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메모리가 스토리지 시장판도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안에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의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BI코리아의 신년 특별기획<국내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현황과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한 합종연횡으로 대폭 재편이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궁극적으로 3개사로 재편될 듯” = 이미 지난 12월 넷앱의 솔리드파이어 인수 발표에 이어 또 다른 M&A건이 줄을 잇고, 매출 및 이익 부진으로 자생력이 없는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 전망의 주요 내용이다.

관련 업계의 한 임원은 넷앱의 솔리드파이어 인수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라면서 “플래시 스토리지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100원을 팔면 40원을 손해보는 상황에서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자연히 사라질 텐데...”라고 일갈한 바 있다. 

스타트업 진영의 퓨어스토리지 강민우 지사장은 “HDD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차별화된 올 플래시 스토리지를 갖춘 회사만이 스토리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것이다”라면서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는 궁극적으로 3개사로 재편될 것이며, 여기에 퓨어스토리지가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 2014~2019 국내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성장률(단위: 10억원)

이러한 전망은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업체 간의 힘겨루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플래시가 스토리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쥐지 않고서는 향후 스토리지 시장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심각한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존 HDD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플래시 스토리지에 더욱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IDC 분석에 따르면, 국내 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은 2014년에 총 4334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 가운데 올 플래시는 374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8.6%, 하이브리드 플래시는 1387억원으로 32.0%를 차지했으며, 2015년 HDD는 59.3%인 2573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올 HDD 6% 감소, 올 플래시 76% 성장 = 2015년 전체 스토리지 시장(추정치)은 전년대비 16.0% 성장한 5029억원 시장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올 플래시는 76.2% 성장한 659억원의 시장을 형성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1%로 높아졌으며, 하이브리드 플래시 역시 40.3% 증가한 1946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38.7%를 차지했다.

반면 올 HDD는 전년대비 5.8%가 감소한 2424억원으로 그 비중이 48.2%로 뚝 떨어졌다.

2016년 국내 전체 스토리지 시장은 5.7% 성장한 5316억원을 형성하며, 올 플래시는 20.3% 증가한 793억원, 하이브리드 플래시는 18.2% 늘어난 2300억원, 올 HDD는 8.3%가 감소한 2223억원 규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 규모(단위: 10억원)

한국IDC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올 플래시가 27.5%로 가장 높고 이어 하이브리드 플래시가 18.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5년 HDD는 마이너스 9.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5년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의 높은 성장은 무엇보다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매년 SSD 자체의 가격이 하락한데다 중복제거, 압축 등 실제 사용 용량을 늘려주는 기술의 적용으로 플래시 스토리지의 초기 도입 단가는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이다.

퓨어스토리지 측은 올 플래시는 5년전에 HDD보다 10배 가량 비쌌지만 2015년 12월 현재는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가장 많이 쓰이는 SAS 디스크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이 퓨어스토리지 제품의 GB당 가격은 가용 용량 기준으로 1.5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3~4달러인 SAS 스토리지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앞질렀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선보인 3D V-NAND TLC는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로, 양산이 이뤄지는 2016년에는 플래시 스토리지의 가격 하락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퓨어스토리지가 11월에 내놓은 3D V-NAND 제품은 기존 평면 NAND에 비해 가격은 절반 이하이면서도 집적도는 2배, 쓰기속도는 2배, 전력 소비량은 1/2배, 내구성은 10배 향상됐다.

◆3D V-NAND TLC, 가격하락의 기폭제 되나 = 플래시 스토리지는 또 하드웨어적인 가격 하락 외에 TCO 측면에서 전력량 감소와 데이터센터 상면 축소 등 운영비용을 절감해준다는 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올 플래시 스토리지는 가격하락에 따라 그동안 OLTP 등 고성능이 필요한 티어 0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서 벗어나 VDI, DB 등 범용 스토리지인 티어 1, 티어 2 시장으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SSD의 아직도 높은 가격은 대폭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라클 측은 “SSD의 가격하락만큼 HDD나 테이프도 매년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SSD와 HDD의 가격 차이가 그동안 100배, 40배, 30배로 줄어들었지만 SSD는 아직도 비싼 편이다. 플래시 스토리지에게 가격적인 면은 계속 부담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용량은 적지만 고성능이 필요한 단위 업무 위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플래시를 중심으로 스토리지 시장 재편이 예상되면서 스토리지 업체들은 앞으로 사활을 걸고 플래시 스토리지의 사업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웨스턴디지털, 씨게이트 등 HDD 제조사들조차 전통적인 HDD 사업에서 나아가 플래시 사업에 적극 뛰어든 사실은 기존 스토리지 업체들이 앞으로 플래시 스토리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테면 웨스턴디지털은 2015년 샌디스크를 21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인텔이 5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대련에 NAND 플래시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도 이 시장의 추세를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0여곳 스토리지 업체 중 누가 살아남나" = 현재 국내에서 플래시 스토리지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10여곳에 이른다.

