을 받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이용자의 40%가 유료화에 동참했지만 얼마 안가 대거 탈퇴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프리챌은 이용자가 급감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7개월만에 유료화 정책을 철회했지만 네티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프리챌이 이용자의 감성을 무시하고 이성적으로만 대응했기 때문이다. 프리챌은 “서비스에 상응하는 가격 요구는 당연하지 않은가, 돈 내기 싫으면 나가라”며 이성적 입장만을 고수했을 뿐 “처음에 무료라고 해놓고 갑자기 돈 내라하는 횡포”라는 이용자의 감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토리 판매 등 감성 경영을 내건 싸이월드가 프리챌을 제치고 급부상한 사실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성경영 VS 감성경영 사례 둘 = 두 번째는 한미은행과 신한은행 사례. 1980년대 정부는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민간은행의 설립을 허가했으며, 이때 탄생한 은행이 바로 한미은행과 신한은행이다.

두 은행은 자본 구성과 인력 채용 면에서 대조를 보였다. 한미은행이 미국 BOA 51%, 한국 삼성ㆍ대우 등 재벌그룹 49%로 출범한 반면 신한은행은 일본 오사카의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341명이 주주로 참여했는데 대주주의 지분이 3%를 넘지 않았다.

또 한미은행은 최고의 학벌과 능력을 갖춘 인력을 선발했지만 신한은행은 가난 탓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상고 출신으로서 우수한 자질과 의지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했다. 두 은행의 인력 채용 시 인터뷰 질문은 확연하게 달랐다. 한미은행은 “어느 대학 나왔느냐” “영어는 할줄 하느냐”는 마음에 상처를 주는 질문을 한 반면 신한은행은 아예 학부는 묻지 않고 “이 은행에 들어온다면 어떤 아이디어로 어떤 일을 하겠는가”는 식의 질문을 했다.

이러한 한미은행의 이성경영과 신한은행의 감성경영 방식은 숙직실 TV 설치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한미은행은 ‘노’였지만 신한은행은 즉시 설치한 것. 한미은행이 나중에서야 숙직실에 TV를 설치했지만 한번 상처를 입은 직원들의 감성은 잘 회복되지 않았다.

설립 후 20여년이 지나 두 은행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미은행은 타 은행에 합병되어 명맥을 상실했지만 신한은행은 108년 역사의 은행을 합병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형 리더십 필요조건은 ‘감수성과 언어’ = 한국은 감성이 지배하는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 지향의 리더십이 한국에 맞다. 이러한 한국형 리더십을 갖추려면 상대방의 마음 세계를 읽을 수 있는 ‘감수성’과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언어’ 구사가 필요하다.

감수성은 수동적과 능동적 등 두가지 차원이 있다. 수동적 차원의 감수성이 상대방의 마음속에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능동적 차원의 감수성은 상대방의 필요/아픔/정서를 인식하고 해결해주려고 애를 쓴다. 이를테면 고객의 필요와 아픔을 모른 채 행운을 기대하는 투자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들 수 있다.

또 1983년 대한민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KBS의 이산가족찾기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우리나라가 1953년 종전 이후 30년간 얼마나 감수성이 부족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처음에 1시간짜리 기획됐지만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183일 동안 장기 방영됐다. 감수성은 여의는 꽃이나 흩날리는 낙엽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유치한 감수성이다. 진정한 감수성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정서를 알고 그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수성을 기르려면 오만, 자기중심, 권위주의에 갇혀서는 안된다. 고급 승용자의 검은 유리창, 고층 건물의 화려한 오피스에 머물면 감수성은 퇴보한다. 고객이 존재하는 현장으로 가서 고객의 필요, 아픔, 정서를 느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한다. 한마디로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애기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최악의 선택 =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언어’ 구사도 감성적인 리더십을 갖추는데 필요하다. 독일의 언어철학자인 L.비트겐스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이 말은 감성 우위 사회에서는 어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청년취업증진 입법을 놓고 프랑스에서는 “신입사원 채용 후 2년 안에 해고 가능”이라고 했지만 독일은 “임시적으로 써보고 2년 후에 채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똑같은 뜻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독일에서는 별 소요없이 진행됐다.

1934년에서 1945년까지 뉴욕시장을 역임한 La Guardia씨는 감성적인 어휘를 구사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20년대 행정판사로 재직했던 시절에 빵을 훔친 죄로 법정에 온 한 노인에게 “빵 훔친 죄는 벌금 10달러에 해당하지만 내가 내겠다”면서 그 이유로 “좋은 음식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나 스스로의 벌금”이라고 판결했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불우이웃 돕기’라는 표현 대신에 따뜻한 말로 감싸안은 것이다.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 임명된 일부 지도자들은 감성 우위 사회를 특성을 잊고 대북 발언에서 ‘언어 실수’를 했다. “우리가 선제공격할 수 있다” “북한에서 요구하지 않으면 식량지원 않겠다” 등. 이처럼 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로 인해 남북관계는 극도로 꼬이지 않았는가.

철학자인 칼 포퍼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최악의 선택이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CEO포럼 (http://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

영림원 CEO포럼은 2005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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