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부터 검토돼 온 금융권 공동 제3백업센터 구축 사업 진척도가 더딘 가운데 최근 신임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애기가 전해지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금융결제원 산하 ‘금융공동백업 센터 추진반’은 “업무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권 공동 제3백업센터 사업은 =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금융전산 보안 강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제3백업센터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1월 금융감독당국은 한국은행 산하에 주요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사 실무자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작년까지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TF는 2015년 ‘금융권 공동백업센터 후보부지 선정 컨설팅’을 하반기까지 갖고, 충청북도 보은의 옛 KT부지를 공동 제3백업센터 1차 우선협상 대상지로 선정했다.

2015년 12월 이 TF는 활동을 종료하고 금융결제원에 사업의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금융결제원은 산하에 ‘금융공동백업 센터 추진반’을 마련, 그동안 부지에 대한 검증을 거쳐 왔다고 밝혔다.

하득수 추진반장은 “부지가 완전히 선정된 것은 아니다. 1순위 후보지역만 충북 보은으로 선정했다. 컨설팅에서는 2선위 조치원, 3선위 세종시 등이 제안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하 반장은 “현재 후보지역에 대한 검증 예를 들어 주변 주택 등 영향도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금융권 공동 제3백업센터’는 지난 12월 TF 활동 종료 이후 현재까지 후보지역에 대한 검증 정도만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흥모 원장 “원점 재검토 지시설” =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금융결제원장에 취임한 이흥모 원장이 최근 “금융권 공동 제3백업센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며, 그 배경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지낸 이흥모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현 금융권의 각종 악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브렉시트’까지 겹친 금융 시장의 경영불안 상황이 지속 이어지는 시점에서 금융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제3센터 논의를 타당성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 공동 제3백업센터 논의가 시작되면서 그 ‘무용론’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가 충청도 표를 의식해 지역사업을 만들어준다”, “각 금융사 별 현 백업센터도 제대로 운영되는지 장담할 수 없는데 제3백업센터는 있으나 마나” 등 금융사별 적지 않은 불만을 내놓고 있었다.

정부 차원의 지역사업 배려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 백업센터 강화는 보다 현실적인 지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이 다른 회사들이 공동으로 백업센터를 이용한다고 하는 점에 대한 반감, 각종 비용 등은 금융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로 부지매입 비용 100억 안팎에 벙커 형태의 지하에 신규 건축비, 백업 장비 구축 및 통신비 등 수천억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금융 제3백업센터다.

각 금융회사별로 분담하는 방식을 채택한다고 해도, 예를 들어 종량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금융회사별 사용량매년 수십억씩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의 예를 들 경우, 코어뱅킹 등 핵심 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 버전, DBMS 등 동기화 또는 최소한 어싱크(A-sync) 형태로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도 생긴다.

당연 담당부서를 둬야 하고 인력도 배치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비싼 DBMS, 서버 비용을 추가로 예산에 배정해야 한다.

이흥모 원장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공동 제3백업센터 논의는 이같은 금융회사 고민을 다소 해소하는 방향에서 재추진 또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