님블스토리지, 바이올린메모리, 솔리드파이어, 카미나리오, 퓨어스토리지 등 올 플래시 스타트업 진영에다 기존 스토리지 주자들인 HPE, IBM, EMC, 넷앱, 오라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앞으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이들 업체들은 어떠한 전략으로 생존 게임을 펼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체별 2015년 성과와 2016년 전략을 살펴본다.

EMC는 2014년 7월 익스트림IO를 출시하며 올 플래시 시장에 뛰어들어 2015년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39.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EMC의 2015년 전체 매출 실적은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는데 올 플래시 스토리지의 매출 비중은 대략 10%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EMC는 2015년에 올 플래시에 거의 올인 하는 전략을 펼쳤다. 메인프레임, SAN/NAS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동기식 원격지 DR 등 3개 영역의 경우에만 기존대로 HDD 스토리지를 제안하고 그 외에는 올 플래시 스토리지를 제안하는 영업 전략을 구사한 것.

이와 관련, 한국EMC 측은 “2015년 EMC의 국가별 올 플래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다”면서 그 요인에 대해 “영업 대표들이 기존 고객사와의 좋은 관계로 접근이 용이했으며, 최고 사양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인 VMAX와 동일한 조직에서 기술지원을 수행함으로서 고객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때 부담감을 덜어줬으며, 성능과 가용성이 뛰어난 제품력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EMC의 올 플래시 스토리지 누적 고객사는 150여개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이다.

2014년에는 플래시 매출의 60~70%를 VDI에서, 2015년에는 DB에서 60~70%를 거뒀다고. 2015년 EMC 아태 및 일본 지역의 플래시 스토리지 톱5 고객사 중 한국은 3곳이 랭크됐다.

◆퓨어스토리지, 2015년 글로벌 167%•한국 300% 근접 성장 = 퓨어스토리지 코리아는 2015년에 3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매출 성장률 167%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2013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지 3년도 안돼 누적 고객사수 100개를 돌파했다.

퓨어스토리지의 이같은 성과는 기존 HDD 기반의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의 대체를 통해 거둔 것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2015년에 대용량 스토리지의 대체로 거둔 매출은 전체의 90%를 넘었으며, 그 건수는 20여건에 이르렀다. A전자, B전자, C반도체, D반도체, E생명, F증권사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이다.

100여개 누적 고객사에는 국내 3대 대기업이 포함돼 있으며, 전세계 톱10에 랭크된 대규모 사이트(페타바이트급)도 3곳이다.

특히 퓨어스토리지의 삼성 영업팀은 2015년 전세계 매출 톱5 팀으로 선정됐다.

퓨어스토리지는 이같은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 높은 가격대 성능비, 자체 중복제거 기술의 높은 효율성, 뛰어난 확장성을 등을 꼽고 있다.

퓨어스토리지는 11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3D V-NAND 제품을 출시해 플래시 스토리지의 HDD 대체 가속화에 나섰다.

2016년 퓨어스토리지의 2016년 스토리지 벤더 톱3 진입. 2015년과 마찬가지로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의 대체에 주력하고, 부사장급 임원을 포함한 인력 충원으로 산업별로 더욱 세부적인 영업을 펼칠 방침이다.

퓨어스토리지의 2015년 12월말 인력은 30여명이다.

◆IBM, 단순 HW 판매 지양하고 이기종 통합 프로젝트 역점 = 한국IBM은 2015년에 제품 중심 보다는 특정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젝트성 영업으로 금융의 롯데카드, 교육의 대교, 의료의 창원경상대병원, 메리놀병원, 부산성모병원, 길병원 등 여러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둔 데는 2015년 새로 만든 플래시 스토리지 전담팀이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12월 현재 플래시 스토리지 전담팀의 규모는 15명이다. 하드웨어에다 가상화, 병렬컴퓨팅 등 일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스토리지 전담팀은 단순 하드웨어의 판매에서 탈피해 이기종 스토리지 통합 프로젝트 등에 주력했다.

