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IT 운영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하나의 서비스를 개발할 때 기존에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그 운영에 걸리는 기간이 3~6개월이었는데 이제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클라우드에서 몇번의 클릭만으로 필요한 컴퓨팅 용량만큼만 가장 싼 비용으로 구입해 1주일 안에 서비스를 개발 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해외의 거의 모든 스타트업 회사는 이러한 클라우드의 이점 때문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인프라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 대결에서도 구글의 알파고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구현됐다.

◆유연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현이 관건 = 전통적인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이렇게 구입한 IT 인프라를 망으로 연동하기 위해 또다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에 맞는 보안도 갖춰야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술이 진화해 지금은 서버는 물론 스토리지, 네트워크까지 중앙관리 방식으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AWS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기존 브랜드 서버 업체에게 위협요소다.

그런데 AWS를 제외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대부분 브랜드 서버 특히 x86 서버를 별도로 구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고가의 장비보다는 스펙과 성능이 표준화된 다수의 저가 장비를 연결해 필요할 때마다 확장, 할당할 수 있는 유연한 서버를 더 선호하고 있다.

클라우드가 x86 서버 업체에 위협요소이면서도 새로운 수요처로 대두된 셈이다.

x86 서버는 도입비용이 경제적이며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으며, 향후 무한 확장 등의 장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선의 선택으로 꼽히고 있다.

AWS, 구글, 페이스북 등은 x86 환경의 표준 개방형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설계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 등 새로운 트렌드도 방대한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x86 서버는 갈수록 더욱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닉스 서버와의 성능 격차가 줄어드는데다 유닉스의 경우 시스템 확장이나 추가 개발 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반면 x86 서버는 다양한 형태로 혼용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그만큼 시장 변화에 따라 IT 측면에서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닉스 서버 공급 업체들이 최근 들어 x86 수준의 비용에다 더 나은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로 여기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오라클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에 올인하고 있는 오라클은 엔트리 레벨의 스팍 서버 ‘소노마(Sonoma)’를 이르면 2016년 안에 출시해 x86 서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W 정의 인프라 핵심은 ‘범주 파괴’ = 클라우드 시대의 서버 플랫폼의 궁극적인 승자는 클라우드가 결국은 서비스 제품인 만큼 고객들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누가 어떻게 잘 수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이기종의 복잡한 IT 인프라를 단순화하는 IT 인프라의 구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다시 말해, 유연성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의 제공이 서버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x86이냐 유닉스 전용 제품 외에 어플라이언스나 컨버지드 시스템, 고객의 특정 업무에 특화된 IT 인프라 제품들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의 출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고 진화하면서 미래의 플랫폼이 완성된 모습을 갖춰 나갈 것이며, 여기에 지속적인 투자와 변화를 준비하는 회사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x86이나 유닉스의 구분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종류의 서버가 등장할 것이다. 고객이 필요한 워크로드와 니즈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래 서버의 모습은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Software Defined Infra)가 대세를 이루고, 컨버지드 시스템이 그 일반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입을 모은다.

‘소프트웨어 정의’라는 개념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범주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버나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특정한 시스템으로 유연하게 구성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IT 인프라 구성이 필요한데 그 방법이 소프트웨어로 IT 인프라를 재정의함으로써 원하는 만큼의 컴퓨팅 리소스를 쉽고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이런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는 기존 인프라 중심의 IT와 달리 서비스 중심의 IT 인프라 구성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가까운 미래에 IT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라클의 한 임원은 “미래의 서버 모습은 소프트웨어 인 실리콘(Software In Silicon), 컨버지드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복잡한 IT 인프라와는 달리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서버들이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량의 디스크베이를 장착한 스토리지형 서버나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한 서버가 출현하고, 특히 하드웨어 구성요소를 통합 구현한 컨버지드 시스템 등이 등장하고 있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버지드 시스템’ 속속 출시 = 현재 시장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 개념을 담은 컨버지드 시스템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의 킨버지드 시스템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한데 통합한 기존의 제품과 달리 3가지 하드웨어 요소는 물론 가상화 및 시스템 관리, 특정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더해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고, 관리 운영 리소스를 절감하는데 초점을 맞춰 설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나온 컨버지드 시스템 제품은 HPE의 컨버지드 시스템(ConvergedSystem), 오라클의 엔지니어드 시스템, 델의 FX2, EMC의 V엑스레일(VxRail), VM웨어의 HCS(Hyper-Converged Infra)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델의 FX2는 x86 서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아키텍처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설계된 것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플랫폼에 최적화돼 있으며, EMC의 V엑스레일은 가상화 SW 뿐만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 보호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했다.

앞으로 컨버지드 시스템이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어플라이언스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HPE는 ‘시너지(Synergy)’라는 이름의 새로운 개념의 컨버지드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너지'는 HP가 2년 전에 기획한 ‘더 머신’이라는 프로젝트의 산물로, 기존 컨버지드 시스템에서 진일보한 제품이다.

HPE의 한 임원은 “시너지는 현존하는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관리 기술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 핵심 사상은 컴포저블(작곡이라는 의미)이다. x86과 범용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모듈화해 서비스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프라로서, 기존의 프로세서 중심에서 메모리 중심으로 설계 사상을 바꿔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쯔도 2015년 하반기 본사가 출시한 프라임플렉스(PRIMEFLEX)라는 컨버지드 시스템 20여종을 올해부터 국내에 단계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한국후지쯔가 발표를 검토하는 컨버지드 시스템은 ‘PRIMEFLEX for Oracle DB’, ‘PRIMEFLEX for SAP HANA’, ‘PRIMEFLEX for Red Hat Openstack’, ‘PRIMEFLEX for Cluster-in-a-box’, ‘PRIMEFLEX for Exchange’ 등이다.

EMC는 최근 발표한 서버 장착형 올 플래시 어레이를 ‘DSSD D5’를 범용 서버와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EMC 측은 “이 어플라이언스는 기존의 오라클 플랫폼과 비교해 성능은 3배 빠르고, TCO는 2/3 절감 등의 내부 테스트 결과가 나와 가장 빠른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컨버지드 시스템 시장 아직은? = 이러한 컨버지드 시스템은 관리의 편의성, 상면 면적 및 관리 운영 리소스 절감 등의 장점으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

범용 하드웨어 상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처리로 동작하기 때문에 전용 제품에 비해 속도나 안정성이 떨어지며, 가격이 기존 랙형 제품보다 고가이며, 그동안 써온 개별 하드웨어를 이 통합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이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제품은 장애 발생시 확실한 기술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각각 나누어서 발주하는 것이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관련 업계는 전한다.

이에 따라 컨버지드 시스템은 하드웨어 공급업체의 기술 지원이 선행되는 것을 전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고가의 전용 제품과는 다른 시장을 형성하며 이들과 경쟁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