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거진 국민은행과 오라클의 라이센스 갈등이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공전중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한국오라클은 국민은행을 상대로 연말까지 총 8차례 공문을 발송, 은행측에서 사용중인 라이센스를 정확히 조사하자는 의사를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은행은 최근까지 이렇다 할 대응이 없는 상태에서 실무자 수준의 검토만 이뤄지고 있고, 급기야 오라클 ‘LMS(라이센스 매니지먼트 서비스)’팀이 나서 국민은행 기술지원 중단까지 검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오라클 DBMS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무는 인터넷뱅킹 서버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오라클 갈등의 내용은 = 오라클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리호스팅 추진 당시부터 오라클은 라이센스 체계 개편을 국민은행 측에 지속 요구해 왔다.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오라클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회사를 상대로 라이센스 체계 개편을 요청했고 2015년, 거의 모든 시중은행이 ‘프로세서(Processor)’ 라이센스 체계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 라이센스 체계는 크게 ▲네임드 유저 플러스 라이센스(Named User Plus License) ▲프로세서/CPU(Processor/CPU) 라이센싱 두 가지로 나눠진다.

‘네임드 유저 플러스 라이센스’는 DB를 사용하는 유저가 정해진 경우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경우 DB에 접근하는 전체인원을 대상으로 한다.

동시접속자 개념이 아닌 한번이라도 DB를 이용하는 전체인원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된다.

‘프로세서 또는 CPU 라이센스’는 CPU 또는 코어(Core)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사용자 수는 무제한(Unlimited)이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웹서비스와 같이 사용 유저(User)수가 많고 정확한 유저 수를 산정하기 힘들 경우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8코어 프로세서를 4개 가지고 있는 SUN 울트라스팍 T1 시스템(UltraSparc T1 system)의 경우 8(4 x 8 x 0.25)개의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8개 코어를 4개 가지고 있는 IBM AIX 시스템의 경우, 24(4 x 8 x 0.75)개의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변수 0.25, 0.75는 오라클의 할인율로 보면 된다. 즉 자사 썬 서버는 크게 할인하고 IBM이나 HP 서버의 경우 할인폭이 적다는 얘기다.

오라클은 지난 수년간 시중은행의 라이센스 체계를 개편, 기존 네임드 유저 라이센스 체계를 프로세서 기반 라이센스 체계로 개편해 왔다는 주장이다.

현재 네임드 유저 플러스 라이센스를 사용하는 시중은행은 국민은행 하나만 남았다는 게 오라클 입장이고, 현재 국민은행측에 이를 개편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사전작업은 오라클과 국민은행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사용 사례 조사.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4월부터 총 8차례 국민은행측에 이같은 ‘실사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최근까지 구체적인 협의테이블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오라클의 실사요청은 지난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은행이 2012년부터 리호스팅 및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오라클은 실사를 요청해 왔고, 은행도 일정부분 부족한 라이센스 구매 및 라이센스 체계 개편에 공감해 왔다는 게 오라클 입장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오라클 라이센스 부족분 구매를 위해 2014년 연말 약 20억 가량의 예산도 반영한 바 있다.

이 예산은 2015년 소진되지 못했고, 2016년 이월되지도 않았다.

◆국민은행-오라클 갈등의 본질은 = 한국오라클이 자체 조사를 통해 파악한 국민은행의 문제는 ‘DR센터·개발 및 테스트 서버’에서 사용하는 DBMS에 대해 아예 라이센스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업무 메인으로 사용중인 DB서버 중 일부 DB 부가기능, 예를 들어 RAC(리얼애플리케이션 클러스터), 파티션, 모니터링 툴 등도 라이센스 구매없이 사용중이라고 오라클은 강조했다.

오라클은 이 부족분을 기존 네임드 플러스 라이센스에 적용하면, 국민은행이 약 1만 유저수를 라이센스 구매없이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추론하고 있다.

이같은 추론에 근거, 오라클은 애초 국민은행 측에 약 100억원 가량의 추가 라이센스 구매를 요구했고 지난 수년간 조정을 통해 실무자 차원의 약 20억 가량 1차 조정을 얻어낸 바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같은 요구는 정식 공문을 전달,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실무차원의 얘기에서 이같은 조정을 얻어냈고 예산까지 반영한 바 있지만, 현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다.

◆국민은행, ‘SI 통해 구매…실사에 응할 이유 없어’ = 오라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은행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가동한 차세대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당시 SI업체를 통해 오라클 DBMS를 구매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논란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오라클의 요청에 따른 실사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두 회사간 극단의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국민은행이 DBMS 라이센스 계약 당시 일종의 협약서 형식으로 ▲실사를 요구할 수 있고, 국민은행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술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 보고, 준법감시부서 해석을 통해 이 계약 문구의 ‘실사’에 굳이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고, 따라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

여기 덧붙여 국민은행 경영진은 메인프레임에서 운영중인 시스템 외에 단위업무에 ‘오라클 경쟁구도를 만들어 구매’할 것을 실무에 지시,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은행은 일부 단위업무에 IBM DB2-UDB를 도입한 바 있다.

◆다른 은행 사례, 참조해야 = 사실, 라이센스 조사를 위해 ‘실사에 응해야 한다’는 오라클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국가기관이 아닌 오라클이 민간 은행 라이센스를 조사하겠다고 나선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과거 IBM이 시중은행에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리뷰(SLR)을 시행, 은행권과 벌인 갈등과 비슷한 양상이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인터넷뱅킹 서버와 같이 업무 민감도가 높은 시스템에 기술지원이 중단될 경우 등 최악의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분쟁의 골자는 사용자가 이를 알고 사용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계약한 주체가 SI업체라고 해도 추가 사용분이 있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금융IT 업계는 따라서 국민은행이 타행 사례를 참조,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중이다.

시중 A은행의 경우, 2015년 오라클이 신뢰할 수 있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일정부분 추가 사용분을 인정했고 이를 근거로 협의테이블을 마련, 라이센스 문제를 해소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오라클 참여가 없는’ 신뢰할 수 있는 자체 조사를 갖고, 이를 근거로 협의테이블을 마련한 후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기헌 부행장의 2기 체제가 ‘오라클 해법’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