플래시 스토리지의 빠른 성능 외에 압축 기술이나 이기종 시스템과의 연계 밀 호환, 통합운영 관리 등 솔루션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IBM의 전체 스토리지 매출 가운데 올 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분기 기준으로 30%에 이른다.

한국IBM은 2016년에도 가상화 기술 기반으로 이기종 스토리지 통합 프로젝트의 추진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매우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세웠는데 전담팀의 구성, 영업 및 마케팅의 강화로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PE 2016년 모토 '플래시 퍼스트' =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는 2015년에 올 플래시 스토리지인 3PAR 7450과 7440 등 두 가지 제품으로 주로 VDI와 하이엔드 스토리지를 대체하는 시장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2015년에 플래시 스토리지 매출은 전년 대비 700%나 성장했으며, 전체 스토리지 매출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레퍼런스는 금호석유화학, 우리은행 등이다. 금호석유화학은 ERP 교체 사업에 3PAR AFA를, 우리은행은 VDI 용도로 3PAR 8450 제품을 도입했다.

HPE 스토리지 사업부의 2016년 모토는 ‘플래시 퍼스트’이다.

VDI 등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특정 분야에서 나아가 2016년부터는 저가형 플래시 스토리지, 그리고 하이엔드 올 플래시 어레이인 20850을 앞세워 레거시 스토리지 시장을 대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HPE 전사적인 플래시 영업 강화는 물론 모든 파트너가 플래시 스토리지의 판매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영업 지원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2016년 1월 19일 HPE 3PAR 플래시 스토리지 행사를 개최해 3PAR 플래시의 구축 성공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

◆효성, 2016년 플래시 풀 라인업 완비 =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HAF(Hitachi Accelerated Flash) 스토리지의 공급에 주력했다.

HAF는 전세계적으로 금융, 공공, 제조, 통신, 헬스케어 등 90여곳에서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주요 공공기관, 카드사, 제조업체,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HAF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플래시를 구축했다.

특히 2015년에는 A공공기관에 수백테라바이트급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시스템을 공급했다. 또 B닷컴 기업도 운영 업무에 HAF를 도입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또 히타치만의 차별화된 플래시 모듈인 FMD(Flash Module Drive)도 공급하고 있다.

FMD 기준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2013년부터 국내의 금융, 제조, 공공, 통신 등 30여곳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2015년 누적 용량은 1페타바이트를 넘어섰다.

2015년 주요 고객사는 C공공기관, D반도체 회사 등이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특히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히타치 VSP G 시리즈에 이어 FMD를 기반으로 하는 VSP F시리즈를 2015년 하반기에 출시하면서 가격적인 이슈로 플래시 도입을 주저했던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2016년 플래시 관련 성장 목표는 20% 이상이다.

신제품으로 SSD 기반의 올 플래시 스토리지인 HFS (Hitachi Flash Storage)를 출시해 VDI 등의 고객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효성은 이 제품이 출시되면 하이브리드에서부터 고성능 고집적 올 플래시, 비용 효율적인 올 플래시 등 플래시 풀 라인업을 갖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래시 업계 재편 작업 카운트 다운" = 오라클은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2014년 12월 플래시 기반의 SAN 시스템인 ‘오라클 FS1 시리즈(Oracle FS1 Series)’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2015년 8월에는 올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 ‘올 플래시 FS1’을 발표했다.

오라클은 올 플래시 FS1의 판매 전략으로 오라클 DB 등 소프트웨어에 최적의 인프라 라는 점을 내세웠다. 특히 엑사데이타, 수퍼클러스터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스토리지 서버로 올 플래시 제품을 포함해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을 펼쳤다.

한국오라클은 올 플래시 고객사로 제조, 금융, 공공, 통신 등 각 산업별로 한곳씩 보유하고 있다.

넷앱은 2015년에 삼성전자의 TLC 기반 3D V-NAND를 적용한 올 플래시 스토리지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를 위해 넷앱의 글로벌 본사와 삼성전자간의 긴밀한 협력이 진행됐다.

또 2015년 7월에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신제품인 AFF8000을 출시했다.

넷앱은 2016년에 FAS 시리즈와 EF 시리즈 등 올 플래시 솔루션의 판매에 주력하며, 하이브리드 플래시 스토리지 판매 역량의 강화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의 재편 작업은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넷앱의 솔리드파이어 인수는 그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2016년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의 제1호 M&A 주체와 대상 기업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